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바 댄스 도전 2개월 차다. 어느새 나도 '신규 회원' 딱지에서 벗어났다. 실력은 여전히 신참이지만 마음만은 베테랑이다. 이번 달 첫날과 둘째 날에 보니 동작을 못하고 잠시 멈춰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그 심정 내가 잘 알지. 뭐가 뭔지 몰라서 과부하 걸린 듯 잠시 멈춰야 하는 그 심정.
지난달에 처음 줌바를 등록하면서 제발 아는 사람이 없기를 바랐다. 그리고 다행히도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어 온갖 흉한 모습을 보이는 것에 거리낌이 없었다. 여전히 아는 사람은 없지만 2개월 차가 되니 눈에 익은 얼굴들이 생긴다.
조교 격인 사람들이 위치한 맨 첫 줄. 진짜 조교는 아니나, 거의 조교 역할을 해주고 있다. 강사님이 물 마시느라 처음 스텝을 시작하지 않고 있어도 조교들은 먼저 시작한다. 마지막 스트레칭 시간에 강사님이 출석 체크하느라 구석에 가 있어도 조교들은 충실히 스트레칭을 수행한다. 나는 매 수업마다 그들의 도움을 받고 있어서 그들은 나를 모르지만 나는 그들을 안다. 아, 새롭게 알게 된 사실. 내가 듣는 수업은 11시인데, 맨 첫 줄 사람들은 한 타임 앞인 10시 수업도 듣는다. 세상에, 두 시간을 연달아하는 거였어! 그들의 열정에 입이 떡 벌어진다. 뒤 타임 수업도 있었으면 그것도 등록했으려나? 다행히 오전 줌바는 10시와 11시 두 타임뿐이다.
나와 비슷한 시기에 등록했거나 한두 달 먼저 등록했을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눈에 들어온다. 이들의 시선은 강사님에 고정되어 있다. 몸을 왼쪽으로 돌려도 고개는 앞을 향하고 시선을 강사님에게서 떼지 못한다. 봐야 동작을 할 수 있으니까 안 봐도 아는 베테랑과는 처지가 다르다. 오른쪽으로 몸을 돌려 박수 두 번, 왼쪽으로 몸을 돌려 박수 두 번 이런 패턴이길래 나는 다음도 그러려니 하고 제대로 안 보고 오른쪽 박수, 왼쪽 박수를 쳤다. 알고 보니 마지막 왼쪽에선 박수를 안 치는 거였다. 나 혼자 박수 쳐서 부끄러웠다. 역시 강사님한테 시선을 떼면 안 된다. (아니, 네 번 쳐야 균형이 맞는데 왜 세 번만 치고 마지막은 안 침?)
뒷줄에 직장 선배랑 비슷하게 생긴 사람이 있어 나 혼자 내적 친밀감을 느꼈다. 사실 선배랑 얼굴은 하나도 안 비슷하고, 키와 체형과 머리 스타일만 비슷할 따름인데 나와 같은 달에 등록한 회원이라 괜히 눈에 더 들어왔다. 이분도 나처럼 처음에는 줌바 복장이 아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줌바용 랩스커트를 두르고 와서 반가웠다. 둘째 달 첫 수업에 이분이 없어서 '아, 재등록 안 했구나. 랩스커트도 샀는데 좀 더 하지.'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그런데 다음 수업에 온 것을 보고 굉장히 반가웠다. 물론 내색은 하지 않았다.
어느 날 수업 전에 일찍 갔더니 앞 타임 수업 끝난 사람들이 우르르 나왔는데 아는 사람이 있었다. 굉장히 쾌활한 성격의 엄만데 줌바를 하고 나온 후라 더욱 쾌활했다.
"어? 여긴 웬일이세요? 줌바 하세요?"
"아, 네. 제가 지난달에 등록했어요."
"아 그러시구나! 하실 만하세요? 줌바는 미쳐야 할 수 있는데. 미치면 진짜 재밌거든요! (까르르)"
"제가 아직 못 미쳐서..."
에너지 넘치는 H 엄마의 목소리를 들으며 앞 타임에 등록하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처럼 아무와도 교류하지 않는, 그러나 사람들을 관찰하며 그들에게 내적 친밀감을 느끼는 현 상태가 좋다고. 아는 사람에게 줌바 하는 내 모습을 보이는 건 거대한 용기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