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 vs 줌바 무엇을 선택할까
줌바 댄스 도전기
1년 정도 요가를 꾸준히 하고 있다. '꾸준히'에 방점을 찍자. 성실하게 참석만 하고 있을 뿐이다. 유연성이 없어서 여전히 빳빳하고, 근육이 부족하여 부들부들거린다.
줌바는 수강한 지 이제 두 달 되었다. 줌바와 요가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성격이 다른 두 운동을 극히 주관적인 시각으로 둘을 비교해보려고 한다.
1. 수업 전후 분위기
요가 수업장에 들어서면 조용하다. 각자 일정한 거리를 두고 요가 매트를 깔고 각자 몸을 푼다. 혹시 아는 사람이 있어도 눈인사 정도만 하고 각자 자리 잡는다.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더라도 매우 조용히 이야기한다. 요가가 끝나고도 조용히 퇴장한다.
줌바 수업장은 떠들썩하다. 수업 전 삼삼오오 모여서 친목을 다진다. 앞줄 베테랑 수강생들의 대화엔 강사님도 함께 참여한다.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 나는 누가 말이라도 걸세라 앞만 보며 조용히 몸을 푼다. 줌바가 끝난 후엔 더욱 시끌벅적하다. 신나게 땀을 흘렸으니 목소리는 더 하이톤이 되고 까르르 웃음소리가 그치지 않는다.
2. 깊은 호흡, 숨차는 호흡
요가에서 중요한 것은 뭐니 뭐니 해도 호흡이다. 수업 시작부터 끝까지 강사는 호흡을 강조한다. 요가를 하며 깊이 호흡하다 보면 평소에 늘 하는 숨쉬기지만 그동안 얼마나 짧은 호흡으로 할딱이고 있었는지 느끼게 된다.
잘 안 되는 동작을 할 땐 나도 모르게 숨을 참고 그저 깡으로 버티기도 하는데, 호흡하라는 강사님의 말에 의식적으로 깊게 들이마시고 내쉰다. 제대로 호흡하며 동작을 하면 안 내려가던 몸이 1mm라도 더 내려간다.
줌바에선 호흡을 특별히 강조하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수업 시간 50분 동안 한시도 쉬지 않고 몸을 움직이니 숨은 자연적으로 쉬게 된다. 헉헉 숨차는 호흡을 했다가 노래가 끝나면 호흡을 가다듬는다.
건강검진 문항 중에 "최근 1주일간 숨이 차는 운동을 며칠이나 하셨습니까?"라는 질문이 있다. 나는 평생 0일로 체크했었는데, 최근엔 당당하게 2일로 체크했다. 줌바 덕분이다.
3. 집중해, 내 몸에! 심취해, 내 모습에!
요가에서는 안 되는 동작을 잘못된 자세로 억지로 하는 것보다 나에게 맞는 정도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므로 당연히 남과 비교는 금지다. 내 몸에 집중해야 한다.
잘 안 쓰던 근육이라 허벅지 뒤쪽이 아프네, 지난번보단 조금 나아졌네, 눈 감고 똑바로 걷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눈을 떠보니 틀어진 방향으로 걷고 있었네. 어떤 부위가 안 좋은지, 어떤 부분이 취약한지 파악하고 어제보단 덜 고통스러운 내 모습에 집중한다.
줌바에서 중요한 것은 흥이다. 동작이 틀린다고 뭐라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웃으며 신나게 마음껏 움직여야 한다. "에! 호우! 하!" 등의 추임새도 필수다. 나는 아직 뻘쭘하여 소리는 못 내고 입만 옴짝달싹 한다.
그리고 진짜 중요한 건 '예쁜 척 멋진 척'이다. 살사 같은 음악에 맞춰 부드러운 춤을 출 땐 한껏 끼 부리는 척해야 하고 힙합 같은 음악에 맞춰 각진 춤을 출 땐 세상을 씹어먹을 듯한 멋진 표정을 지어야 한다. 자신에 심취하지 못하는 사람은 겉돌 수밖에. (오글거려요. 살려주세요~~~)
4. 따로, 또 같이
내가 듣는 요가 수업에는 20~30명의 수강생이 있다. 제대로 배우려면 1대 1이나 소규모 그룹 수업이 좋겠지만 비용이나 거리 문제로 단체 수업을 수강 중이다. 아니다, 사실대로 고백한다. 나는 단체 수업이 아니라면 수강하지 않았을 것이다. 강사의 집중 관심을 받으며 한 시간을 고통으로 채울 생각이 조금도 없다. 군종 속의 개인으로 있는 듯 없는 듯한 존재감을 내뿜으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다.
요가는 개인으로 하는 운동이지만 다른 수강생들과 한 공간에서 하므로 하기 싫은 동작도 열심히 하게 된다. 가끔 강사님이 돌아다니며 동작을 교정해 주곤 하는데 속으로 외친다. 나에게 오지 않기를, 다른 사람에게 가기를. 수강생이 많아 강사의 관심이 분산되는 것이 나에겐 큰 이점이다.
줌바는 각자 자기 자리에서 춤 추기는 하지만 전후 좌우 움직임이 많고 꽤 자주 오른쪽, 뒤쪽, 왼쪽 벽으로 방향을 틀기도 한다. 방향을 틀어 사람들의 시선이 나 쪽으로 향하면 나의 동작이 만천하에 공개되는 기분이 들어 아주 수치스럽다.
가끔 옆사람을 보고 몸을 흔들거나 기차놀이처럼 한 줄로 모여 옆사람 등을 톡톡 치기도 한다. 강강술래라도 하듯 수강장 벽을 둘러싼 대열이 된 적도 있다. 나 혼자의 세계에 빠져 있을 틈이 없다. 동작은 각자 할지언정 '춤은 함께'라는 것을 표방하는 것 같다.
5. 마지막 5분을 위해 달려왔다
요가의 꽃은 뭐니 뭐니 해도 '사바아사나'다. '사바아사나'란 누워서 완전한 이완을 하며 휴식하는 자세다. 힘들었던 50분을 보상받는 시간이기도 하다. 누워 있는 거라면 자신 있을 것 같지만, 처음엔 언제 일어나라고 할지를 걱정하느라 가만히 누워 있지도 못했다. 지금은 별생각 없이 편안히 잘 누워서 쉰다.
아쉬운 건 지금 내가 정착한 수업 강사님이 사바아사나 시간을 짧게 준다는 것. 충분히 푹 쉬었으면 좋겠는데, 강사님이 항상 타이트하게 운동을 시키고 사바아사나 시간은 1분 정도만 준다. 푹 쉬지는 못해도 짧은 휴식이 개운함을 준다.
줌바 수업에서는 45분 동안 쉼 없이 춤을 춘 후 마지막 5분은 가벼운 노래에 맞춰 스트레칭을 한다. 나는 스트레칭을 싫어하기로는 1등인 사람이다. 몸 쓰는 걸 원체 싫어하고 몸이 심하게 빳빳하기 때문이다. 대학 때 연극 동아리 활동을 했을 때는 연습 전에 매번 하는 스트레칭이 싫어 연극 동아리를 탈퇴하겠다고 했다. 인원이 몇 명 되지 않던 동아리라 1명 이탈이 아쉬운 곳이었다. 결국 연습 전 스트레칭이 없어졌다.
그러나 줌바 수업에선 스트레칭 시간이 좋다. 45분 내내 어리바리 버벅댔어도 스트레칭 시간엔 어떤 동작인지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팔 스트레칭, 목 돌리기, 허리 굽히기, 다리 스트레칭. 댄스 후의 스트레칭은 시원하다. 줌바 댄스는 매 수업마다 바뀌지만 스트레칭은 바뀌지 않아 스트레칭 순서를 얼추 외웠다. 나도 말이야, 잘하는 게 있다고!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한다면 무엇을 선택할래?
연말에 복직하게 되면 운동할 시간이 거의 없어진다. 직장에서 부랴부랴 집에 와도 늦은 저녁이 되고, 내가 빨리 집에 와야 친정 엄마를 집으로 보내드린다. 아이들과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저녁뿐이니 두 시간쯤 되는 시간을 아이들과 잘 보내야 한다.
그렇지만 운동의 필요성도 느낀다. 짧은 시간이라도 운동을 할 때와 아예 손 놓을 때의 몸 상태가 확실히 다르다. 제한된 시간을 할애해 운동 하나만 할 수 있다면 나는 어떤 운동을 하는 게 좋을까? 내가 줌바를 등록한 건 그러한 이유에서였다. 퇴근 후에 한 가지 운동만 할 수 있다면 정적인 요가와 동적인 줌바 중 어떤 것을 선택하는 게 좋을지 탐구하고 싶어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내 몸상태에 집중할 것인지, 신나는 음악에 맞춰 땀을 흘리며 활력을 찾을 것인지.
지금 상태로만 보면 요가의 승이다. 장시간 컴퓨터를 사용하느라 굽은 어깨와 등도 펴야 하고 거북목도 집어넣으려면 요가가 더 필요할 것 같다. 그러나 줌바 또한 매력적이다. 아직은 왕초보라 도저히 답이 보이지 않지만 혹시 내가 더 잘하게 되면 할 만하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시간 흐르면 잘하게 되는 거 맞나요?)
남은 휴직 기간 동안 줌바를 좀 더 탐구해 보기로 한다. 아직은 내가 줌바를 탐구하는 건지, 내가 줌바한테 탐구당하는 건지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