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수강생은 10분 일찍 오면 기본 스텝을 가르쳐 주겠다는 강사님의 말에 시간 맞춰 줌바 댄스 수강장으로 향했다. 앞 수업이 끝나고 사람들이 우르르 나왔다. 땀으로 젖은 머리, 발갛게 상기된 얼굴, 싱글벙글한 미소를 띤 사람들. 나도 몇 달 후엔 저런 모습이 될 수 있으려나.
앞 타임 수강생들이 나가자마자 나는 한편으론 땀을 닦고 한편으론 머리 밴드를 다시 매고 있는 강사님 앞으로 가서 당당히 말했다. (먼저 말하지 말 걸..)
"신규 수강생이라 기본 스텝 배우러 왔는데요."
내가 이야기하자 신규 수강생 몇 명이 내 곁으로 모여들었다.
"메렝게(Merengue)는 오른발 오른쪽으로 나갔다가 왼발은 제자리, 오른발 제자리, 이번엔 왼발 왼쪽으로 나가고 오른발 제자리, 왼발 제자리. 자, 해볼까요?"
메렝게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세렝게티 초원이 생각난다. 이런, 딴생각할 때가 아니다. 무조건 따라 하자. 내가 지금 잘 따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한둘셋, 한둘셋! 옛날부터 4분의 3박자가 싫었다. 하나둘하나둘 또는 하나둘셋넷 딱 떨어지는 4분의 2박자나 4박자가 좋다. 그러니까, 내 발은 자연스럽게 4분의 3박자 리듬을 거부하고 있었고 나는 머리로 애써 발을 컨트롤해야 했다.
"이번엔 살사(Salsa)인데요. 살사는 오른발 앞으로, 제자리. 왼발 뒤로, 제자리. 괜찮죠? 이제 팔을 자연스럽게 앞뒤로 흔들면 돼요."
신규 수강생이 기본 스텝을 배우는 동안 기존 회원들은 각자 수다를 떨며 신규 수강생들의 어설픈 동작을 지켜보고 있었다. 10분 동안 뭔가를 많이 배운 듯한데, 배워도 아리송하다. 음악 틀고 하다 보면 알게 되겠지.
옷이 날개라 했던가. 후줄근한 운동복을 벗어던지고 새로 산 줌바복을 입었더니 내가 예뻐 보인다. 자신감도 넘친다. 지난 시간에 기본 스텝도 배웠겠다, 새 옷도 입었겠다, 오늘은 왠지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앞선 수업에서는 맨 뒷줄의 구석에 자리 잡았다. 못해도 마음 편한 위치이므로. 그러나 오늘따라 내 앞이 비어 있고 사람들이 앞으로 오라고 손짓한다. 그 손짓을 못 본 척했어야 했다. 맨뒤 구석 자리를 사수했어야 했다. 과한 자신감 탓이었을까. 나는 그 빈자리를 채우고 말았다.
첫째 줄, 둘째 줄은 숙련된 조교들(=잘하는 기존 회원들)이 포진되어 있다. 셋째 줄, 넷째 줄은 조용히 잘하는 사람들의 자리이다. (그런 줄 몰랐지) 그 넷째 줄에 내가 얼결에 자리 잡은 것이다. 맨뒤에 있을 땐 강사님이 잘 보이지 않아 조교들을 보며 동작을 따라 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를 못 보고 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는 자리였다. 나를 포함한 신규 수강생들이 몇 명 있지만, 나는 그들 중에서도 으뜸으로 못하는데, 그런 내가 앞쪽에 자리 잡으니 뒷사람들은 나를 억지로라도 봐야 했다.
게다가 강사님 눈에 내가 자꾸 띄는지 강사님은 나에게 자신의 스텝을 보라는 손짓과 눈빛을 자꾸 보낸다. 보고 있어요, 보고 있어도 모르겠다고요. 마음의 소리를 삼키며 애를 쓴다.
내 뒤에 있는 사람들은 나를 보며 '아, 나보다 더한 사람도 있구나'라며 위안을 얻었을까.
신규 수강생 여러분, 제가 여러분에게 꿈과 희망이 되어줄게요. 이렇게 못하는 사람도 애쓰고 있구나, 생각하며 버티기로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