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육아일기
B-612 라는 명칭의 소행성에 사는 어린왕자의 이야기는 중학생 때 읽었을 때보다 어른이 되어 읽었을때 그 울림이 더 컸다.
아마도 어린왕자가 했던 여행을 일정부분 직접 경험해 보았을때 이야기를 같이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지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실제로 우리는 살아가며 어린왕자가 했던 여행과 흡사한 경험을 한다.
어린왕자의 장미처럼 누군가를 아프게 사랑하고,
권위 가득한 상대를 만나 이야기도 나누며,
사람 면전에서 숫자를 따지고 그 숫자로 평가하는 인물 또한 살다보면 무수히 많이 만나게 된다.
우리가 어린왕자와 다른 것은 새로운 행성을 옮겨다니는 수고 없이
삶에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다른 소행성의 인물들과 마주할 뿐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나를 비롯한 많은 수의 어른들은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의 그림을 이해하기 어렵게 되버린다.
육아일기의 시작을 어린왕자에 대한 이야기로 한 이유는
가족들과 벚꽃을 구경한 뒤
길에서 주워온 벚꽃으로 고도에게 'B-613'이라는 소행성을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다.
이미지를 만드는 방법은 간단했다.
검은 도화지 위에 벚꽃을 원형으로 펼쳐두고, 고도의 사진을 가위로 오려 올려둔 뒤
아직 봉우리져 있는 벚꽃 하나를 장미 대신 옆에 놓아둔다.
그리고 바오밥나무는 고도에게 시련을줄 수 있어서 대신 '꾸미' 인형을 닮은 정아의 토끼 머리핀을 올려주었다.
고도는 이 'B-613' 이라는 소행성에서
장미와 사랑을 나누고, 꾸미를 닮은 토끼와 우정을 나누며,
하루에도 수십번 해가 떠오르고 지는 모습을 바라볼 수도 있다.
그리고 언젠가 여행할 시기가오면,
어린왕자가 그랬듯 왕과 주정뱅이와 숫자 좋아하는 어른과
길들여짐을 가르쳐줄 사막여우도 만나겠지만,
분명한 것은 고도가 어른이 되는 과정 동안 고도는 혼자가 아닐 것이라는 것이다.
앞으로 고도에게도 많은 시행착오와 아픔도 있겠지만,
고도의 삶에서 최대한 긴 시간이 낭만적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