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없고 영향력 없는 브런치 소유주의 아무 글

by JOO

책을 읽거나 길을 걸으면서 글을 써보고 싶은 소재가 떠오르곤 한다. 그러나 막상 쓰려고 하면 쓸 엄두가 안 난다. 당연한 얘기지만, 글을 쓰려면 진득하게 앉아서 써야 할 시간과 의지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내 머릿속에 떠다니는 생각이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나는 시간이 부족한가, 의지가 부족한가.


<내가 너의 첫 문장이었을 때>*라는 책에서 남궁인 작가(이자 의사)는 예전에 자신의 일기장이 블로그였다고 말한다. 그 블로그는 검색해도 나오지 않고 독자 또한 5명 이하였기에 가벼운 글을 마구 쓸 수 있었다고. 그런데 그가 작가가 되면서 블로그가 유명해져 버려서 더는 그런 가벼운 글을 쓸 수 없게 되었단다. 글에 무게가 실려야 했던 거겠지.


그는 '늘 힘을 주려니 어깨가 무거워져서, 그야말로 소수의 독자만 볼 캐주얼한 글을 쓰고 싶었다. 가볍게 쓰다 보면 왠지 나도 모르게 어, 재미있는데? 하는 경험을 다시 하고 싶었'기 때문에 7명의 작가가 같은 주제로 다른 얘기를 연재하는 <내가 너의 첫 문장이었을 때> 의뢰를 받았을 때, 최대한 가볍게 시작하기로 했다.


그래서 그의 첫 번째 연재 글 '기승고양이전결'은 진짜 가볍고 이상하다. (ㅋㅋㅋㅋ) 특히 '일기장 대신 이 지면을 사용하겠다는 말을 돌려 하고 있다. 또 가볍게 쓰면 이렇게 분량도 빨리 늘어난다.'라고 쓴 서두와 '~따위 얼버무림으로 글을 마무리하려고 했지만 이미 분량은 충분히 넘쳐 버렸다'는 말미의 문장은 내 맘에 쏙 들었다. 정제된 글도 매력적이지만, 사실 난 이렇게 솔직하면서 가벼운 글이 재밌다.



나는 유명한 사람도 아니고 내 브런치의 독자 수도 미미하다. 그러니 반드시 무게감을 실은 글을 쓸 필요가 없다. 내가 쓰고 싶은 대로 가볍게 쓸 수 있다는 게 이토록 홀가분하다니! 인기 없고 영향력 없는 브런치 소유주라는 게 새삼 해방감으로 다가온다.


원래는 정지우 작가의 책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와 관련된 글을 쓰려고 했는데, 내 생각이 아직 정리되지 않아서(=귀찮아서) 대신에 이런 글을 아무렇게나 써 내려간다. 그래도 이렇게 한 편 남았잖아. 신난다!




* <내가 너의 첫 문장이었을 때> '언젠가'라는 키워드로 작가 7명이 연재한 에세이를 묶은 앤솔로지 작품이다. 내가 좋아하는 김혼비 작가와 최근에 관심을 갖게 된 정지우 작가 등이 참여하였다.

'언젠가, 고양이', '언젠가, 작가', '언젠가, 친구' 등 9개의 주제들이 있고 한 주제에 작가 7명의 7개 글이 있으니 총 63 작품이다.

나는 아직 '언젠가, 고양이'까지만 읽었는데, 나도 연습 삼아 같은 주제로 글을 써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라... 옛날 가평 펜션에서 만난 고양이, 베트남 푸꾸옥 식당에서 만난 고양이... 막상 쓰려니 귀찮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써보자.


+ 배경 이미지는 제미나이로 생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