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아이들이 갑자기 오랜만에 스케이트를 타러 아이스링크를 가자고 했다. 동계 올림픽의 영향인가.
귀찮다. 주말엔 집에서 뒹굴거리며 쉬고 싶다. 그러나 아이들이 언제까지 같이 놀러 가자고 하겠나. 가자고 할 때 같이 가야지.
1주일 동안 쌓인 피로로 몸이 무겁지만 길을 나섰다. 물론 나는 스케이트를 타지 않고 아이들만 태울 생각이다. 잘 타지도 못하는 스케이트를 괜히 탔다가 어디라도 골절되면 큰일이다.
아이들과 오랜만에 지하철을 탔다. 내가 하차 장소가 가까운 지하철 칸으로 아이들을 안내했는데, 목적지에 도착하여 내리자마자 계단이 보인다.
"엄마 대단해!"
큰아이가 나를 추켜올려 주었다.
"엄마 정확하지?"
사소한 칭찬에 괜스레 으쓱해진다.
스케이트장에 도착하고 보니 정빙 시간이다. 티켓을 사고, 스케이트 렌털을 기다렸다. 지금 생각해 보니 기다리는 동안 준비운동이라도 시킬 걸 그랬다. 그땐 아무 생각 없이 그냥 기다렸다. 스케이트 렌털이 시작되어 스케이트를 빌렸다. 작은아이 규는 버클 형식의 스케이트를 받았고, 발이 커진 큰아이 건은 끈으로 묶는 스케이트를 받았다. 스케이트를 정비해 주고 짐을 사물함에 넣고 나니 정빙 시간이 끝났다. 아이들은 안으로 들어갔고 나는 밖에 자리를 잡았다.
아이들은 초등 저학년에 인라인과 스케이트를 배웠지만, 오랜만이라 그런지 아이들의 실력이 어설프다. 한 바튀를 거의 다 돌아야 내가 앉아 있는 자리까지 도달하는데, 암만 기다려도 아이들이 오지 않는다. 가다 서다 해서 그런 듯했다. 그래도 몇 바퀴 도니 조금씩 감을 찾는다.
나는 앉아서 아이들을 구경하다가 챙겨간 책을 읽었다. 집에선 왠지 책을 읽기가 싫은데 밖에 나오니 책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스케이트장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도 좋다. 탁 트인 데서 들으니 더 좋게 느껴진다.
앞을 바라보면 아이스링크라는 평소와는 다른 풍경이 있다. 그리고 위를 올려다보면 놀이공원이 보여 들뜬 느낌이 든다.
노래, 독서, 분위기, 군중 속 아이들 찾기. 사소한 모든 게 다 좋았다.
때로는 평상시와 전혀 다른 환경에 있는 것이 기분을 환기하는 데 도움이 된다. 두 시간 남짓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날의 풍경, 공기, 분위기는 행복을 충전하기에 충분했다. 머릿속에 담아놓고 자주 떠올려 보며 살아가야겠다.
"스케이트 타니까 땀났어요. 더워요. 오랜만에 타서 무릎이 아팠어요. 스케이트가 쪼여서 발목이 좀 아팠어요."
재잘대는 아이들의 후기를 듣는 것도 즐거웠다.
"오늘 너무 재밌었어요. 엄마, 다음엔 놀이공원 가요."
... 비상이다!
다음은 아이스링크에서 내게 기쁨을 준 노래들이다. 더 많았으나 기억나는 게 이 두 곡이다.
1. 우즈(WOODZ), Drowning
예전부터 몇 번 듣고 좋아서 누구의 노래인지 궁금했었다. 락(Rock)의 가뭄이다시피 한 이 시대에 락 필이 충만한 이 노래는 어떤 노래인가? 쭉쭉 시원하게 뻗어가는 샤우팅과 밴드 음악, 마음에 쏙 들었다.
아이스링크 정빙 시간에 마침 이 노래가 나와서 아이들에게 물어봤더니 '우즈'의 '드라우닝'이란다.
'드라우닝'은 '우즈'가 2023년에 발표한 자작곡인데 그 당시엔 큰 반응이 없다가 2024년 '우즈(조승연)'가 군 복무를 하던 중 <불후의 명곡> 국군의 날 특집에서 부른 무대로 역주행한 노래다. '우즈'의 퍼스널 컬러는 국방색이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짧은 머리와 군복이 잘 어울린다.
https://www.youtube.com/shorts/WhmytIHYHZ8
2. 유우리(木村 優里), 베텔기우스(ベテルギウス)
이 노래는 조카가 노래방에서 불러서 처음 알게 됐다. 조카가 노래방을 좋아한다고 해서 내가 조카와 나의 아이들을 데리고 노래방에 갔는데 우리 아이들만 신나서 노래를 부르고 조카는 한 곡도 안 불렀다. 딱 한 곡만 불러달라고 애원했더니 조카는 한국 노래는 잘 안 부르고 J-Pop만 부른다고 한다. J-Pop도 좋지! 그렇게 조카가 불러준 노래가 '베텔기우스'다. 음악이 참 좋고 조카의 청량한 목소리도 머릿속에 계속 맴돌아서 집에 와서 찾아봤더니 '유우리'라는 가수의 곡이다.
나의 J-Pop 리스트는 2000년대에 머물러 있었는데 이렇게 요즘 노래 한 곡을 업데이트했다.
아이스링크에서 우연히 다시 들은 베텔기우스, 너무나 반가웠다.
https://www.youtube.com/shorts/p7-jodcXH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