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바가 내게 남긴 것

줌바 댄스 도전기

by JOO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뭔가 어설프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밑줄 하나 반듯하게 긋지를 못하고, 종이를 가위나 칼로 자를 때의 결과물은 비뚤어지기 일쑤였다. 내가 고기를 구울 때마다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집게와 가위를 빼앗아갔다. 사람들이 고기를 구워준 덕분에 매번 고기는 편하게 먹을 수 있었다만 '나는 왜 이럴까?'란 자괴감도 있었다. 젓가락으로 초밥을 집어 먹는 내 모습에 남편은 어느 날 말했다. "자기 뭔가 집어 올리는 방향이 반대다? 그렇게 먹으면 힘들지 않니? 이렇게 집어서 먹는 게 편하지 않아?"


심지어 걸음걸이조차 뭔가 이상해서 사람들은 나를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다. 누군가 뒤에서 나를 보고 있다 생각하면 시선을 의식하느라 더 걷기가 힘들었다. 틀어진 골반 때문에 걸음걸이가 이상한가 싶어 좌우 균형을 더 맞추려고 의식하고, 굽은 어깨를 어떻게든 펴려고 노력하고 거북목의 모습이 되지 않으려고 턱을 최대한 당기고. 그렇게 의식할수록 자연스럽게 걸을 수 없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나의 행동이 전반적으로 어설프고 어색한 것을 알고 있기에 내가 추는 줌바 댄스의 모습도 어느 정도 가늠이 되었다. 충격적이거나 굴욕적이지 않았다. 딱 예상한 정도로 어설프고 실소가 나올 정도로 이상했다.


그렇지만 제대로 해보려고 눈을 부릅뜨며 왼발 차례인지 오른발 차례인지, 왼손을 올리는지 오른손을 올리는지 집중하여 관찰하며 몸을 움직이다 보면 어느새 왼발과 왼팔이 같이 나가고 오른발과 오른팔이 같이 나가고 있었다. 동작을 틀리지 않으려고 할수록 뭔가 점점 이상해졌기 때문에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움직이려 노력했다.


줌바의 동작 외에 어려운 점이 또 하나 있었으니 대체 언제 함성을 질러야 할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박치인 나는 매번 한 템포 늦게 '이때 소리 내는 거였어?'라고 생각할 뿐이었다. 또한 어쩌다 친숙한 음악이 나와서 목소리를 내볼까 하면 소리 내느라 동작이 틀어지거나 움직임이 둔화되었다. 멀티 태스킹이 이토록 안 된다니 한심하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앞서 9편의 글을 쓰면서 매번 내가 줌바를 얼마나 못하는지에 대해서만 이야기했다. 줌바가 즐거운지에 대한 언급이 너무 적어서 잠시 언급해본다. 가끔 콩콩콩콩 뛰는 동작이 나온다. 이때 정말 기분이 좋다. 좌우 전후 현란한 스텝을 움직일 때는 그다지 재밌지 않았는데, 한 다리로 콩콩콩콩 뛰었을 때 묘한 해방감을 느꼈다. (신이 나서 조금 무리하여 높이 뛰었더니 다음날까지 왼쪽 발목과 무릎이 아프길래 다음부턴 살살 뛰었다.)


그리고 너댓 번 해봤던 곡이 나오면 전에도 해본 노래라는 반가움이 있다. (물론 음악의 친숙함이 동작의 익숙함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라틴 음악이라는 게, 살사든 레게든 기타 등등이든 기본적으로 내 취향은 아니라 음악이 막 좋지는 않은데 그래도 때때로 맘에 드는 음악이 나오기도 한다.




줌바와 관련이 없으면서도 줌바 관련 어떤 깨달음을 준 일이 최근에 있었다. 친구와 뮤직바에 갔다. 뮤직바는 DJ가 음악을 (요즘 같은 경우는 뮤직비디오를) 틀어주는 공간인데, 우리가 방문한 그 뮤직바는 록(Rock)을 위주로 하는 록바였다. 2000년대엔 록을 틀어주는 칵테일바도 많았는데 언젠가부터 힙합이 주류 음악이 되어 비주류인 록을 틀어주는 곳이 별로 없다.


어쨌든 처음으로 방문한 록바에선 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에 유행하던 라디오헤드, 뮤즈, 오아시스, 콜드플레이, 그린데이 등의 음악이 빵빵한 사운드로 나와 가슴이 뭉클했다. 사람들은 처음에는 각자 자리에서 대화를 하며 음악을 듣더니 어느 순간부터 적극적인 이들은 화면 앞쪽에 나가 선 채로 머리와 몸을 흔들며 음악을 즐기기 시작했다. 급기야 오아시스의 '돈 룩 백 인 앵거(Don't Look Back In Anger)'가 나오자 떼창을 하였고 나도 오랜만에 목청을 높여 노래하였다. 나와 친구는 앞으로 나갈 만큼 적극적이진 않았기에 자리에 서서 가볍게 머리를 흔들었다.


린킨파크의 '넘(Numb)', 뮤즈의 '타임 이즈 러닝 아웃(Time Is Running Out)'과 라디오헤드의 '크립(Creep)' 등 명곡을 즐기고 밖으로 나왔는데 그렇게 개운할 수가 없었다. 몸과 마음에 막혀 있던 모든 걸 다 풀어낸 느낌이랄까. 찬 바람에 땀을 식히면서 생각했다. 내가 있어야 할 곳은 라틴 음악이 있는 곳이 아니라 록이 있는 곳이었구나. 그동안 줌바 댄스를 하고 나올 때마다 상쾌하고 개운함을 느끼기보다 '시간 지나면 즐거워지나?'라는 의구심이 있었는데, 그곳은 내게 어울리는 곳이 아니었구나!



결국 줌바가 내게 남긴 것은 다음으로 정리할 수 있다.

1. 못할 걸 뻔히 알면서도 새로운 일을 시도한 도전 정신과 포기하지 않은 끈기

2. 나 자신이 몸치임과 박치임을 재확인한 것 (그걸 꼭 해봐야 아나?)

3. 그리고 라틴 음악과 라틴 댄스는 내 취향이 아니라는 새삼스러운 깨달음 (이 또한 꼭 해봐야 아나?)


줌바는 세 달은 해봐야 할 만하다는 얘기를 들어 애초에 세 달을 목표로 삼았다. 그런데 11월에 수강 신청에 실패하고 말았다. 결국 줌바 댄스 도전기는 줌바의 벽을 넘지 못한 채 이대로 강제 종료. 두 달 동안 화요일과 목요일은 일탈하는 기분을 느껴서 즐거웠다. 다시 만날 일은 없을 것 같은데, 어쩌나 줌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