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가로서의 도전을 알립니다
대학 졸업하고 난 이후에 꽤나 변화가 많은 삶을 살았다. 한국에서 손꼽힌다는 무역상사에도 잠깐 몸을 담았었고, 고압적인 위계질서와 회식문화가 싫어서 뛰쳐나온 다음에는 IT 업계에 종사하기 위해 개발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러 스타트업을 다니며 실제로 사용자가 사용하는 서비스를 만들었고, 기획자와 개발자 그 사이 어딘가에서 계속해서 사업을 영위하는 경험을 했다. 그리고 프리랜서로 전향했고, 개인사업자로서 클라이언트와 소통하고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본격적으로 내 사업을 시작해보려고 한다.
나는 항상 노동문제에 관심을 가져왔다. 대부분의 사람이 어쩔 수 없이 직면할 수밖에 없는 '노동'은 한국 사회에서 대기업 중심의 경제 구조에서 '갑'과 '을'이라는 왜곡된 질서로 나타났고, 대기업 밖의 사람도 그 안의 사람도 고통스러워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기업 협력사 사람들은 대기업의 갑질에 괴로워하고,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들도 안정적인 듯 보이지만 당장 미래가 보이지 않는 그 안에서 자신의 능력과 미래에 대해서 고민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해 항상 의문을 제기해왔다. 과연 이 방법 밖에는 없는 것일까?
나는 이 문제를 결국 조직에 속하지 않아도 개인으로 온전히 경제활동을 영위할 수 있을 때 해결된다고 생각한다. MCN으로, 작가로, 개발자로, 디자이너로, 사진사로, 음악가로, 영상 편집가로 등등 어느 조직에 속할 필요 없이 자신의 능력만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나의 비전이자 목표이다. 물론 모든 것을 한 번에 바꿀 수는 없으니 분야별로 조금씩 조금씩 도전해 나가야겠지만. 개인이 기업과 불합리적인 대우 없이 평등하게 개인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기업은 그에 합당한 보수를 제공하는 형태로 나아가는 것이 조직의 일원이 아니라 한 개인으로 당당하게 설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취업이 안돼서 고민하는 수많은 취준생도, 미래도 없고 마땅히 이직할 곳을 찾지 못해서 고민하는 대기업 직원도, 대기업의 갑질에 오늘도 술 접대를 할 수밖에 없는 중소기업의 직원도 모두 '다음 삶'을 준비하는 초석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상해에 와서 생각했다. 한국은 정말 작은 시장이구나. 한국에 유니콘이라고 불리는 스타트업들도 인구의 벽에 가로막혀 순식간에 성장은 멈춰버리고, 후발 주자와 경쟁하기 위해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부으면서 발생하는 영업 손실을 보고 있자면 결국 광고 업계에 배만 불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는 내가 구사하는 영어, 스페인어, 그리고 지금 배우고 있는 중국어권을 앞으로 사업을 영위할 때 우선 시장으로 삼으려고 생각한다. 애초에 '시장을 한국에 국한시키지 않을 것'이 스스로에게 두는 사업상의 제약이다. 상해에서 한국과 중국을 연계할 수 있는 사업을 생각하고 있다. 다행히 중국 현지에서 브랜드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부인의 정보력과 무역업에 종사하면서 전 세계의 경제 상황을 누구보다 빨리 알려주는 친구들, 최근에 상해를 방문하셨던 신흥 사업가 형님, 한국에서 오랜 시간 함께 시간을 쌓아왔던 개발자 친구들과 훌륭한 실력의 디자이너 분, 대학생의 신분으로 회사 지분까지 제공받았던 기획자 등 주위에 돌아보니 유능한 사람들이 많아 언제든지 물어보고 조언을 구할 수 있어 감사하다.
어린 시절부터 항상 독립적으로 살기 위해 노력했다. 아버지 직장 때문에 2~3년에 한 번은 이사를 다녀야 했기 때문에 무려 초등학교를 4군데를 다녀야 했다. 매번 전학을 다니고, 또 서울로 대학교를 올라오면서 모든 일은 내가 스스로 해결해야만 했다. 지금까지 그렇게 살았다.
그런데 도움을 줄 때는 최선을 다하고, 도움을 구하는 일에도 크게 주저함이 없는 중국계 친구를 만나면서 내 한 몸 건사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큰 규모의 일을 하기 위해서는 내 혼자의 힘만으로는 절대 불가능하고 결국 누구와 함께 할 수밖에 없구나'라는 것을 느꼈다. 나도 누군가 도움을 청할 때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도와주고, 도움이 필요할 때는 내가 다음에 그 사람을 도와주는 날을 기약하며 도움을 청하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 나는 당신과 함께라면 그 무엇도 할 수 있는 사람이지만, 혼자서는 그 무엇도 아니다.
특히 상해에서 중국을 중심으로 사업을 하려고 하는 나에게 혼자서 하는 일이란 불가능한 것이 되어버리고 만다. 대학교를 떠나고 매번 도전은 항상 힘겨웠지만, 이번에는 특히나 힘든 일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결국에 내 일을 하고 싶다는 강렬한 열망에 끌려 이 자리까지 왔다. 결과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굳게 마음을 먹고 이 글을 썼고, 조심스럽게 내어놓는다.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