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OO Dec 25. 2023

예약이 없다니요?(1)

겨울 제주 호캉스

복직 전에 여행을 다녀오고 싶어 11월 말에 아이들 학교에 현장학습 신청을 내고 여행할 계획을 세웠다. 목적지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올해 1월에 한 달 살기를 했던 곳이라 그리웠다. 여전한지, 변했는지 다시 가보고 싶었다. 남편은 시간이 도저히 안 되어 내가 아이 둘을 데리고 가기로 했다. 그러나 둘째 아이가 폐렴에 걸리는 바람에 여행을 미뤘다.


남편도 함께 갈 수 있는 일정으로 다시 예약을 잡았다. 호텔과 항공권을 수 차례 변경하면서 혼이 빠졌다. 첫째와 나는 독감에 걸렸는데, 나는 독감에 걸려 고열이 나는 와중에 호텔 예약을 했다가 취소 시 46% 환불 수수료가 있다는 경고를 미처 보지 못하여 30 여만 원을 떼일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O월 O일까지 취소 가능'이라 표출해놓고 환불 수수료에 대한 경고 메시지는 느낌표 속에 숨겨놓은 사이트는 개선할 필요가 있다. 느낌표 위에 마우스를 대고 클릭해야 이 중요한 메시지가 보인다.) 다행히 예약하자마자 느낌이 이상해서 고객센터에 전화하고 메일을 보내서 환불 수수료 없이 취소하고, 무료 취소 및 환불이 가능한 조건을 찾아 다시 예약했다.


나와 첫째는 독감은 잘 이겨내서 여행을 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첫째가 독감 완치 후 며칠 있다가  폐렴에 걸렸다. 다행히 입원할 정도는 아니었으나 5일 꼬박 열이 났고 학교를 주말 포함 8일이나 결석했다. 결국 우리는 여행을 취소하고 말았다.


여행을 취소하면서 미련이 남았다. 첫째가 나을 무렵 짧게 국내 여행이라도 다녀오자 싶었다. 제주도에 가보고 싶다던 둘째의 의견을 고려하여 목적지를 제주도로 정했다.


그리고 추운 날씨 및 호캉스를 좋아하는 우리 가족 성향에 맞게 리조트 안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않을 수 있는 호텔을 예약했다. 앞서 쿠알라룸푸르 호텔 예약할 때 크게 데인 적이 있었으므로 이번엔 호텔 공식 홈페이지에서 직접 예약했다.




출발 1주일 전부터 강한 한파가 찾아오더니 출발 사흘 전엔 눈이 내렸다. 서울은 폭설 수준까지는 아니었지만 제주도에는 이례적으로 폭설이 내렸다고 한다. 제주 공항 활주로가 폐쇄되고 항공기는 무더기로 결항되었다.


다행히 우리가 제주로 출발하는 전날 오후부터 제주 공항이 재개되었다. 그리고 출발 당일인 오늘 새벽에도 눈이 내렸다. 눈 때문에 비행기가 뜰지 걱정되었지만 다행히 아침엔 눈이 그쳐서 큰 문제는 없었다. 우리가 탑승하는 항공편의 바로 전 시간편과 전전 시간편 모두 제설 관계로 지연되었는데, 우리 비행기는 지연 없이 정시에 출발했다. 모든 게 순조로웠다.

이때만 해도 좋았지...


비행기에서 꾸벅꾸벅 조는 나를, 우리 둘째는 가만히 놔두지 못하고 자꾸 깨웠다. 꿀잠은 못 잤어도 잠깐 잤더니 머리가 개운했다. 제주공항에 도착하여 짐을 찾고 택시를 타고 호텔로 갔다. 아이들은 실내 워터파크에서 수영하고 놀이공원에서 놀 생각에 들떴다. 사실 아이들이 말레이시아에 못 가서 많이 실망했기 때문에 나는 제주도에 오기 전에 우리가 묵을 호텔을 아이들에게 일부러 보여주며 기대감을 고취했다.


제주 신화월드 신화관

호텔에 도착하여 예약 확인을 했다. 직원에게 나의 이름을 말했더니 직원이 찾아보더니 나의 이름이 없다고 한다.

"네? 그럴 리가요!"

"고객님, 혹시 1박이세요?"

"아뇨, 오늘부터 2박인데 예약이 없어요? 예약 번호를 보여드릴까요?"

나는 이메일로 받은 컨펌 레터를 직원에게 보여줬다. 직원은 내 예약을 확인하더니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

"고객님 예약은 1월 18일부터 1박이네요. 오늘 크리스마스이브라 객실이 다 찼는데 어쩌죠?"

내 옆에서 신나게 있던 아이들은 얼어버렸다. 나는 말할 것도 없었고.


크리스마스이브에 제주도까지 와서 이를 어쩐담.


(다음 편에 계속)


매거진의 이전글 연휴엔 놀이공원(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