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이건 아주 미스터리한 일이다. 빨래를 하고 나면 내 옷만, 그것도 배 부분에만 구멍이 뚫리는 것이다. 남편과 아이들의 옷은 무사하다.
시작은 아마도 건조기를 들이면서부터였을 것이다. 건조기가 옷을 상하게 한다는 이야기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나는 건조기를 들이자마자 건조기의 추종자가 되었다. 세탁한 옷을 빨래 건조대에 널지 않아도 된다는 게 사람 마음을 얼마나 가볍게 해줬는지 모른다. 게다가 거실 창문 전체를 가리도록 자리를 차지하는 빨래 건조대를 치울 때의 해방감은 어마어마했다. 건조대를 치우고 집이 넓어 보이고 깔끔하게까지 보이자 나는 환호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비가 내리는 장마철엔 또 어떠한가. 제대로 마르지 않은 빨래에 퀴퀴한 냄새가 나면 기껏 한 판 끝낸 빨래를 다시 돌려야 했다. 건조기를 들이고선 장마철이 무섭지 않았다. 빨래를 건조기에 넣고 버튼을 누르면 한 시간 후 뽀송뽀송하고 따뜻한 빨래 완성이요! 나는 이 편리함을 결코 포기할 수 없었다.
그러나 건조기의 달콤함은 달콤하기만 하지 않았다. 자꾸만 배 부분에 구멍이 뚫리는 바람에 입을 수 있는 옷이 줄어들었다. 안 그래도 옷을 안 사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있는 옷까지 구멍이 뚫리다니.
나는 구멍 뚫린 외출복을 입으며 생각했다. 겨울엔 두꺼운 외투를 입으니 내 옷의 구멍이 안 보일 거야, 외투를 안 벗으면 되지. 구멍이 심하게 뚫린 실내복을 입으며 생각했다. 천이 좋아 촉감도 부드럽고 착용감도 좋은데 구멍 때문에 버리는 건 아깝지, 어차피 집인데.
어느 날 구멍 뚫린 니트를 보고 남편이 말했다. - 그 옷 좀 제발 버려. - 어차피 패딩 입어서 괜찮아. - 자기 그러다 사람들 앞에서 망신당한다.
니트를 벗고 실내복으로 갈아입었다. 남편이 놀렸다. - 구멍 뚫린 옷을 벗고 구멍 뚫린 옷을 다시 입었냐? - 집인데 뭐 어때? - 난 생각 안 하니? 내가 아무리 자기를 이쁘다고 하지만 이건 너무 심하잖아. 환 공포증 오겠어! - 옷 보지 말고 얼굴만 봐.
요즘은 산 지 얼마 안 되는 외출복은 건조기에 안 돌리고 베란다에 널긴 하는데 그래도 자꾸 배 부분만 해지는 게 참으로 이상하다. 게다가 왜 내 옷만! 나는 설거지를 하면서 배 부분에 물이 많이 묻어 옷이 약해진 결과라고 추측하는데, 건조기에 대해 잘 아시는 분이 있다면 이 미스터리를 풀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