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그리고 한국이라는 로컬의 음악과 문화를 나누다
패션회사로 이직한 뒤, 윤리적 패션, 지속가능패션 분야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2018년 뜨거운 여름, 난민과 한국 사람들이 서로를 음악을 통해 알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자 'RE;MIX' 파티를 기획해보았습니다. 장소는 바로 명동성당!
저는 이전 직장에서 음악 사업을 주로 했었고, 이때 특히 '음악 다양성' 측면에서 많은 도움을 주셨던 두 분을 모실 수 있어서 좋았는데요. 그 두 분은 바로 DJ.soulscape님과 하세가와 요헤이님입니다.
본 글은 리믹스 파티 출연진 인터뷰로, 래코드 블로그에 게재한 원고입니다. (2018.6)
1) 아프리카 음악 자체가 DJ나 프로듀서들 사이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화두라고 들었어요.
우리가 대중음악에서 사용하고 있는 모든 종류의 리듬들이, 아프리카의 원초적 리듬에서 온게 많고, 그 원형을 더 잘 가지고 있는 게 아프리카 음악들이기 때문이에요. 예로 재즈의 경우 이디오피안 재즈가, 록은 나이지리안, 잠비아록이 화제인거죠. 그런데 아프리카 대륙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사실 ‘아프리카 음악’이라고만 단순하게 규정지어 말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음악종류들이 다양해요. 그리고 식민시대 이후(60~7,80년대까지) 아프리카 안팎으로 서로 영향을 받으며 새롭게 나타난 음악들이 많기 때문에 그 음악들에 대해서도 당연히 디제이로서 관심이 있고요.
2) 콩고 난민 분들로 구성된 음악팀도 그날 공연을 하게 되는데요, DJ 소울스케이프님은 어떤 음악을 들려주시게 되나요?
아까 언급한 것처럼, 디제이로서 음악들의 원형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콩고 난민분들로 구성된 팀의 공연도 그러한 차원에서 기대가 많이 됩니다. 저는 조금 디테일하게 말씀드리자면, 아프리카를 기반으로 한 아프로-캐리비안Afro-Caribbean, 아프로-브라질 Afro-Brazil등 아프리카와 영향을 주고 받은 음악들을 주로 들려드릴 예정이에요. 아, 그리고 약간의 한국 음악을 플레이하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간접적으로 아프리카 음악의 영향을 받은 요소가 있는 한국음악들, 예를 들면 한국음악 중 퍼커션 악기들이 사용된 음악들을 포함해서요. 한국이라는 로컬의 음악과 문화를 그 분들에게 들려드리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서 그런 음악도 살짝 틀 겁니다.
3) 디제이, 프로듀서로서 세계의 다양한 브랜드들과 일하고 계시는데요. 특별하게 느꼈던 환경에 대한 움직임, 혹은 일상에서 직접 실천하고 있는 것이 있으신가요?
요즘 패스트패션 등의 문제, 환경 문제에 대한 각성이 많은 사람들에게 일어나고 있다는 걸 확실히 느껴요. 인식이 전환되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얼마나 지속가능한 프로세스를 가지고, 일을 하고 또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우리 모두의 숙제인 것 같아요.
여행을 다니다보면 많이 느끼게 되는데, 일의 성격상 유럽 출장을 많이 다니다보니 이제 유럽에서는 일회용 비닐봉투가 거의 없어졌더라구요. 특히 엊그제 다녀온 독일에서는 더더욱 찾기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다녀온 패션 브랜드의 본사 같은 경우는 사내에 아예 컵을 공유하는 시스템이 있어요. 일회용 컵을 쓰지 않도록요. 그래서 느낀 건 시스템적으로 조금만 갖춰지면 사실 사람들은 변화할 수 있다는 거예요. 구호만 외치는 게 아니라, 실제적으로 일상에서 실천하고 바뀌는 것 말이죠. 사람의 행동이 바뀌면 그 행동 때문에 의식이 바뀌는 거잖아요. 어떻게 보면 정말 별 것 아닌 것인데도 그걸 통해 이렇게 깨달을 수 있다는 것에도 놀랍고요.
4) 레코드 판을 수집하는 분들은 오래된 것의 가치에 대해서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가고 계신데요.
네, 레코드를 모으는 분들이라면 아실 텐데, 오래된 레코드들이 비싸지는 이유는 그것에 대한 가치를 알아보고, 그 가치를 재발견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기 때문이잖아요. 업사이클링도 그런 의미라 생각해요. 그 가치를 더 높이기 위한 프로세스를 거친 디자인의 결과이기 때문에, 인식 변화란 물론 시간이 걸리는 일이지만, 그만큼의 다양한 노력이 서로 간에 있다면 그 가치가 더욱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5) 이번 파티는 한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난민분들과 함께 하는 파티예요. 한국의 경우는 아직 난민이라는 개념 자체도 친숙하지 않은 상태이고, 난민 분들을 만나보면 한국에서 오래 살더라도 외롭고, 한국 친구가 없다고 말합니다. 문화적인 이해가 서로 부족하단 생각이 들었어요.
난민문제는 한국도 그렇지만, 이미 유럽의 모든 나라들에서 가장 이슈이기도 하잖아요. 전세계적으로 난민 문제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각기 다른 의견들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기도 한데, 바라보는 시각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는 거겠죠. 그런데 가장 문화적이고, 또 가장 민초의 시점에서 사람 대 사람으로 피지컬하게 만나서 놀이문화를 함께 즐기며 생각해보는 관점 역시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대부분 이 문제를 정치, 경제적 관점에서 접근하잖아요. 물론 그것도 중요하지만, 민족주의, 국가주의적 틀을 벗어던지고 지구 상에 살아가는 사람 대 사람으로서 실제로 그분들과 만나서 같이 무엇인가를 해본다, 그런 기회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거의 주어지지 않잖아요. 같은 땅에서도 분리된 채로 살아가고요. 그래서 이런 기회가 참 중요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