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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렘은 없지만

by JOO

미용실을 예약했다. 1년 만에 하는 파마다.

미용실에 가기 전에 남편에게 이번엔 오랜만에 좀 짧은 머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남편이 말했다.

"난 자기 짧은 머리도 좋아."

"아니 자기는 내가 어떻게 하든 다 좋다 하잖아."

"민머리만 아니면 돼. 민머리는 내가 아직 못 봐서 잘 모르겠다."

민머리라니ㅋㅋ

그는 내가 스무 살부터 마흔이 넘을 때까지 내 머리를 쭉 봐왔다. 커트에 가까운 단발부터 긴 머리까지. 그리고 그는 한결같이 날 예쁘게 봐주었다.


어제 중국 드라마 리뷰를 올렸는데 남편이 (늘 그렇듯이) 1등으로 하트를 눌렀다. 그러나 자기 관심사가 아니라 읽진 않았단다. 하긴 남자배우 멋있다 어쩐다 써놓은 걸 남편이 보는 것도 뻘쭘하긴 하다.


글을 읽지 않은 남편에게 <투투장부주>의 대략적인 이야기를 해주었다.


여자애가 고등학교 때부터 오빠 친구를 짝사랑하는데 한동안 못 보다가 대학 입학하고 그 오빠 친구랑 재회해. 나중에 남자가 여자애가 자기를 좋아한단 걸 알게 되는데, 티 내면 여주가 무안할까 봐 자기가 먼저 좋아하게 된 척하면서 작업을 건다? 그렇게 둘이 썸을 타다가 사귀게 되는데, 여자 나이가 대학 신입생이라 어리고 남자는 다섯 살 차이 나니까 남자가 여자를 엄청 배려해 주고, 암튼 그렇게 사귀다가 여자가 대학 졸업하면서 남자가 프러포즈를 해.

하아, 우리도 옛날에 연애할 때 설렘이 있었겠지? 나 너무 오래돼서 기억이 하나도 안 난다.

근데 자기는 왜 연애할 때 날 그윽한 눈빛으로 보지 않았어?


남편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했다.

"내가 옛날에 그렇게 안 봤나? 그리고 걔네(드라마 주인공)도 결혼하면 우리처럼 산다. 우리처럼 살면 되지."


오래, 한 사람과 같이 있다는 장점.

설렘은 없지만 든든함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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