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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 Oct 07. 2023

연휴엔 놀이공원(2)

롯데월드와 롯데호텔

큰아이는 멀미가 심하다. 그네도 못 타고 코끼리코 돌기도 못한다. 나도 30대부터는 귀의 평형기관이 좋지 않아 그네나 바이킹 등의 수평 운동 기구를 타면 어지럽다. 우리의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니 놀이공원에서 탈 것도 명확해졌다. 놀이공원에는 놀이기구의 종류가 많아서 혼란스럽지만, 회전 그네 등 빙빙 도는 기구와 자이 스윙이나 스페인 해적선(바이킹) 등 수평으로 왔다 갔다 하는 기구를 제외하고, 소싯적에 타던 회전목마 같은 시시한 놀이기구까지 제외하고 나니 의외로 탈 것이 몇 개 남지 않았다.


나의 목표는 명확했다. 360도 회전하는 롤러코스터, 즉 후렌치 레볼루션을 타는 것. 사실 롯데월드에서 제일 무서운 롤러코스터는 아틀란티스인데, 이건 나도 안 타본 거라 섣불리 시도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일단 이번엔 후렌치 레볼루션을 타보고 다음 방문에 아틀란티스를 탈 결정하기로 했다.  



실내 2층에 있는 후렌치 레볼루션으로 향했다. 바로 줄 서는 곳으로 들어가려 했더니 직원이 시간표 종이를 보여 달라고 한다. 알고 보니 후렌치 레볼루션은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었다. 예약 기계에서 먼저 시간표 쪽지를 받아야 한다. 마침 기계에 줄 선 사람이 적었다. 줄을 섰더니 내 바로 앞에서 끊겼다.

"마감입니다. 1시에 다시 오세요."

약 한 시간 후에 다시 시간표를 받으러 와야 했다.

 

우리는 남는 시간 동안 모노레일을 타러 갔다. 모노레일을 타면 롯데월드의 실내와 야외 전경을 둘러볼 수 있다. 시간도 때우고 앉아서 쉴 겸 하여 선택했는데, 마침 밖에 비가 와서 야외는 안 나가고 실내만 돈다고 했다. 아쉬운 마음도 약간 있었지만, 후렌치 레볼루션을 예약하려면 짧게 타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모노레일에서 내려 후다닥 후렌치 레볼루션으로 뛰어갔더니 그새 예약하려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그래도 줄이 생각보다 빨리 줄었다. 2시 30분 입장이 가능한 시간표 쪽지를 받고 점심을 먹었다. 점심 식사 후 2시엔 1층에서 잠시 퍼레이드를 보고 후다닥 2층 후렌치 레볼루션으로 올라왔다.

팝콘 먹으며 퍼레이드 기다리는 중


예약한 쪽지를 보여주고 입장해도 또 줄을 서야 했다. 대기의 연속이었다. 스트레칭을 하며 20분쯤 기다리자 우리 차례가 되었다. 앞칸에 큰아이가 앉고 뒤칸에 나와 작은아이가 앉았다. 큰아이 옆에는 싱글라이더(혼자 타는 사람) 줄에서 온, 큰아이 또래의 남자 아이가 앉았다.


큰아이 옆에 같이 앉아주지 못한 게 마음 쓰였다. 엄마가 자신보다 더 어리고 겁도 더 많은 동생과 앉는 것을 아이는 당연하게 받아들이지만 한편으론 조금 서운하지 않을지.


내가 초등학교 4학년 때 롯데월드에 와서 후렌치 레볼루션을 처음 탔을 때도 나는 첫째라 혼자 따로 앉고 동생은 엄마와 둘이 탔었다. 그때 엄마는 이 무서운 걸 큰아이 혼자 타게 한 것에 걱정을 많이 했지만 난 그저 신나서 또 타고 싶었을 뿐이고.



생각을 뒤로하고 롤러코스터는 출발했다. 나는 옆에 앉은 작은아이의 손을 연신 쓰다듬어줬다. 그러나 열차가 올라가니 나도 긴장되었다. 나는 아이에게 손을 떼고 내 손잡이를 꽉 쥐었다. 20년 만에 탄 후렌치 레볼루션, 과연 내 몸은 세월을 이기고 여전히 재밌게 느낄지?


위로 올라간 열차가 아래로 떨어지고부터는 생각할 여력이 없었다. 어두운 동굴 속에서 보이지 않는 채로 아래로 떨어지고 현란한 전구들이 있는 데를 정신없이 지나더니 휙 돌고 (여기가 360도 회전 구간이구나...) 수직 낙하인가 싶은 각도로 휙 떨어지고 나니 어느새 끝. 확실히 짜릿했는데 머리가 멍했다.


큰아이는 예상대로 신남과 뿌듯함이 얼굴에 묻어 있었다. 작은아이는 너무 무서웠다며 입을 삐죽여놓고 그래도 재밌었다고 한다. "다음에 롯데월드 오면 우리 후렌치 레볼루션부터 타자!"라는 제안까지 했다. 확실히 한 단계 도약한 느낌이다. 지금만큼은 이 세상에 무서울 게 없다!  

죄수가 된 둘째와 야간 퍼레이드를 내려보는 첫째


사람이 많아서 타고 싶었던 혜성특급(우주를 테마로 한 롤러코스터)은 못 탔지만 추석 연휴치고 사람이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어서 비교적 잘 놀았다.


아이들을 위해 떠난 나들이였지만, 이번 롯데월드에서 가장 신난 사람은 나였던 것 같다. 옛날에 롯데월드 와서 놀던 기억도 새록새록 떠올랐고, 놀이기구 싫어하는 남편 대신 같이 타주는 아이들이 있어 든든했다. (남편이 나랑 연애할 때 에버랜드 T익스프레스 연달아 두 번 타더니 놀이기구와 절연한 듯하다.)


아이들이 크면 엄마보다는 친구들이랑 간다고 할 테니 이 시기를 더 소중히 여기고, 아이들이  크기 전까지 놀이공원을 많이 다녀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매직캐슬 라이츠업 (레이저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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