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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 Dec 25. 2023

예약이 없다니요?(2)

겨울 제주 호캉스

상상해본 적은 많다.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신분증을 안 가져왔다든지, 비행기나 호텔 예약을 잘못했다든지 하는 상상. 이번에도 항공권과 신분증은 몇 번이나 확인했다. 특히나 국내선 비행기라 여권 대신 아이들 신분을 증명할 서류가 필요했으므로 가족관계증명서를 미리 뽑아 잘 챙겼다.


그런데 호텔 확정서를 확인할 생각은 못 했다. 예전에는 호텔 확정서도 프린트하여 가져갔었지만 요즘은 예약이 제대로 되어 있으면 종이가 굳이 필요하지 않다. 예약이 제대로만 되어 있다면. 


예약 당시를 돌아보니 상황은 이렇다. 폐렴이 한창이었던 아이가 아직 다 낫지 않은 상태일 때 호텔을 알아봤다. 12월 23일은 비행기와 호텔 모두 예약하기 어려워 24일과 25일로 찾았다. 호텔 홈페이지에서 예약하면 무료 취소 가능한 조건이었으므로 혹시 아이가 다 낫지 않아 여행을 못 가게 되더라도 손해가 없었다. 예약하려 하니 회원 가입이 필요했다. 멤버십을 가입하면 할인과 적립 혜택이 있으니 나쁘지 않았다. 예약 화면에서 나갔다가 다시 들어가면서 기본값으로 설정된 날짜가 표출된 것 같다. 날짜를 확인했어야 하는데, 룸 타입과 사람 수만 보고 예약을 진행했었나 보다. 이메일로 컨펌 레터가 바로 들어오기에 예약이 잘 되었다고 생각했다. 첨부파일만 열어 확인했다바로 알아챘을 텐데. 



예약이 없다고요? 그럴 리가 없는데요..

호텔 리셉션 직원은 예약센터에 전화하여 예약 변경을 문의해보라 하였다. 머리가 띵 하고 앞이 노래졌지만 수습이 먼저였다. 예약센터에 전화해보니 내가 묵으려고 했던 신화관은 만실이라 자리가 없고 랜딩관은 자리가 있다고 하였다.


참고로 제주 신화월드에는 메리어트, 신화관, 랜딩관, 서머셋 이렇게 네 개의 호텔이 있다. 신화관에 묵으면 워터파크 입장이 무료고 신화관 건물에 워터파크가 있어서 멀리 이동하지 않아도 된다. 만약 랜딩관에 묵으면 워터파크까지의 먼 거리를 감수해야 하고 워터파크 입장권도 따로 구매해야 한다. 그런데 내가 예약센터와 통화하는 동안 (아마도) 매니저급의 직원이 남편에게 와서 신화관 예약을 해줄 수 있다고 하였다. 그래서 예약센터와의 통화는 종료하고 리셉션 직원 앞에 가서 신화관 객실을 예약하였다. 호텔 측에서 비상용으로 남겨둔 객실이 하나 있어 예약센터에선 예약이 불가하지만 현장에선 예약이 가능했던 것이다.


체크인까지 시간이 남아서 우리는 짐을 호텔에 맡기고 점심을 먹으러 갔다. 점심 먹고 호텔에 체크인하러 가는 길에 둘째에게 여행 오니 좋은지 물었다. 아이는 대답했다.

"방에 들어가서 침대를 봐야 안심이 되겠어. 안 그래도 아침부터 밖에 오래 있어서 피곤한 데다 예약이 잘못됐다 해서 나 많이 긴장했거든."

왜 아니겠는가. 들떴던 기분에 찬물을 확 끼얹은 그 말, 예약이 없는데요.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어쨌거나 방으로 잘 들어왔다. 자칫 잘못하면 최악의 크리스마스가 될 뻔했다.

엄동설한에 이 한 몸, 아니 이 네 몸(네 식구) 누일 곳이 있어 천만다행이다.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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