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귀 집사의 이상한 부작용

무엇을 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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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집에 놀러 갔던 은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근데~ 있잖아~~" 하고 머뭇거리더니 대뜸 "친구가 사마귀 준다는데 키워도 돼?"라고 물었다. 사마귀 새끼가 쉰 마리 정도 태어났는데 키울 수 있으면 나눠주겠다고 했단다.


당장 사육통도 없고, 키우는 방법도 모르고, 무엇보다 키울 생각 자체를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당황해서 어버버 했다. 멀리서 친구 아빠의 목소리가 들렸다. 집도 만들어야 하니 어쨌든 지금 바로는 못 준다고 했다. 당장 들고 오는 건 아니구나 싶어 일단 알겠다고 했다. 은이도 그렇지만 곤충을 좋아하는 진이가 특히 좋아할 것 같았다. 직접 사서 키울 생각은 없었지만 누군가가 준다면 그 정도는 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음의 준비를 하려고 검색을 시작했다. 키트를 찾아보고 사마귀 키우는 사람들의 블로그도 둘러봤다. 은이가 돌아온 지 20분쯤 지났을까, 초인종이 울렸다. 문을 열자 아이 친구가 커다란 통을 품에 안고 서 있었다. ‘지금 바로는 못 준다’라는 말이 20분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이었던 모양이다. 그렇게 냠냠이와 쩝쩝이가 우리 집에 왔다.



사마귀는 살아있는 곤충만 먹는다. 아기 사마귀에게는 '날개흔적초파리'를 준다고 한다. 이름처럼 날개가 흔적만 있어 날지 못하는 초파리다. 200마리를 주문했다. 여름이면 잡기 바빴던 초파리를 돈 주고 사게 될 줄이야!


그런데 배송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는지 초파리 대부분이 죽어 있었다. 이틀이나 굶은 냠쩝이를 생각하니 마음이 급해졌다. 통 안을 뚫어지게 들여다보며 미세하게라도 움직이는 생존자(?)를 찾아냈다. 징그럽다는 생각은 어느새 사라졌다. 겨우 건져낸 몇 마리를 먹이로 넣어주고 나서야 마음이 놓였다.


이후 이상한 부작용이 시작되었다. 벽지에 묻은 얼룩, 가구 위의 작은 점, 바닥에 돌아다니는 먼지들이 전부 초파리로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분명 움직이지 않는 점인데도 살아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머릿속이 온통 초파리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며칠 뒤, 초등학교 참관수업이 있어 진이 교실로 갔다. 아이들이 자리에 앉아 노래를 불렀다. 2절이 시작되자 선생님이 앞으로 나오고 싶은 사람은 나오라고 하셨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우다다 앞으로 나갔다. 진이를 포함해 두 명만 자리에 남았다. 선생님이 이름을 부르며 손짓하자 마지못해 나가 구석에 섰다. 쑥스러움이 많은 아이라 그러려니 했다. 그래도 이후에는 손도 들고 앞에 나가 발표도 잘했다.


수업이 끝난 뒤 한 엄마가 속상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다른 아이들은 2학년 답지 않게 다들 차분한 것 같은데 자신의 아이만 부산스러워 보였다고 했다. 어수선한 태도,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만 계속 눈에 들어왔다고 한숨을 쉬었다. 바르게 앉으라는 지적을 몇 번 받긴 했지만, 오히려 뒷자리에 앉은 조금은 시끄러웠던 아이가 더 눈에 들어왔는데 말이다.


임신하면 유난히 유모차가 많이 보이고, 특정 색깔에 꽂히면 거리 곳곳에서 그 색만 눈에 들어오기도 한다. 무엇에 관심을 두고 있느냐에 따라 같은 상황에서도 눈에 들어오는 것이 달라진다. 내가 모든 점을 초파리로 착각했던 것처럼.


단점과 부러움에 몰입하면 세상은 실망과 결핍으로 가득 차 보이겠지만, 성장에 집중하면 세상은 배움의 기회로 보일 것이다. 이왕 헛것이 보일 정도로 무언가에 몰입할 거라면 그 방향은 내가 선택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눈을 나의 성장을 돕는 것들에 길들이고 싶다. 오늘 내가 바라보는 것이 결국 내가 살아갈 내일의 풍경이 될 테니까.


초파리 먹는 중


별거 아닌 것 같아도 돌보다 보니 이 작은 존재들에게 자꾸 마음이 간다. 책임감이라는 건 대상의 크기와 상관없는 모양이다.


그나저나 두 번째로 받은 초파리도 며칠 지나지 않아 모두 죽어버렸다. 사마귀 키우기보다 초파리 키우는 게 더 어려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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