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져야 할 것은 상황을 바라보는 관점이다
인스타그램은 사용자의 관심을 정확하게 짚어낸다. 몇 번 시선을 준 분야의 피드를 계속해서 쏟아낸다. 예전에 귀여운 동물 릴스를 몇 번 본 적이 있었는데, 한동안 피드가 온통 동물 영상으로 채워졌다.
캘리그라피를 쓰고 엽서 작품을 만들면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그 뒤로 지인들이 올린 몇 개의 피드를 제외하고는 온통 글씨 고수들의 작품으로 도배되었다. 감탄이 절로 나오는 작품들이 끝없이 이어졌다. 영화 《아저씨》의 원빈을 보고 나면 옆자리 남자친구가 오징어로 보인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었는데 딱 그 심정이었다. 내 글씨가 마치 오징어처럼 보이는 듯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알고리즘이 만든 착시이지 않을까. 내가 보는 세상과 다른 사람이 보는 세상은 다를 수 있지 않을까. 나를 팔로우하는 지인들의 피드에는 캘리그라피 작품이 많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들의 시선에서는 내 오징어가 어쩌면 원빈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블로그에 집밥 포스팅을 올리는 이웃이 있다. 정갈하고 따뜻한 음식 사진을 볼 때마다 자연스럽게 감탄이 나온다. 진심을 담아 댓글을 달았더니 인스타그램 속 화려한 요리에 비하면 자신의 음식은 아이들 장난 같다며 쑥스러워했다. 그 마음이 낯설지 않았다. 내 피드에는 음식 사진이 1도 등장하지 않는다. 내 눈에는 그녀의 요리가 반짝반짝 빛났다.
중요한 건 실력이 아니라 관점일지도 모른다. 같은 장면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르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요즘 은이는 아침마다 내가 권해준 책들을 읽는다. 《어린이를 위한 데일 카네기의 자기 관리론》, 《어린이를 위한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 《내 마음을 알아주세요》. 고민이 많이 보이길래 권해준 책들이었다.
전날 늦은 일정으로 몹시 피곤해하던 은이가 아침에 겨우 일어났다. 그런 날은 학교 보내기가 쉽지 않다. 집 안에 저기압이 흐른다. 말을 아끼고 필요한 것만 챙겨주었다.
은이는 아침을 먹으며 책을 한 장씩 읽었다. 잠시 후, 냉장고에 붙어 있는 시간표를 보더니 오늘은 좋아하는 과목이 많은 날이라며 목소리가 갑자기 밝아졌다. 콧노래 부르며 옷을 입었다. 양치하고 나오더니 이렇게 말했다.
"책에서 본 것처럼 관점을 바꿔보기로 했어. 그랬더니 학교 가는 게 즐거워졌어."
아이가 읽었던 페이지를 펼쳐 보았다. 하기 싫은 숙제를 어떻게 즐겁게 하느냐는 남자아이의 고민에 카네기는 이렇게 답했다.
어차피 숙제를 해야 한다면, 관점을 바꾸는 게 내게 훨씬 이득이에요. 하기 싫다고 생각하면서 숙제를 하면 몸과 마음이 너무 괴롭지요. 하지만 숙제하는 시간이 나를 성장시키는 중요한 시간이라고 생각을 바꾸고, 즐거운 마음으로 하면 속도가 빨라져 생각보다 숙제를 힘들이지 않고 쉽게 끝낼 수 있어요.
《어린이를 위한 데일 카네기의 자기 관리론》
달라진 것은 상황이 아니었다. 아이의 관점이었다. 학교를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지자 피로와 짜증이 한 걸음 물러났다.
알고리즘은 끊임없이 비교하게 만든다. 더 잘하는 사람들을 보여주며 스스로를 작게 느끼게 한다. 하지만 관점은 다르다. 관점은 나를 다시 제자리로 데려온다.
누군가와 비교하며 내 글씨를 깎아내리기보다, 한 사람의 하루를 따뜻하게 만드는 글씨로 바라보는 일.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견디는 것이 아니라 나를 키우는 시간으로 받아들이는 태도. 달라져야 할 것은 상황이 아니라 상황을 바라보는 관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