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로부터 글쓰기 독촉 알림이 올 때가 되었다. 2주 동안 쓰지 않으면 브런치로부터 독촉 알림이 온다. 2주의 유예 기간 동안 잘 놀다가 독촉을 받기 전에 급히 뭐라도 쓴다. 역시 최고의 수비는 공격이다. (...응?)
글을 쓰지 않으면 편하다. 글감을 찾겠다고 신경을 곤두세울 필요도 없고, 컴퓨터 앞에 진득하게 앉을 필요도 없다. 이동진 영화 평론가가 예전에 그랬다. 글만 안 쓰면 영화 평론가란 직업이 참 좋은데, 글을 써야 하는 게 큰 단점이라고. 글쓰기는 많은 이들에게 고통을 안겨 주나 보다.
그렇지만 글을 쓰지 않는 기간 동안 마음이 마냥 편하진 않았다. 누가 독촉한 것도 아니건만 써야 한다는 마음과 귀찮다는 마음이 대립했다. 샤워하다가, 산책하다가 '이건 꼭 써야겠네'라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가도 샤워나 산책이 끝나는 순간 '귀찮으니 다음에 쓰자'라며 겨우 떠오른 아이디어마저 흘려보냈다. 노트북을 켜고 자리에 앉는 게 이토록 귀찮은 일이던가!
이제 진짜 써야겠다고 결심하고 노트북을 켰을 때 몇 번이고 아득해졌다. 쓰고 싶은 내용을 머릿속에 잘 정리해 뒀는데도 막막하다. 글, 어떻게 쓰는 거더라?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하지? 깜박이는 커서가 싫어서 ㄱ을 썼다 지웠다 한다.
이거 혹시 '글쓰기 입스'인가?
입스(Yips)란 골프, 야구 등의 운동에서 평소에 잘하던 선수가 익숙한 동작을 갑자기 제대로 하지 못하는 증상이다. 골프 선수가 잘못된 방향으로 공을 치는 것, 야구 선수가 공을 아예 못 던지게 되거나 엉뚱한 곳으로 던지는 것 등이다. 심리적 압박감이 원인이라고 하는데, 입스를 극복하지 못한 선수는 결국 은퇴하기도 한다.
요즘 나는 최강야구라는 야구 예능 프로그램을 정주행하고 있다. 포수 이홍구 선수는 입스가 와서 도루하는 주자를 견제하는 공을 던지지 못한다. (작년 방송 기준, 올해는 어떤지 아직 못 봐서 모름) 입스를 극복하는 방법이 있기는 하냐고 묻는 피디에게 김성근 감독은 답한다.
"자꾸 던져야지."
결국 뾰족한 수는 없다. 자꾸 던져보며 스스로 극복해야 한다. 글쓰기 입스 또한 별수 없다. 자꾸 쓰며 다시 익숙해지는 수밖에.
쓰고 보니 부끄러워진다. 내가 그동안 뭐 얼마나 글쓰기에 익숙했다고 입스가 오나? 입스라고 일컫긴 석연치 않지만, 일단 오늘은 꾸역꾸역 이만큼 써냈으니 입스 1차 극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