그건 연애가 아니었어 (7)

by JOO

'어쩐지 이상하게 행복하다 했어.'

매일 헤벌쭉 웃을 때부터 나와 안 맞는 옷을 입었다고 생각했었다.

과한 행복이 문득 들어왔다가 꿈처럼 지나갔다.


그와 관련된 것을 정리하려고 보니 아무 것도 없었다.

같이 찍은 사진 한 장조차 없었다.

그에게 유일하게 받았던 그의 학교 뺏지는 잃어버렸다.

그 뺏지를 받고나서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들고 다니다 없어졌는데, 미리 없어진 게 다행이다 싶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난 지금 이걸 버릴까, 간직할까 고민했겠지.


그와 관련된 사람들도 없었다.

"걔는 어때? 잘 지낸대?"라고 물어볼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내가 연락하는 다른 초등 동창들이 없었고, 만나는 동안 서로의 친구를 소개해 주지도 못 했다.

우연히라도 그의 소식을 들을 일은 절대 없겠다.


중학교 때 친구를 만나서 그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있잖아, 음. 내가 누굴 좀 사귄 거 같은데, 너무 짧게 만났고 몇 번 안 만나서 이게 사귄 게 맞나 싶은데."

"잤어?"

"아...니?"

"그럼 사귄 거 아니네."

"아, 그래? 그렇구나."

너는 연애의 기준이 왜 그 모양이냐고, 그딴 스킨십을 넘어서는 뭔가가 우리 둘 사이엔 있었노라고 반박하고 싶었는데, 반박할 힘이 없었다. 내가 생각해도 그와 내가 연애를 했다고 말하기엔 허무한 끝이었다. 난 그냥 연애가 아니었다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썸 타다'란 용어가 없던 시절이었다.)


실연의 아픔을 겪는 건 진한 연애를 한 자들만의 특권이던가!

연애도 아닌 뭔가의 설렘에 들떴던 죄로 나는 최대한 조용히, 묵묵히 이 과정을 겪어낸다.

내 마음은 어지러운데 세상은 거짓말처럼 잠잠하다.

늦여름이 끝나가고 있었다.

저녁엔 제법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그는 더위를 많이 타서 여름을 아주 싫어했는데 이제 좀 행복해지겠네.



그건 연애가 아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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