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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 Feb 11. 2024

인생의 전성기

feat. 최강야구

요즘 내가 유일하게 챙겨보는 TV는 야구 예능인 ‘최강야구’다. ‘예능’보다는 ‘야구’에 중점을 더 둔 프로그램이지만, 중간중간 은근히 웃기는 부분도 있다. 야구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재미있게 볼 만하다.



‘최강야구’가 프로 야구보다 재미있는 이유는 아마도 이 프로그램은 야구라는 행위보다 야구를 하는 사람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카메라는 타석에 들어가기 전 타자의 모습,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기 전 투수의 혼잣말 등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이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나와 완전히 동떨어진 ‘야구 선수’의 모습이 아니라, 각각 다른 영역에서 인생을 살고 있는 ‘한 인간’의 모습이 보인다.


타자와의 승부를 앞둔 투수가 “힘 빼고.”라고 말하고 어깨를 흔들며 힘을 푸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같이 심호흡을 하며 어깨를 털었다. 모두가 나 하나를 지켜보고 있다면 얼마나 떨리고 부담될까. 중요한 발표나 면접을 앞뒀던 일이 떠올랐다. 떨리고 긴장되더라도 나 스스로 해결해야 한단 생각까지는 했는데 바짝 솟아오른 어깨를 털어줄 정신이 있었던가. 중요한 자리일수록 힘을 살짝 빼줄 필요가 있는데 말이다.




‘최강야구’에는 박용택, 정성훈, 이대호, 정근우 등 프로야구에서 레전드급으로 은퇴한 선수들도 있지만, 김문호, 신재영, 박재욱처럼 프로야구에서 맹활약을 하지 못한 채 은퇴한 선수들도 있다. 후자는 ‘최강야구’에 합류하면서 오히려 실력이 더 좋아지고 많은 인기도 얻었다. 특히 신재영 투수는 처음에는 김성근 감독에게 자신은 선발 투수 안 나가냐고 여쭤보고 거절당하기도 했지만, 결국에는 팀의 2 선발이라는 에이스 투수로 우뚝 서게 된다. ‘최강야구’ 연습에 거의 빠지지 않고 참석한 신재영 선수는 김성근 감독님을 조금 더 일찍 만났다면 프로 생활을 더 오래 할 수 있었을 것 같다고 말한다.

신재영과 박재욱


‘최강야구’를 보면서 ‘인생의 전성기’에 대해 생각한다. 10대부터 20대 후반 내지는 30대까지 야구만 바라보며 달려오던 이들은 아마도 프로야구에서 물러나면서 인생의 전성기가 끝났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혹은 인생의 전성기도 없이 저물어 간다고 느꼈을지도 모른다. 인생의 전성기가 끝났다고 생각할지라도 인생은 계속된다. 그리고 살다 보면 또 다른 기회가 찾아올 수 있다. ‘최강야구’라는 프로그램에서 이들이 다시 야구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지 누가 예상했을까.

 


과연 내 인생의 전성기는 언제일까. 때로는 지난해 보이는 삶을 충실하게 살아내면 예상치 못한 순간에 나의 전성기가 찾아올지도 모른다. 물론 전성기든 아니든 삶은 계속된다. 전성기 없는 평탄한 삶도 괜찮다. 그러한 삶에도 가슴 뭉클한 순간은 존재하니까.


지금은 ‘최강야구’의 스토브리그(*) 기간이라 방송도 쉬고 있다. 2024년 시즌이 시작되면 우리에게 또 어떤 교훈과 감동을 줄지 기대된다.   



* 스토브리그: 스포츠 리그에서 다음 정규 시즌을 위한 선수들의 자율훈련, 여가 활동, 휴식 및 회복, 훈련을 통한 경기력 강화와 함께 팀은 기존 선수나 코치들의 재계약이나 신규영입, 해임 또는 방출, 트레이드, FA 제도를 이용한 타 선수 계약 등으로 전력 보강을 하는 기간 (출처: 나무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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