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와 카메라

고도를 기다리며.. NO.241

by 고태환



내 기억이 맞다면..
막 걷기 시작할 때쯤 고도는 리모컨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녀석이 리모컨에 홍미를 느끼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늘 가까이 있지만 자신에게는 항상 숨기는 것이기에 결국에는 호기심을 넘어 집착의 단계까지 자연스레 가게 된다

처음 고도가 리모컨을 갖게 되었을 때는 갖았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뻐했다
그러나 그게 다였다
정작 목표를 얻고 나서는 어찌할지도 모르고 그냥 좋아했던 거다
그러기를 수차례 반복하다 보면 실수로 버튼이 눌리는 일이 생기고
결국에는 리모컨과 대상 기기의 연관 점을 깨닫게 되며
생후 200일이 되기도 전에는 이미 배터리 빠진 리모컨에는 분노하는 경지까지 다다르게 된다

물론 아기는 그렇게 깨닫고 인식하며 커가는 것임을 알기에
갑자기 티브이 채널을 돌리거나 에어컨을 켜는 등의 일은 별로 대수롭지 않았다
리모컨이 시시해지고 나면 건드는 횟수도 줄어드니 반응하지 않는 것이 빨리 흥미를 떨구는 일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무관심은 리모컨일 때 가능하다
리모컨은 던져도 되고 깔 아뭉게도 되고 때론 무기처럼 휘둘러도 된다 하지만 그 대상이 카메라라면..

생각해보면 녀석이 리모컨에 관심 갖듯 카메라에 관심 갖는 것 역시 당연한 일이다
우리 집에서 카메라는 대체로 고도의 근처에 배치하면서 아빠가 자주 사용하고 본인에게는 건네지 않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요즘 부쩍 녀석이 카메라에 관심을 갖는다
아래 사진은 고도가 카메라를 가져와
"따진.. 따진.."
하고 전원을 켜달라 거칠게 말하는 장면이다
이제 녀석은 꺼져있는 카메라는 배터리 없는 리모컨 마냥 분노한다

전원을 켜주니 제법 자연 스래 목에 건다

그 모습이 어울린다고 생각하지만..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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