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단상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미지 Sep 01. 2022

멘토링-도움이 될 실질적인 이야기를 어떻게 전할까?

대학생 대상 멘토링을 다녀왔습니다.

가급적 최대한 학부생 입장에서 이해하기 쉽게 말해보려고 애썼습니다.


기억에 남는 질문과 대답


1. 공부하기가 너무 싫어질 때가 있어요. 그럴때 멘토님은 어떻게 하시나요.

공부란 것이 사실 재미있는 것인데요, 특히 고등학교, 대학교 초반에 공부가 싫다고 느껴지는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공부 해야하는 영역이 너무 브로드하기 때문이죠. 뭔가 더 Specific하게 들어가다보면 더욱 재미있어져요.

고등학교 때는 입시를 위해 다양한 과목에서 일정 점수 이상을 내야만 하고, 대학생 때 역시 다양한 교양과목을 필수 수강 해야하잖아요. 그런 면에서 본인 관심사나 적성에 맞지 않는 과목들을 소화해야할 때, 공부가 싫다고 느낄 것 같아요.

오히려 저는 시간이 흐를 수록, 석사 때는 더더욱 공부에 몰입하며 큰 재미를 느꼈는데, 사실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영역을 알려면, 결국 브로드한 공부 경험도 필요한 것이니, 이 시기에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고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탐색한다는 생각으로 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2. 대학 때 꼭 해야될 일들이 무엇이 있을까요?

지금 모인 여러분들도 지역아동센터 봉사자라는 공통점으로 묶여서 이 자리에 와계시잖아요. 이런 식으로 나와 공통의 감각, 생각, 행동을 가진 친구, 선후배를 많이 만나고 사귀는 것. 그것이 일단 가장 중요해요.

저도 졸업한지 10년도 넘었지만, 대학교정에서 만나서 같이 무엇인가를 해내고, 꼭 어려운 과제를 같이 해내지 않더라고 같이 놀고, 공통의 관심사를 가졌던 친구들은 현재 각자 다른 진로로 가더라도 결국 오래 남는 친구가 되어요. 그래서 동시대, 동년배로서의 고민도 털어놓고 상담도 할 수 있는 좋은 사이로 남죠. 사회생활에서도 물론 많은 사람을 만나 친해질 수 있지만, 비즈니스 관계로 만난 분들과 대학 친구는 다른 결의 친구가 되니까요.


3. 매우 다른 영역의 복수전공을 하셨는데, 그런 결정이 쉽지는 않아요. 왜 그 전공을 택하셨나요

물론 문과 학생이 실기를 갈고 닦아서 들어온 클래스메이트들로 가득한 시각 디자인 복수 전공을 하는 일은 쉽지 않았어요. 때로는 위클리 과제 발표에서 부끄러운 적도 있었죠. 제 작품만 너무 스킬이 없는 작업이었기 때문에요. 하지만 오히려 그럴 수록 다른 어프로치를 시도해봤습니다. 과제 토픽에 대해 리서치를 해서 데이터 기반으로 해석하는 비쥬얼 작업물을 낸다던지 하는 식으로요. 오히려 교수님이 더 좋은 반응을 해주시고, 이러한 사고를 가져야된다고 같은 수업 듣는 학생들에게 제안까지 하실 정도였죠.

그러던 중 해당 수업을 마치고, 저는 또 과제 조사를 하러 도서관으로 직행을 했는데, 거기서 교수님을 만났어요. 제가 쌓아놓은 많은 책들을 보시고선 '너도 아픔이 있었구나 ㅎㅎ' 라고 하시더라구요. 크리에이티브, 색다른 시각이 그냥 감각에서 오는 게 아니잖아요. 교수님은 뭔가 다른 과 학생에 대한 환상이 있으셨던 것인지 저를 너무 좋게 보신 것인지, 이러한 노력 없이 색다른 시각으로 과제를 해석해온다고 여기셨나봐요. 여튼 저의 아픔을 들킨 날... 이었어요.


이렇게 아플 걸 알면서도, 복수전공을 감행한 것은 목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여러 표현언어를 배워, 디렉팅할 수 있는 기획자' 가 되고 싶다는 목표요. 그래서 처음 국문과를 가겠다고 했을 때도 주위에선 만류했지만, 저에겐 당연한 일이었고요. 특히 이 대학을 선택한 것도 각 대학의 국문학, 문예창작과 등을 알아보다보니 제가 염두에 두는 뉴미디어, 타매체와의 통섭, 결합을 추진하는 산학 협력이 이 곳이 가장 강력했어요. 영화나 게임 시나리오에 대한 커리큘럼도 대학원 관련 랩 과정에 존재했고, 저는 해당 과정 담당 교수님께 메일을 보내서 학부생 때도 그 수업을 들을 수 있다는 것도 확인했죠. 게임 회사와의 산학협력 등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는 점에서 내러티브, 문자언어를 중심으로 다양한 변용을 해서 새로운 사업이나 콘텐츠를 만들고자 하는 제 목표에 가장 합치하는 학교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늘 겪어보지 않은 일들은, 예측과 조금씩 빗나가죠. 전공 필수에서 제 생각과 다른 한문학, 한시 등의 수업을 반드시 들어야했고, 이렇게만 시간을 보낼 수 없어서, 시각 정보 디자인이라는 비쥬얼 언어를 같이 병행해서 배우기로 결심합니다. 물론 양 전공이 추구하는 가치 자체가 매우 달랐어요. 국문학과 수업에서, 한 학기 내내 같은 양복만 입으시는 선비 정신의 교수님께 '옛 선비가 안빈낙도 하며 뽑아낸 명문장' 과 그 가치에 대해서 듣고선, 10분의 쉬는 시간 뒤에는 바로 '시장에서 팔릴만한 디자인, 소비자 분석' 수업을 들으러 갔으니까요. 뭔가 쉴 새 없이 모드 변환을 하는 시간들이었고, 그것에 대한 익숙함이 현재 제가 하고 있는 일을 잘 굴러가게 해주는 것 같아요. 지금도 이윤 추구를 하는 기업에서, 이윤 외의 사회환경적 가치라는 것을 화두로 던지고, 기업 비즈니스가 성장함에 따라 이러한 사회환경적 가치도 함께 커가는 '공진' 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며 그것을 기반으로 한 신사업들을 설계하고 있으니까요.



4. 해외 생활, 해외와의 협업에서 유념해야할 점이 있을까요?

해외 다양한 국가들과 협력을 할 일들이 많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해당 국가의 문화 및 일하는 방식에 대한 사전 이해 및 학습입니다. 이러한 학습이 선행되면, 문화적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충돌이나 사고를 사전에 막을 수 있기 때문이죠. 예로 인도네시아와 협업을 할 때는 라마단 기간을 고려한 일정을 짜고, 함께 식사를 할 때 식단 같은 것은 말할 것도 없겠죠. 또한 타국가의 직원들과 일할 때 마감 시한에 맞춰서 그들이 주말 업무나 평일의 오버타임 업무를 당연히 할 것이라는 가정도 버려야합니다. 반드시 사전 협의가 필요하고, 특히 주말에 업무를 하려면 예산을 더 잡아야 하는 경우도 있죠.  

저도 처음엔... 휴 한국은 안이런데...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사실 어느 한 쪽이 더 맞다고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일하는 문화나 태도에 대해서도 다양한 관점을 갖게 된 계기였습니다.

또한 콘텐츠 관련된 사업의 경우, 다루는 주제, 검열, 심의에 대한 기준도 국가마다 다를 수 있으므로 서로의 기준에 대한 충분한 협의가 중요할 것입니다. 이것이 때로는 크리에이티브, 창작의 자유에 대한 침해로 부딪힘이 일어나기도 하기 때문이죠.

기획자로서 여러 주체와 일할 때는 이러한 모든 참여 주체의 입장, 배경, 특성을 사전에 공부하고 이해하는 세심함이 무척 중요합니다. 이러한 자세는 꼭 해외와 협업할 때만 필요한 것은 아니죠. 하지만 워낙 다른 문화권과의 협업에서는 특히나 중요한 사항이라 강조합니다.


5. 해외 교환학생이나 유학을 꼭 가는 게 좋을까요? 이 경우 경제적인 부분도 걱정입니다.

사실 제가 보기에 다양한 문화권에 대한 이해, 언어에 대한 친숙함이 있으면 훨씬 할 수 있는 일이나 깊이, 관점도 넓어지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장점의 획득이 꼭 유학을 통해서만 획득되는 게 아닌 것 같아요. 업무를 하거나, 팀빌딩을 하며 유학 경력이 있는 다양한 분들을 만나보게 되는데, 일을 잘한다는 개념이 꼭 해외 생활 경험이 필수 조건은 아니더라고요.

내가 얼마나 구체적으로 특정 분야를 학습하고, 경험을 쌓고, 고민을 하며 프로젝트를 했냐는 전문성,

그리고 아까 4번 답에서 했던 것처럼, 여러 이해관계자를 고려하고,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배려와 세심함의 일머리가 중요한 것 같아요. 이건 애티튜드인데요. 가령 하나의 이벤트가 있다고 가정하고, 여기에 누군가를 초대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여러분은 이 사람에게 정보를 조각 조각 생각날 때마다 던져줄 수도 있고, 잘 정리해서 한번에 준 다음( 이 한번에 전달할 떄에는 이 사람이 궁금해할만한 것들을 추론하고 그에 대한 답까지 포함해서 준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 해당 일자 전일에 리마인더 하는 애티튜드를 가지는 것이 좋겠죠.

이러한 전문성 및 애티튜드가 꼭 유학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현재는 많은 영역에서 한국이 글로벌리 핫하기 때문에, 이 안에서 최선을 다해서 얻어낼 것들도 많죠. 그래서 해외 경험이 있으면 좋겠으나, 그것만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진 않았으면 합니다.



5. 시간 관리를 어떻게 하면 잘하나요?

음 제가 시간 관리를 잘한다는 가정하에 있는 질문인데... 이런 질문을 한다는 것은 일단 많은 것을 하고자 하는 욕심이 있는 상태신 것 같네요. 시간 관리 처방으로는 '데드라인' 설정이 최고입니다. 모든 영감의 원천 데드라인! 학생 때는 그게 잘 안되긴 하죠. 사실 그래서 많은 직장인들이 매일 같이 데드라인에 시달리며 열일하면서, 와 학생때 이렇게 공부했으면 하버드갔겠다 라는 농담을 할 정도죠.

저 같은 경우는 데드라인에 익숙해지려고 학생 때부터 노력한 것 같습니다. 누구나 강력한 데드라인 없이는 늘어지는 것 같아서요. 우선 학교 신문사에 들어가서 2년간 weekly 마감의 처참한... 삶을 살았고, 사실 그렇게 20대에 트레이닝 되고 나니 데드라인을 통한 시간 관리가 매우 익숙해졌어요. 마감을 정해두면, 그에 맞춰 할 일들을 계획하게 되니까요. 이 시점에 최종고를 넘기려면, 최소한 내가 취재를 이때까지 마쳐서 데이터들을 이 날까지는 정리해야, 목요일 오후에 초고를 쓰고, 관련 일러스트나 그래픽 등을 요청하고, 금요일 오후부터 밤샘해서 원고 컨펌 및 교열을 거친 뒤에 레이아웃하고 판을 짜고, 토요일 오전에 최종 레이아웃을 마친 뒤 인쇄소에 정오까지는 넘긴다라는 상세한 타임플랜이요. 당시 약 2만부를 인쇄해서 월요일 아침마다 교문에서 배포를 했으니 절대 어긋나면 안되는 일정이었죠. 그 위클리 마감을 학교 수업을 들으며 해야하므로, 방학때 대략 다음학기의 주간 취재 꼭지(토픽) 들을 정해두는 편입니다. 물론 시의성 있는 이슈들은 그때그때 끼워넣고, 일종의 편성표였죠.



6. 하시는 일이나 하루 일과에 대해서 자세히 알려주세요.

신사업을 하는 입장에서는 하루 일과가 그렇게 늘 반복적이진 않습니다. 이 일을 제가 우스갯소리로 '탐정' 처럼 일한다고 표현하는데. 보통 어떤 업무의 목적이 있다면, 제가 하는 사업은 특히 해당 생태계에 좋은 영향을 미치기 위해 기업의 리소스를 투여하는 일인데. 그 목적까지 올바르게 도달하는 방법을 잘 찾아야 합니다.


해당 영역의 문제가 무엇인지, 문제 정의부터 명확해야 하는데요. 이것을 기업의 입장에서 홀로 정의하면 오류가 생깁니다. 따라서 관련 이해관계자들을 파악하고, 필요하면 관련 연구, 통계등의 리서치를 수행하는 등 문제 정의를 위해 선행해야하는 연구나 인터뷰, 미팅 등을 하며 데이터들을 모읍니다. 그러면 조금 더 나은 관점을 찾을 수 있죠.


이러한 시기를 지나면, 이제 우리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이나 이념과도 일치하는 관점의 솔루션을 찾아봅니다. 이 과정도 매우 재미있는데,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론이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죠. 하지만 우리 기업이 마땅히 해야하고, 해도 되고, 할 수 있는 방법론은 어떤 것일까? 를 정해야합니다. 이 가설을 바탕으로 이제 실제 사업의 프로토타입을 설계해보고, 보통은 작게 파일럿 형태로 시작해서 검증을 해보죠.


이야기를 하고보니, 매번 스타트업처럼 일을 해왔네요. 이것이 하루 일과인 셈이죠.

이런 스타일로 사는 것이 저에게는 더 잘 맞는 것 같아요.



매거진의 이전글 일을 잘한다는 것 - 레벨별 핵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