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80주년을 기리며
광복인가, 해방인가?
우리나라 광복 80주년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우리는 이 기념일을 광복절이라 부른다. 이날을 기념하면서 광복이라는 말의 의미를 다시 새겨보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 해방이라는 말과 비교하게 된다. 광복과 해방이라는 말이 섞여 사용되고 있고, 말결이 사뭇 다르기도 하기 때문이다.
광복의 사전적 의미는 “빼앗긴 주권을 다시 찾음”이다. 해방의 정의는 “구속이나 억압, 부담 따위에서 벗어나게 함”이다. 사전 의미로는 둘 다 일제로부터 벗어나 자유를 찾은 것을 표현할 수 있다. 다만, 광복이 주권에 대한 명징한 의미가 두드러진다.
이런 사전적 의미에서 광복이 더 주체적인 표현이고, 해방이 다소 수동적인 표현이라는 인식이 파생되었다. 우리는 주변 강대국이 일제를 패망시키는 덕에 해방되었다고 쓸 수 있고, 단순히 일제의 패망 덕이 아니라 강점기에 목숨을 걸고 주권을 되찾으려는 강고한 노력 끝에 광복을 쟁취했다고 표현할 수 있겠다. 그래서 일제가 패망했지만 우리가 온전한 주권을 갖지 못한 시기를 ‘해방 공간’이라고 표현하고, 독립을 위해 노력한 이들과 그 열매를 기리는 단체의 이름을 ‘광복회’로 칭한다. 말결의 차이가 자리 잡은 듯하다.
북한에서는 광복보다는 해방이라는 말을 주로 쓴다. 북한은 소련의 개입을 반대하지 않았고 적색국에 의한 자유 회복을 긍정한 편이다. 거기에 해방이라는 말에 담긴 계급 해방의 속뜻도 중요하게 생각했다. 일제에서 자유를 찾은 것은 주권 회복이면서 동시에 노동계급의 해방을 뜻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북한의 8.15 기념일 이름은 ‘조국해방기념일’이다. 북한에서 해방을 선호하니 우리나라에서는 광복이라는 말을 더 선호하게 되었다. ‘동무’ 같은 예쁜 우리말도 북에서 ‘동지’의 뜻으로 쓰면서 금기어처럼 된 사례가 떠오른다.
헌법에 명시된 대로, 우리나라는 임시정부를 계승한 나라이다. 임시정부가 주로 쓴 단어가 광복이라는 점도, 해방보다 광복을 선호하게 된 이유가 될 수 있다. 임시정부가 일제말 ‘광복군’을 만들었고, 주요 문서에서도 광복이라는 낱말을 썼다. 우리나라의 정통성을 생각하면 광복이라는 단어를 우선시하게 된다.
정리하자면, 독립의 주체성을 강조하고, 임시정부의 법통을 선명히 드러내고, 대한민국 정부의 정통성을 강조하는 단어로 광복이 적합하다. 우리가 80년 전 진정한 광복을 이루었는지 아직도 논쟁이 사그라들지 않아 보이지만, 우리 역사를 긍정하고 능동적으로 민족을 재구성하기 위해 광복이라는 낱말을 사용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어느덧 광복 80주년을 맞는다. 세계열강 속에서 우리나라는 큰 성과를 만들어 왔다. 광복의 힘이다. 이제 인권, 민주의 선도국이면서 경제 강국으로 세계의 모범이 되는 빛의 나라가 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