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싱 스타와 몸치가 공존하는 곳
줌바 댄스 도전기
자기 노래가 아닌 다른 가수의 웬만한 댄스는 다 외우고 있는 데다 처음 보는 동작도 안무 복사기처럼 똑같이 따라 하는 가수를 보면 깜짝 놀라곤 한다. 그쪽 세계에선 별로 대단한 일이 아닌가 싶다가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한 번만 보고 손발, 몸놀림, 움직임을 완벽하게 따라 해?'라며 눈이 휘둥그레지는 것이다. 한 번 음악을 듣고 피아노로 왼손, 오른손을 정확히 쳐냈다는 신동이나 교과서를 사진처럼 통째로 외우는 포토 메모리 보유자 얘기에도 감탄하기는 마찬가지지만, 춤은 내가 다가갈 수 없는 영역이기에 한층 더 신기하고 놀랍다.
돌아보면 중고등학생 때도 춤 잘 추는 애들이 있었다. 내가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 뿐. 그도 그럴 것이 공부만을 중시하는 학교 분위기에서 춤을 추는 애들은 '노는 애들'로 치부되었고 모범생이었던 나에게 춤은 금기의 영역이었다.
공부가 학생의 가치를 측정하는 유일한 지표였던 시절, 교실에서 좀처럼 두각을 드러내지 않던 애들은 수학여행에서 스타가 되었다. 무대에 오른 그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무대를 날아다녔다. 전교생 앞에서 실력을 뽐내는 댄싱 스타들은 이 밤이 끝나면 아마도 다음 수학여행까지 3년을 기다려야 하기에 더욱 에너지를 쏟아야 할 테다. 당시 최고의 유행가 룰라의 '날개 잃은 천사'를 추는 친구들을 따라 무대 아래에 있던 애들도 함께 춤을 추며 땀을 흘렸다.
그리고 수학여행이 끝나고 학교로 돌아오면 댄싱 스타들은 다시 존재감 없는 학생 또는 문제아로 돌아갔다. 춤은 학생의 가치로 인정받지 못했다. 학생의 가치는 여전히 성적에 있었다.
아주 가끔, 학창 시절에 춤 잘 추던 애들은 뭐 하며 살까 생각한다. 아이돌이나 댄서가 됐을 수도 있지만 그 길은 아주 좁다. 그렇다면 춤 실력을 숨기고(?) 평범한 생활인으로 살다가 끼를 발산할 수 있는 기회에 '내가 왕년엔 댄싱 스타였어'라며 춤 실력을 보여주지 않을까. 모르긴 몰라도 줌바 교실 앞줄에 포진해 있는 저들이 왕년의 댄싱 스타였을 것이라고 슬쩍 추측해 본다.
만일 공부가 아니라 춤으로 학생을 평가하는 학교를 다녔다면 나는 문제아 중의 문제아였을 것이다. 만년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어쩌면 남아서 보충학습을 해야 하고, "춤은 누구나 노력하면 잘 출 수 있는 건데 왜 노력을 안 해?"라는 얘기를 들으면서 반발심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줄 세우기를 한다면 내가 단연코 바닥을 깔 운명이지만, 다행히 이곳은 성적을 매기지 않는 줌바 교실. 잘하든 못하든 모두가 즐겁게 공존할 수 있는 공간이다. 몸치인 나를 비롯한 신규 수강생들도 엄연히 이곳에 존재하고 있다.
강사님이 추석 연휴 직전에 주신 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