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놀이는 OO이다

놀이터라는 작은 사회에서 부모가 해야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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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에 아이들과 동탄의 한 대형 키즈카페를 찾았다. 규모가 어마어마했다. 두 개 층에 걸쳐 다양한 공간이 꾸며져 있었는데 우리 아이들이 가장 좋아했던 곳은 '허니콤'이라 불리는 벌집 모양의 공간이었다. 육각형 칸칸이 뚫린 구멍 사이로 아이들은 끊임없이 오르락내리락했다.


허니콤 바닥에는 보호자와 아이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그중 한 칸에는 밧줄로 된 사다리가 설치되어 있었다. 2층으로 연결되는 통로 역할을 하는 듯했다. 마침 그 자리만 비어 있어 구석에 짐을 내려놓고 자리를 잡았다.



아이들의 이동 통로로 만들어진 사다리였지만 이용하기가 꽤 까다로워 보였다. 높이가 낮아 보였지만 사다리 맨 위 칸과 2층 바닥 사이의 간격이 무척 넓었기 때문이다.


가만히 지켜보니 키가 130cm 정도는 되어야 겨우 팔을 걸치고 다리를 들어 올려 겨우 2층으로 올라설 수 있었다. 내려오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올라갈 때처럼 몸을 뒤로 돌려 다리를 더듬거리며 디딜 곳을 찾거나, 2층에 걸터앉았다가 뛰어내려야 했다.


흥미로운 점은 그 까다로운 사다리 앞에 아이들이 끊임없이 모여든다는 사실이었다. 키가 작은 한 여자아이는 서너 번이나 다시 찾아와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둘째 진이는 다리를 쭉 뻗어 올리고 온몸을 굴리더니 기어코 올라가고야 말았다. 성공의 맛을 본 아이는 그 과정을 몇 번이고 반복했다.




얼마 전에 들렀던 어린이대공원 놀이터에는 '그물 쉼터'라는 시설이 새로 생겨 있었다. 각진 지붕 모양의 구조물에 그물을 엮어 앉거나 누워 쉴 수 있게 만든 공간이었다. "높은 곳에 올라서거나 뛰지 마시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오후가 되어 아이들이 많아지자 갑자기 난리가 났다. 그곳은 평화로운 쉼터가 아닌 치열한 고지전의 현장이 되었다. 한 아이가 가장 높은 꼭대기를 선점하자 너도나도 꼭대기를 차지하려는 보이지 않는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조금 큰 아이들은 가장 높은 자리가 빌 때를 호시탐탐 노리다가 두세 명이 동시에 달려들기도 했다.



우리 아이들은 몇 번 시도하다 결국 포기하고 다른 자리를 차지했다. 그게 뭐라고 아이들은 쉽게 양보하지 않았다. 둘째가 앉아 있는 자리 주변을 덩치 비슷한 남자아이가 맴돌더니 슬쩍 몸으로 밀어내려 했다.


'쉼터'라는 설계자의 다정한 의도와는 달리 아이들은 더 높은 곳을 차지하려 했다. 누군가를 밀어내서라도 고지에 서려는 모습이 마치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려는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처럼 보여 피식 웃음이 났다.




닿지 않는 사다리에 기를 쓰고 매달리고, 올라가지 말라는 꼭대기를 끝내 정복해 내는 아이들. 아이들에게 놀이는 편안한 휴식이 아니라 중력을 거스르며 자신의 한계를 확인하는 도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불가능해 보이는 칸에 다리를 뻗는 아이의 용기가, 타인을 밀쳐내는 욕심으로 흐르지 않도록 곁에서 지켜보는 것. 그러면서도 도전하려는 의지만큼은 꺾이지 않게 응원해 주는 것. 놀이터라는 작은 사회에서 부모가 해야 할 일은 그 균형을 지켜주는 일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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