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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MAGE Apr 19. 2024

태권소녀 써니!

E 아이 이야기



누가 봐도 여자여자하고 공주공주했던 써니.

발레리나가 꿈이라며 발레학원을 1년 반이 넘게 다니고 있는 중이었다. 갑자기 태권도 학원도 다니고 싶다는 이야기를 한다.


'딸은 절대 태권도 안 보낸다'라는 남편의 원칙이 있었기에 써니의 요청은 번번이 거절당했다. 유치원 친구들이 많이 다니기 시작하니 잠깐 호기심이 생겼나 싶었다.


"아빠! 그럼 나 발레 안 다니고 태권도 다닐게!"


그렇게 좋아하던 발레학원까지 포기하고 다니겠다는 강력한 의지.

결국 남편은 승낙했고, 써니는 7살 겨울 태권도 학원에서 흰띠를 허리에 묶고 돌아왔다.


친구들과 노는 시간을 반납하고 방과후 수업도 포기하면서 매일같이 태권도장을 다니던 아이는 1년 만에 품띠를 따게 된다.




태권도는 누군가 나의 동작을 지켜보는 운동이다.

심사위원들이 앉아서 내 움직임만 쳐다본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얼굴이 빨개진다.


나는 공을 가지고 하는 운동을 좋아한다. 구기종목은 사람들이 공을 쳐다본다. 공만 잘 치고받으면 되는 거라 마음이 편하다.




다른 이유로 몇몇 아이들은 태권도 학원에 적응을 잘 못한다.

'인사' 때문이다.


"태!권!도! 사부님! 안녕하! 십니까!"

"태!권!도! 어머니! 태권도장! 다녀오겠! 습니다!"

"태!권!도! 사부님! 감사! 합니다!"

"태!권!도! 어머니! 태권도장! 다녀왔! 습니다!"


차를 타고 내릴 때, 도장에 들어가고 나갈 때 거수경례와 함께 힘차게 인사말을 외쳐야 한다.


써니를 태권도장으로 인도했던 친한 친구도 결국 인사하는 게 너무 힘들어 두 달 만에 그만두었다.

가끔 관심을 보이는 지니에게 태권도 다니고 싶은지 물어본다.


"너도 태권도 다닐래? 재밌나봐~"

"아니...."

"왜??"

....

"인사하는 거 하기 싫어서?"

(끄덕끄덕)


이해할 수 있다. 나도 아파트 엘리베이터 앞에서 써니의 인사를 받고 있는 것만으로도 쑥스러우니까.


주위에 사람들 많고 사부님 안 계실 땐 그냥 손 흔들고 가도 되는데. 꼭 우렁차게 인사를 한다.



태권소녀 써니.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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