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와 다름없는 날이었다. 줌바 댄스를 가려고 옷을 갖춰 입고 나갈 시간이 되기를 기다렸다. 동생에게 전화가 와서 동생과 이야기를 하다 보니 가야 할 시간이 지났다. 허둥지둥 줌바 수업 장소로 향했다.
보통 나는 수업 10분 전에 도착한다. 실내용 운동화로 갈아 신고 앞 타임 수업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들어가서 선호하는 곳에 자리를 잡는다. 내가 선호하는 곳은 비록 4열 또는 5열로, 뒤쪽이긴 하지만 강사님과 1열 모범생 조교들의 모습이 비교적 잘 보이는 곳이다.
그러나 그날 내가 도착한 시간은 수업 시작 후였다. 밖에서부터 쿵쾅대는 음악이 들렸고 문을 열고 들어가자 수강장은 수강생들로 빼곡하였다. 늘 자리 잡던 왼쪽 4열이 아니라 오른쪽 6열에 자리 잡았다. 문제는 기둥 뒤라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기둥에 가려져 강사님은 전혀 보이지 않았고, 1열 모범생 조교의 모습은 얼핏얼핏 보일 뿐이었다.
외딴섬에서 혼자 춤추는 기분이었다. 내 모습이 거울로도 비치지 않으니 오히려 홀가분했다. 그동안 강사님이 내가 심하게 헤맬 때면 자신의 스텝을 보라고 눈짓을 주곤 하였는데, 그런 눈짓도 없으니 은근히 편안했다. 이 자리 꿀이네? 나는 자유인이다!
시계를 흘깃 체크해 가며 대강 움직이고 있었다. 갑자기 흩어져 있던 사람들이 줄 맞춰 모였다.
'아, 이거 전에도 해봤지! 옆으로 돌아 옆 사람 허리를 톡톡 치는 동작!'
첫 달에 이 동작을 처음 했을 때는 모르는 사람을 건드리는 게 영 내키지 않아 옆 사람에게 닿지 않게 손만 시늉을 했었다. 이번에는 두 번째 달이고 그래도 해봤다고 살포시 옆 사람을 건드려줬다. 앞에 있던 강사님도 중간 줄, 뒷줄까지 와서 함께했다. 강사님이 가까이 오니 부끄러웠지만 흥이 나기도 했다.
신나는 곡이 끝나고 사람들은 다시 간격을 두고 흩어졌다. 그때 내 옆에 있던 사람이 말을 걸었다.
"앞에 잘 보이세요?"
"아니요."
"저기 앞으로 가요. 선생님이 앞으로 오라고 했어요."
그리고서 그분은 내 소맷자락을 쥐고 나를 앞으로 끌고 갔다. 그분은 맨 앞줄 오른쪽 끝에, 나는 두 번째 줄 중앙에 위치하게 됐다. 내가 선망하는, 아니 참고하는 모범생 조교의 바로 뒷줄이다. (늘 잘 보고 있습니다.)
하아, 이게 아닌데! 내가 이렇게 앞자리를 차지해 버리면 저 뒷줄 사람들은 대체 누구를 참고한단 말인가! 갑자기 나는 사명감에 불타 올랐다. 그래, 못할지언정 멈추진 않겠다. 틀려도 안 틀린 듯 최선을 다해 현란하게 움직였다. 나는 시계를 볼 엄두도 못 내고 가장 열정적인 시간을 보냈다.
강사님이 잘 보이는 앞자리, 그래서 누군가에겐 내 모습이 훤히 잘 보이는 앞자리. 한 번 경험했으면 충분하다. 나는 누군가에게 참고가 될 만한 사람이 아니다. 앞으로는 절대 늦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