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댄스의 시대다. 학교에서 여자 아이들은 쉬는 시간마다 아이돌 댄스를 춘다. 남자 아이들도 옆에서 보다 보니 동작을 조금씩 배워 온다. 문화센터 K-POP 댄스 수업에도 아이들이 가득하다.
이와 같은 추세를 교육에 반영하였는지 아이들 학교에선 이번 학기에 댄스 수업이 생겼다. 5학년 큰아이는 한 달간 스트리트 댄스를, 2학년 작은아이는 10주간 민속 무용을 한다. 안 하던 걸 새로이 하니 얘깃거리가 된다.
"엄마, 스트리트 댄스에서 뉴진스의 슈퍼샤이를 배웠는데 보여드릴까요?"
엄마의 눈으로는 수준급 댄스로 보인다.
"대단한데? 엄청 잘 춘다!"
"나도 나도! 나는 꼭두각시를 배웠어."
"오, 꼭두각시? 엄마도 옛날에 배웠어. 그거 연습해서 운동회 때 학부모들한테 보여줬는데. 여자가 앞에 있고 남자가 뒤에 있고 고개를 이쪽 한 번, 저쪽 한 번. 맞지?"
"그거 아닌데. 나 하는 거 봐봐."
"잘하는데!!!"
그리고 댄스의 열풍에 올라탄 나도 줌바 댄스에 대해 얘기했다.
"줌바 댄스는 동작을 따로 안 알려줘. 그냥 음악을 크게 틀고 선생님을 보고 추는 건데 다들 엄청 잘 춰."
"줌바에선 어떤 춤을 춰요?"
"응? 그... 뭐더라? 뭘 어떻게 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이렇게 이렇게... 아 모르겠다."
아이들은 나를 보고 의아해한다. 지금 내가 뭘 본 거지, 라는 눈빛을 숨기지 못하는 아이들.
이내 큰아이가 묻는다.
"엄만 줌바 댄스를 왜 등록했어요?"
"어, 왜냐하면 말이지. 신나는 음악에 맞춰 즐겁게 땀 흘리며 운동하고 싶더라고."
"그럴 바엔 조깅이 낫지 않아요?"
잠깐 보여준 내 모습이 그리 별로였나? 하긴 나도 내가 무슨 동작을 했는지 모르겠다.
옆에서 작은아이도 "난 줌바란 말이 맘에 안 들더라."라며 덧붙이기.
(줌바가 아줌마란 말과 비슷하여 맘에 안 든단다. 어휘의 유사성에 대해선 인정)
나는 왜 조깅이 아니라 줌바를 선택했을까. 의지박약인 내가 혼자서는 운동을 하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그리고 옆 사람들을 통해서라도 강렬한 즐거움을 느끼고 싶었기에 선택한 것이리라. 웬만해서 땀이 나지 않는 나도 줌바에서만큼은 땀이 난다. 비록 수건으로 닦을 만큼 많은 땀은 아니지만 땀 흘리는 기분이 나쁘지 않다.
그 사이 큰아이는 스트리트댄스에서 슈퍼샤이를 끝내고 새로운 곡을 배운다고 한다. 르세라핌의 '이브, 프시케 그리고 푸른 수염의 아내'란다. (제목이 너무나 어렵다)
작은아이도 꼭두각시를 끝내고 새로운 댄스를 배우기 시작했다고.
"엄마, 새로운 춤을 배우는데 놀이공원 같은 데서도 공연하는 그 춤 뭐지?"
"아, 쌈바?"
"맞다. 쌈바! 난 쌈바가 싫어."
"왜? (잔망스럽게 발과 팔을 왔다 갔다 하며) 쌈바! 쌈바! 이런 거 아니야?"
"(한숨을 쉬며) 으휴, 난 쌈바 춤이 마음에 안 들더라."
바야흐로 댄스의 시대다.
나는 비록 춤신춤왕들이 포진한 줌바 세계에서 맨뒤 구석탱이를 지키고 있는 쭈글이 신세긴 하지만 그래도 몸치의 도전은 계속된다!
(오늘 거울 속 내 모습을 보니 춤이 아니라 뜀박질 같았다. 조깅하는 게 나을 뻔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