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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MAGE Apr 18. 2024

인사를 잘하는 아이가 신경 쓰인다

E 아이 이야기


지하철에 앉아서 가고 있는데 한 여자 아이가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며 옆자리에 앉는다면

그 아이는 써니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나는 쑥스러움이 많은지라 먼저 말을 거는 것도, 먼저 인사를 건네는 것도 어렵다.

써니는 인사를 참 잘한다. 아니 너무 잘한다.


놀이터에서도, 가게에서도, 엘리베이터에서도,

경비아저씨께도, 옆집 할머니에게도, 심지어 옆집에 배달 오신 아저씨에게도....




써니가 인사를 하면 인사를 받는 사람은 나이에 따라 반응이 다르다.


어린아이를 동반한 부모님

"안녕~ 안녕하세요~"

"어 그래 안녕^^ 00야 언니(누나)가 인사한다~ 00도 안녕~해~~"


써니 또래의 친구들

"안녕? 너 몇 살이야?"

하고 바로 절친이 됨


초고 언니들

"(같이 놀고 싶다) 언니 안녕?"

(자기들끼리 서로 쳐다보다가) "너 쟤 알아?"

끼지 못함


서비스업에 종사하시는 어른분들

"안녕하세요~"

"(활짝 미소) 어 그래 안녕~ 아이고 인사도 잘하네~"


길 가다가, 혹은 어딘가 바로 옆에 서게 된 어른들

"안녕하세요~"

(??? 나한테 인사한 건가??) "그래 안녕~"




인사를 잘하는 써니. 기특하고 이쁘다. 안 하는 것보다 낫다.

그런데 나는 마냥 좋지만은 않다.

 

써니가 모르는 사람에게 인사를 건네거나 아는 척을 할 때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인사를 하는 것이 어색한 건 당연하지만 요즘은 인사를 받는 것 또한 굉장히 낯설기 때문이다.


칭찬만 받아도 모자란 아이의 모습에 왜 나의 마음이 이렇게 무거운 것일까.


상대방이 아이의 인사를 받아주지 않아서 아이가 상처를 받으면 어쩌지? 같이 놀기 싫어하면 어쩌지? 그러다 보면 아이도 점점 인사가 줄고 자신감이 사라지지 않을까?


아이를 나와 동일시하고 있었다.

내가 누군가에게 상처받기 싫어서 쑥스러움 뒤에 숨어있는데

이 아이를 나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될까 봐 싫었다.


나처럼 만들고 싶어서 아이의 행동 하나하나를 신경 쓰고 바꾸고 싶었던 속마음을 알게 되었다.




여전히 아이는 학교 가는 길에 만나는 친구마다 인사를 한다. 엘리베이터에 타면 누가 몇 층을 가는지 간섭한다. 아파트 경비 아저씨들 사이에서는 인사 잘하는 아이로 소문이 났다.


그런 밝은 모습이 좋다.

상대가 인사를 받아주지 않아도 쿨하게 지나가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덕분에 나도 경비아저씨의 도움을 수월하게 받고 있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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