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들은 효자라서 날마다 전화해요"
상담실에서 만난 70대 중반 여성 어르신의 첫마디였다.
복지관에서 다른 어르신들과 자주 다투신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유가 궁금했다.
알고 보니 어르신은 복지관에 가실 때마다 같은 이야기를 하셨다고 한다.
아들이 결혼한 지 20년이 넘었는데도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안부전화를 한다고.
얼마나 효자인지 모른다고.
그런데 이상했다.
그렇게 효자 아들이 있다는데,
왜 어르신은 자식들과 연락이 뜸할까.
왜 복지관에서 사람들과 자꾸 다툴까.
왜 그 자랑을 그렇게 반복하실까.
어르신은 며느리 이야기를 꺼내며 분통을 터트리셨다.
아들은 매일 전화하는데,
며느리는
일 년에 명절이랑 생일 때만 "삐쭉" 얼굴 내민다고.
가정교육을 어떻게 받았는지 모르겠다고.
그런데 상담을 하다 보니, 전혀 다른 그림이 보이기 시작했다.
매일 전화하는 게 정말 효도일까.
며느리는 왜 멀어졌을까.
그리고 50살 된 아들은, 과연 행복했을까.
어머니도, 아들도, 며느리도.
세 사람 모두 지쳐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그 이야기를 꺼내지 못했다.
어머니는 "아들이 효자"라고 자랑했지만,
그 자랑 뒤에 숨은 건 불안이었다.
아들은 20년 넘게 매일 전화했지만,
누구도 그에게
"괜찮아, 오늘은 쉬어"라고 말해주지 않았다.
며느리는 환영받지 못하는 자리에
억지로 서 있었다.
이건 누구 한 사람의 잘못이 아니었다.
상담을 하며 문득 떠올린 장면이 있었다.
매일 전화한다는 것.
하루도 빠짐없이, 20년 넘게.
그것이 처음엔 사랑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 사랑은
다른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을 것이다.
의무, 책임, 짐...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그 사람을 내 곁에 묶어두는 것일까,
아니면 그 사람이
자유롭게 살 수 있도록 믿고 기다리는 것일까.
가까이 있다는 것과
자주 연락한다는 것은 같은 의미일까.
어쩌면 우리는 관계에서
'거리'의 의미를 오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물리적 거리가 가까워야 마음도 가까운 게 아니다.
오히려 적절한 거리가 있을 때
서로가 더 온전히 보이는 법이다.
상담실에서 어르신과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처음엔 보이지 않던 것들이 조금씩 드러났다.
어르신이 원하셨던 건
정말 매일 전화받는 것이었을까.
아니면
진짜 마음이 통하는 한 번의 대화였을까.
며느리가 자주 전화하지 않는 게 문제였을까.
아니면
며느리가 들어올 자리가 애초에 없었던 게 문제였을까.
그리고 아들.
50살이 된 아들은 스스로에게 물어본 적이 있을까.
"나는 정말 행복한가.
나는 오늘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
관계란 참 신기하다.
서로 사랑하는데도 서로를 지치게 만들 수 있고,
좋은 의도로 시작한 일이
결국 모두를 힘들게 만들 수도 있다.
누구도 나쁜 사람이 아닌데,
모두가 외로울 수 있다.
상담이 끝나갈 무렵, 어르신의 표정이 조금 달라져 있었다.
무엇이 바뀐 것일까.
아직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는데.
아들은 여전히 매일 전화할 것이고,
며느리는 여전히 멀리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쩌면 이미 시작된 것인지도 모른다.
조금 다른 시선으로 관계를 바라보기 시작했다면.
내가 옳다고 믿었던 것들을
다시 한번 돌아보기 시작했다면.
관계는 한순간에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작은 질문 하나가,
조금 다른 시선 하나가,
오랜 시간 굳어있던 마음에 작은 틈을
만들기도 한다.
그 틈으로 바람이 들어오고, 빛이 스며든다.
그렇게 천천히, 아주 천천히 변화는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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