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바이스가 누구냐
저자 치바이스
출판 학고재
발매 2012.11.10.
최근 예술의 전당에서 치바이스 전시회를 본 후
내친 김에 그의 구술 전기 <치바이스가 누구냐>도 읽어보았다.
청 말인 1864년에 태어나 신중국 탄생 직후인 1956년에 세상을 떠난 장수 화가.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뒤늦게 존경받는 화가가 된 노력형 천재.
그 삶처럼 그의 작품에는 전근대와 근대가 동시에 있고
농촌의 소박함과 문명의 세련됨이 함께 있고
민초의 생명력과 선비의 문자향이 공존한다.
장졔스와 마오쩌둥이 동시에 사랑한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권력과 가깝게 지내지 않았고
절대 욕심을 부리지 않아 생명력이 길었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 전시회를 성공한 후 다시 기회가 왔을 때 그는 이렇게 얘기한다.
"내가 베이징에 와서 자리잡은 지도 벌써 9년이 되어가는군요! 근래에는 국내에서 받는 그림 값으로 먹고살기에 충분하니, 처음 왔을 때하고 비할 바가 아니지요. 이제는 배고프면 쌀이 있고 추우면 석탄도 있어요.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만족할 줄 아는 것이 아니겠소? 배부르면 그만이지, 그깟 돈 좀 더 벌려고 그 고생을 한단 말이오!" (171)
그는 남의 화풍을 흉내내지 않으려 했고
볼 수 없는 신화의 세계보다 삶의 주변에 있는 사물들을 즐겨 그렸다.
"말을 하려면 남들이 알아듣는 말을 해야 하고, 그림을 그리려거든 사람들이 보았던 것을 그려야 한다"(64)
그는 베이징을 점령한 군벌과 일본 제국주의 세력에게 절대 타협하지 않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치바이스의 그림이 좋고 돈이 된다는 것을 안 일제 사람들이 그림을 구하려 괴롭히니 그는 '그림 팔지 않음'이란 글씨를 크게 대문에 붙여 놓고 칩거해 버린다. 그리고 이런 시 한 구절 친구들에게 보낸다.
아무리 오래 살아도 도적 되기는 싫어,
장안에 굶어죽은 귀신 추하지 않다네. (250)
춥고 배고플지언정 일제와 결탁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각오의 시.
예술가로서의 정도를 지킨 치바이스.
누구보다 부지런히 그림과 전각, 서예 공부를 한 치바이스.
그의 작품이 세계적인 작품으로 인정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