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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 Oct 19. 2023

40대에게 사진 찍기란

친구가 오랜만에 화장과 머리를 한 김에 셀카를 찍었는데 자신의 모습에 놀라 황급히 사진 어플을 다운 받았다고 한다. 그 말에 어찌나 공감되던지. 나 역시 요즘 거울을 볼 때마다, 사진을 찍을 때마다 깊어진 팔자 주름에 놀라곤 한다. 40대는 노화가 시작되는 나이이기에 이 또한 자연스러운 현상인 걸 알지만, 아는 것과 받아들이는 것은 다른 문제다.   


나의 엄마가 마흔 살이 되던 해에 어릴 적 나는 생각했다. 우리 엄마 마흔 살 되더니 얼굴이 작년과 다르지 않은데 조금 늙어 보이네. (물론 속으로만 생각했다.) 어린 나는 40대란 그런 나이구나, 어렴풋이 짐작할 따름이었다.



대학생 때 나는 친구에게 결연한 의지를 밝혔다.

"나는 부자연스럽게 여기저기 고치기보다 자연스럽게 늙어갈 거야. 그리고 외면보단 내면의 미가 중요하지 않아?"

학교 끝나고 집에 가는 지하철 안이었는데, 옆에서 듣고 있던 할머니가 웃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뭘 모르고 한껏 씨불였다. 젊음의 패기였나 보다.



집안 정리하다가 가끔 나의 20대 때 사진을 발견하면 아이들한테 보여준다. 아이들은 사진을 보고 "와! 엄마 젊다. 이땐 팔자 주름이 없네."라고 감탄해준다. 크흑! 그나마 나는 낫다. 남편 젊을 때 사진을 보여주면 애들이 "에이, 거짓말. 이게 아빠라고?" 한다. 남편, 지못미.




인스타그램에는 많은 셀카 여신들이 존재한다. 얼굴은 조막만 하게, 눈은 엄청 크게, 코는 오똑하게, 입술은 빠알갛게. 어플과 보정의 힘을 거친 사진은 실물과 다른 경우가 많다. 내 지인 중에는 (젊은이가 없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실물과 다를 정도로 다른 사진을 올리는 이가 없어서 별로 체감은 못 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예전에 알던 20대 중반 나이의 직원과 인스타 맞팔로우를 하게 되면서 놀랐다. 우리 팀 후배가 팔로우하고 있는 걸 보면 그 직원이 맞는 것 같은데 프로필 사진을 보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몇 번을 들여다보고서야 맞구나 하고 팔로우를 수락했다. 왜소한 체구에 예쁘장한 얼굴인 그 직원은 인스타에선 글래머 여신 느낌이었다. 말로만 듣던 이런 현상(?)이 눈앞에서 펼쳐진 걸 보니 신기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했다. 내가 보기엔 원래 모습이 더 나은 것 같은데.




사실 나는 어플로 사진 찍으면 왠지 지는(?) 기분이 든다. 부자연스럽게 눈이 커지는 것도 싫고 과하게 뽀샤시해지는 것도 싫다. 어플에 지기 싫어서 기본 카메라로 사진을 찍었더니 매번 팔자 주름에 진다. 웃으면 팔자 주름 생기니 웃지 않기. 안 웃으면 화나 보이니 조금만 웃기. 조금만 웃는 게 이 정도? 조금 더? 에라이, 그냥 대충 찍자. 이상하게 나온 사진을 보정 기능으로 꾸역꾸역 억지로 예쁘게 만들어 보려고 노력하다 결국 안 되어 삭제하곤 다. 이래서 나이 들수록 사진 찍기 싫은가 보다.


전에 선배를 만나 사진 찍는데 내가 핸드폰 기본 카메라를 켰더니 선배가 나를 저지했다.

"너 어플 안 써? 어플 필수야! 빨리 깔아라."

나보다 6살 많은 선배의 동안 비결은 꾸준한 피부 관리도 있었지만 어플의 힘이 상당수 작용했던 것이다. 선배가 어플로 찍어준 내 사진이 화사하고 예뻐서 두고두고 기분 좋았다. 선배를 만나고 와서 당장 그 어플을 깔았지만 수시로 뜨는 광고를 참지 못하고 삭제하고 말았다.


요즘따라 깊어진 팔자 주름에 이젠 어플에 무릎을 꿇어야 할 때인가 싶다. 있는 그대로의 나보다 나를 자연스럽게 포장해줄 도구가 필요한 나이 40대.



* 대문 이미지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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