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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태환 Jan 07. 2018

방 위에 뜬 별

고도를 기다리며.. NO.787



< 고도 편 >



어제 저녁
고도가 내 손을 붙잡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아빠 누워봐"라고 말하더니 방의 불을 끄고는 
"별이지? 아빠 별보자" 라고 말했다
옆에 서 있던 고도를 안아 내 옆에 눕혀주었다
나란히 누워 방 천장에 붙은 야광 별을 바라보며 내가 물었다
"아기 별은 어떤거야?"
고도가 망설임 없이 "저거"라며 가르켰다
대충 방향은 짐작이 되었지만 정확히 어떤 별인지는 확인이 어려웠다
다시 "엄마별은?"하고 물었다
고도는 또 망설임 없이 "저기 아기 옆에"라고 손가락으로 천장을 가리키며 말했했다
아~ 엄마는 고도 옆에 있구나 생각하고 
"아빠별은?"하고 물었다
고도는 단하나의 커다란 별을 가리키며 "저기 큰거"라고 말했다
그렇지.. 내가 크지.. 나는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동생은?"하고 물었다
유독 잠시 망설이던 고도는 말을 얼버무렸다
내가 "동생별은 없어?"하고 묻자
다시 손을 위로하고는 "저~기 있는 별" 하고 말했다
뭔가 어감이 먼듯해서 다시 물었다
"어디? 엄마별 옆에?"
고도가 대답했다
"아니 거기말고 저~기 저~기 있는 별"
동생별은 참 멀리 있구나! 생각이 들었다  






오늘 저녁 
고도가 별보러 가자고 또 졸랐다
"별?"
"응 방에 별보러 가자"
나란히 방에 누워 별보는 일
생각보다 괜찮다
무엇보다 편하고 아이와 놀아주는 느낌도든다
고도와 방에 들어가 천장을 보고 누웠다
불을 끄고 천장을 바라보았는데 빛이 보이지 않았다
계속 불이 꺼져있던 탓에 야광 종이가 빛을 잃은 것이다
종이를 노출시키기 위해 잠시 불을 켰다
"아빠 왜 불켜? 별볼라고?"
나는 "별이 배고파서 밥주려고.."라고 말했다
"별도 밥 먹어?"
"응 대신 별은 빛을 먹어"
"빛?"
"응 우리가 불키면 빛이 나오는데 그 빛이 별에게는 밥이야"
"아~아 그렇구나!"
고도는 이해하기 싫은 이야기에는 "아 그렇구나"하고 흘려버린다
잠시 별종이에 노광을 하고 불을 껏더니 별이 환해졌다
여러 대화들이 오가다가 고도가 노래를 듣고 싶어했다
동요와 만화주제곡을 휴대폰으로 틀어주었다
여러 노래가 나왔는데
고도는 '아빠와 크레파스'라는 노래를 좋아했다
'검은고양이 네로'는 고도가 좋아할거라 생각했는데 반응이 좋지 않았다
나중에는 '아빠와 크레파스'를 배경음악으로 계속 반복시켜둔 뒤 천장을 보며 대화를 이어갔다
한참 대화를 나누던 중 고도가 벌떡 일어나 말했다
"이제 나가자"
우리의 대화는 그렇게 갑작스럽게 끝났다
어느 순간이 지나자 지루했나보다
아무튼 아들과 나란히 누워 가짜별을 보며 대화하는 일은 생각보다 매력적인 일이다
또 할 수 있을까?




2016.07.10.

사진 육아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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