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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형산 Sep 03. 2015

중국 전승절 열병식 단상

민족이라는 이름에 대해 다시 생각한다

오늘 중국이  '항일 전쟁 및 세계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전 70주년' 기념 열병식을 갖는다.

이 날을 위해 이미 중국은 전국 각지 박물관, 미술관 등에서 할 수 있는 항일 관련 전시들을 펼쳐보인 바 있다.

8월 초 들렀던 베이징박물관에서도 한 층을 전부 사용하여 항일 투쟁 관련 전시를 하고 있었다.

공산주의 이념을 넘어 중국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데 민족이라는 이름 만큼 확실한 것이 있겠는가.

오늘 열병식은 중국이 거대 민족 국가의 모습으로 세계를 대하는 중요한 전기가 될 것으로 본다.

흥미로운 사실은 중국이 국민당(현재의 대만)의 항일 투쟁을 자연스럽게 자기의 역사로 흡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념과 지향이 다르지만 민족을 위해 항일투쟁에 나선 공통점을 강조한다.

동남아시아 전선과 가까워 항일 전투가 치열했던 운남에서도 국민당 군대의 투쟁을 심도 있게 다루는 것을 보았고

베이징에서도 국민당 참전 화가의 작품을 통째로 전시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제 중국은 국민당 깃발이 선명한 전시물을 거는 데 두려움이 없다.

이는 중국의 자신감을 보여주는 것이고

민족의 단합을 중심으로 세계로 도약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공산주의 계열의 항일만 강조하지 않고, 그것을 중심으로 자본주의 진영의 항일까지 품는다.

이 자신만만한 공산주의 국가의 항일 기념 잔치에 우리 대통령이 참석한다.

이쯤에서 의문이 든다.

우리는 왜 우리의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의 자산을 폭넓게 받아들이지 못하는가.

이미 우리는 북한 체제보다 훨씬 우월한 체제를 만들고 나라를 만들었는데

왜 아직도 반쪽 짜리 독립운동사를 써야 하는가.

중국처럼 자신감 있게 이념을 초월하여 민족의 항쟁을 모두 포용할 수는 없는가.

그렇게 해서 우리 아이들에게 강력하고 폭넓은 민족의 항쟁을 가르치고 자부심을 가지게 할 수는 없는가.

우리 정부가 이번에 중국의 전승절 행사에 참여하면서

민족을 중심으로 우리의 유산을 다시 바라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거대 중국의 주변국으로 살아가면서 그 정도 민족의 자부심도 없이 어찌 살아남겠는가.


(배경 사진은 베이징 박물관에 전시된 국민당 항일투쟁 종군화가의 작품이다. 비행기에 국민당 엠블렘이 선명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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