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절반, 일상 복귀 3일 전
여기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1주일 여행의 반이 넘게 흘렀다. 일상으로 돌아갈 시간이 며칠 남지 않았다는 뜻이다. 기분이 급격하게 가라앉고 있다.
3년 전에 여기서 한 달을 살았었다. 휴직했던 시절이라 가능했던 일이었는데, 그 당시 한국으로 돌아가면서 복직하면 다시는 이곳에 오지 못할 거란 생각에 많이 우울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1년 후에 쿠알라룸푸르에 다시 왔었다. 그리고 이번에 또 왔다. 한 달을 꼬박 내진 못하더라도 1주일 휴가는 가능하다. 이제는 여기가 제2의 집 같다. 마음먹으면 또 올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며 기분을 좀 정돈하려고 한다.
마트에 가는 길, 기분 전환을 하려고 음악을 틀려는데 뭘 틀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요새는 통 음악을 찾아 듣지 않았다.
'Adoy(아도이)' 음악 모음을 틀었다. 'Adoy'라는 신스팝 밴드를, 나는 극장에서 처음 접했다. 주토피아 2가 나오기 전 '토스 임팩트' 광고가 나왔다. Adoy의 Spectrum이라는 음악과 함께 많은 아티스트들이 '당신은 어떤 세상에 살고 싶나요?'라는 주제로 작업한 영상 모음이자 기업 광고였다. 현란한 영상과 몽롱한 음악은 내게 신선한 자극을 주었다. 짧게나마 미술관에 다녀온 느낌? 극장의 큰 화면과 빵빵한 사운드로 광고를 감상한 3분이 나는 주토피아 2보다 더 좋았던 것 같다.
https://youtu.be/bxYh4ou3-ls?si=7BiCGTvF35M070sQ
띠로롱.
에어팟 한쪽이 꺼지는 소리. 배터리가 없나 보다. 아이러니한 게, 배터리가 없으면 늘 왼쪽이 나간다. 나는 오른쪽 귀가 안 좋기 때문에 굳이 한쪽으로 듣는다면 왼쪽으로 듣는 게 편한데.
CHAGEE 밀크티를 샀다. CHAGEE는 중국에서 핫한 밀크티 브랜드다. 이번에 와서 보니 쿠알라룸푸르에도 생겼더라. 여행에 와서 세 번이나 사 먹었다. 한국에서 생각하는 밀크티보다 연하고 밍밍한 느낌인데 차의 향은 훨씬 많이 난다. 향긋하고 산뜻하다.
회사로 돌아가면 많은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 앞이 안 보이는 프로젝트와 조직개편 등, 혼란한 일 투성이다. 한 걸음 떨어져 보니 더욱 어렵고 갑갑해 보이는지도 모른다. 막상 안에서 정신없이 하다 보면 또 괜찮으려나.
이제까지 그래 왔듯이, 어찌어찌 하다 보면 어찌어찌 흘러가겠지.
미리 걱정하지 말고 그전까지 한량처럼 남은 시간을 즐겨야 하는데, 왜 자꾸 가라앉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