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MAGE Apr 22. 2024

너는 나를 원망하지 않는구나

E 아이 이야기



태권도 학 방학 특강을 다녔을 때의 일이다.

첫 수업으로 알고 있던 날. 오전에 도서관에서 함께 책을 읽고, 학원 근처 분식집에서 점심을 먹고 가기로 했다.


각보다 짧았던 도서관에서의 한시간. 점심을 맛있게 먹고 10분 정도 놀이터에서 시간을 더 때운 후 태권도장 앞 화장실에 들렸다.

뭔가 썰렁하니 느낌이 이상했다.


지금쯤이면 도장 문도 열려있고 아이들도 보여야 하는데 아무도 없다. 불도 꺼져있다.

뭐지.. 다시 공지를 자세히 살펴보니 시작일이 그 다음주였다. 내가 날짜를 착각했던 것이었다.


"써니야 어쩌지 미안해~ 엄마가 날짜를 착각했나 보다.. ㅠ 다음 주부터래~ 어쩌니 괜히 열심히 걸어왔네.. 집에 가야겠다."


"아 그래? 집에 가면 되겠네~

덕분에 먹고 싶었던 분식 먹고 잘 됐지~"




학교 방과후 수업 공지 문자를 받았다. 아이에게 5층 교실로 가면 된다고 이야기해주었다.


끝나고 만났는데 강당에 보일러가 고장 나서 발이 시려서 동상 걸리는 줄 알았다며 친구랑 이야기를 한다.


"응?? 너네 오늘 5층 아니었어??"


난독증인가. 또 문자를 잘 못 읽었다.

지난주만 5층에서 한거고 다시 강당에서 한다는 거였는데..


"어머 엄마가 잘못 알려줘서 써니가 고생했었겠네.. 어째 미안하다ㅠ"


"어~ 5층 갔는데 아무도 없길래 뭐지? 하고 내려오면서 선생님한테 물어보고 강당으로 갔어~"


써니는 해맑게 웃으면서 이야기했

친구는 "그래서 네가 오늘 늦게 온 거구나~"라고 맞장구를 친다.


엄마 때문에 추운 날씨에 두 번이나 헛걸음질을 했는데도 너는 나를 원망하지 않는구나.




E 성향으로 인한 에피소드는 아닐 수 있겠다. 그래도 뭔가 나랑은 다르다.


사람들은 쉽게 나의 불행 또는 어려움의 원인을 남에게 돌리며 누군가에게 화를 내는 방식으로 해결하곤 한다. 남 탓이 가장 쉬우니까.


도 육아를 하면서 그럴 때가 참 많았다.


몸과 마음이 지칠 때 그 원인을 아이들에게 돌리려고 했다. 아이들로 인한 힘든 마음을 남편에게 화와 짜증으로 해결하려고 한 적이 많았다.


엄마의 잘못으로 몇 번을 고생했지만 그 과정을 즐기는 아이를 통해 배운다.


내가 겪는 어려운 현실의 원인이 무엇이든 

그 안에서 더 좋은 것, 감사한 것을 찾아내고 즐기면 된다는 것을. 그게 내가 행복할 수 있는 길임을.



매거진의 이전글 태권소녀 써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