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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르코 Dec 09. 2016

디지털 마케팅의 이해

개인,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한국 사람들은 정말 광고를 싫어한다. 그중에서도 모바일 광고를 특별히 싫어하는데, 한국방송진흥공사(아래 왼쪽 이미지)에 따르면 무려 30%에 달하는 소비자가 모바일 광고를 싫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그에 반해 중국에 있으면 정말 앱들이 수시로 광고 푸시와 메시지를 보내고, 심지어 거의 모든 앱의 메인 페이지는 광고로 시작한다. 아래 오른쪽 이미지를 보면 중국 사람들은 광고에 대한 저항감이 낮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런 광고에 대한 한국인의 거부감 때문에 한국 스타트업들은 한국 소비자 성향에 맞춰서 푸시를 어떻게 하면 최대한 묶어서 보낼지, 광고 없이 초기 서비스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 큰 고민을 하게 된다.  



나 역시 광고를 크게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다. 쓸데없는 푸시를 보내는 앱은 푸시를 아예 해지해버린다거나, 자주 쓰는 앱에 광고가 뜨면 차라리 유료 앱을 구매해버리는 편이다. 지금 쓰는 크롬 브라우저와 사파리에도 광고 차단 플러그인이 설치되어있다.


그런데 최근 사업을 시작하며 위치가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바뀌기 시작하면서 광고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 중소 사업자가 서비스를 처음 시작하거나 새 제품을 출시한 입장에서는 당연히 시장 내에서 인지도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소비자가 알지 못하는 제품은 팔리지 않는다. 대기업은 강력한 브랜드 인지도와 자금력을 바탕으로 대형 연예인을 바탕으로 TV 광고를 진행하는데, 오랜 기간 TV 광고에 노출된 일반 소비자는 연예인과 상품의 이미지를 동일하게 여기게 되고 반복적인 구매로 이어진다. 이런 상황 속에서 중소 사업자가 생존하는 길은 TV 광고보다 더 효과적이고 저렴한 방법으로 자신의 서비스와 상품을 알리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요즘 이런 고민을 하면서 광고를 바라보니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서 마주치는 광고나 유튜브 혹은 요우쿠(중국 최대 동영상 플랫폼)에서 마주치는 동영상 광고도 쉽게 지나쳐지지 않는다.


최근에는 처제 결혼식으로 한국에 들어가면서 페이스북에 지인들 대상으로 미밴드2 주문을 받아보기도 했고, 며칠 전에는 아래와 같이 직장을 다니면서 개발을 공부하고 싶어 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개발 강의를 개설하기도 했다. 이런 일련의 활동들은 나에게는 소비자에서 무엇인가 가치를 만들어내는 생산자가 되기 위한 연습이기도 하다. 내가 가진 경험을 단순히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들어내는 가치가 얼마나 그 서비스를 구매하는 사람을 만족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고 설득하는 그 과정이 사실 마케팅이다.


사실 나는 디지털 마케팅과 꽤 오랜 인연을 쌓아왔다. 한 디지털 마케팅 전문 대행사에서 매니저로 일하기도 했었고, 한 스타트업에서는 개발자 겸 그로스 해커(Growth Hacker)로 일하며 온라인에서 집행되는 광고의 효과 측정 및 개선, 그리고 서비스 가입 전환율 측정 및 개선 등의 업무를 주로 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지금 내가 진행하고 있는 서비스로 이어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광고 대행사에서는 광고 대행사가 어떻게 클라이언트(주로 대기업)와 일하는지를 배울 수 있었다. 사실 마케팅은 시장 조사에서 제품 기획, 유통, 홍보, 넓게는 세일즈까지 포함하는 개념인데, 주로 디지털 마케팅 대행사가 하는 일은 홍보에서도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광고만 담당을 하게 된다. 클라이언트는 이미 가지고 있는 제품 혹은 서비스를 온라인 상에서 더 멀리 퍼져나가도록 대행사에게 업무를 일임하는 것이다. 그리고 스타트업에서 그로스 해커의 경험은 특별했다. 단순히 디지털 마케터가 아니라, 내가 집행한 광고 혹은 서비스의 흐림이 어떤 성과를 내는지 측정하고 다양한 변수의 수정을 통해서 최적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통해서 직감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를 통해서 검증하고 개선하는 방법을 배웠다.


나는 디지털 마케팅이 중소 사업자가 험난한 시장을 돌파하기 위한 돌파구라고 믿는다. 디지털 마케팅은 기회다. 한 스타트업에서 마케터로 일했던 부인은 대표님과 함께 여러 업체와 미팅을 하곤 했는데, 투자사나 혹은 미팅하는 업체마다 마케팅을 TV에 유명 스타와 광고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한다. <The 1-Page Marketing Plan> (Dib, Allan 저)에서는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마케팅을 따라 해서는 안 되는 이유로 대기업이 마케팅 의사결정 과정에서 우선순위 7가지를 소개한다.


1. 임원진의 만족

2. 주주의 만족

3. 상사의 편견

4. 존재 고객의 선입견

5. 광고 대회 수상

6. 위원회와 이해 당사자의 동의

7. 매출


다시 말해, 대기업은 매출이 아니라 이해 관계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킨 다음에야 정말 마케팅을 집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을 단지 대기업이 했다는 이유만으로 중소기업이 따라 한다면 반드시 망할 거라고 책의 저자는 이야기한다. 저자는 대기업이 저런 복잡하고 비효율적인 과정으로도 망하지 않는 것은 우선 가지고 있는 자본 규모가 다르고, 이미 브랜드 인지도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디지털 마케팅을 해야 하는 이유


우선, 디지털 마케팅의 강점은 모든 데이터를 추적 가능하다는 것이다. 앞서 대기업에서 마케팅 의사결정 과정의 우선순위를 다소 비판적으로 바라본 글을 보았다. 그런데 기존 마케팅의 또 다른 하나의 문제점은 마케팅을 전적으로 마케터의 직관에 의존한다는 점이다. 물론 P&G 같은 기업은 닐슨에 매년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데이터를 구매해서 데이터에 기반한 마케팅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많은 회사에서는 여전히 마케팅은 "돈 쓰는 일"로 마케터가 직관적으로 '될 법한' 스토리를 만들고 '될 법한' 채널을 선택해서 '혹할 법한' 연예인을 골라서 TV 광고를 내보낸다. (물론 TV나 일간지, 잡지 광고도 시청률/구독률 등을 비교하고, 채널 별 연령이나 성별 등 자료를 참고한다. 광고를 제작하는 것도 전문 대행사를 이용하더라도 쉬운 일은 결코 아니다.) 그런데 디지털 마케팅은 전혀 다르다. 우리가 매일처럼 쓰는 구글이나 페이스북, 네이버가 왜 공짜인지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그것은 바로 우리가 상품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우리의 모든 행동 패턴을 추적한다. 그렇게 정리된 패턴을 통해 광고주에 정보를 제공하고 돈을 받는 것이다. 광고주의 관점에서 바라봤을 때 내가 돈을 썼을 때 그 결과를 아주 명확하게, 단 하나의 추측의 영역을 남겨놓지 않고 추적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그리고 기존의 광고에 비해 광고비가 매우 저렴하다. TV에 유명 연예인을 섭외해서 15초짜리 광고를 내보내려면 얼마가 들까? 못해도 몇 십억부터 시작한다. (제작비 자체는 몇 천만원에서 몇 억으로 만들 수 있지만. 미디어에 노출시키는 게 이렇게 어렵습니다, 여러분.) 유명 일간지에 광고를 내보내는 건? 그것도 몇 천만 원부터다. 그런데 페이스북은 매일 최소 천 원으로 광고를 집행할 수 있다. 물론 적은 금액일 경우 노출되는 인원은 매우 적지만, 더 이상 마케팅이 최소 몇 천만 원의 자본금을 가지고 있어야 집행할 수 있는 다른 세계의 이야기에서 누구나 적절한 카피로 사용자에게 노출될 기회가 열렸다는 사실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내가 디지털 마케팅이 기회라고 하는 이유다. 그 밖에도 사람들이 모여있는 커뮤니티에 새로운 제품을 홍보한다거나 하는 방식은 비용을 전혀 들이지 않고도, 사람들에게 제품이나 서비스를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추가적으로 앞서 말했던 데이터를 추적 가능하다는 특성과 결합되면 매출 대비 비용 구조를 명확하게 설계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예를 들어, 10만 원짜리 공구세트를 파는데, 페이스북에 광고를 1만 원 태웠더니 1명이 구매를 한다면 10만 원 매출 중에 1만 원이 비용이고, 9만 원이 수익이 된다는 이야기다.


마지막으로 사람의 입을 통해서 전달한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평생에 걸쳐 소비 전문가로 거듭난다. 물건을 사고 불만족스러웠던 경험이 쌓이면서 사람들은 더 꼼꼼히 따져보고 물건을 사게 되는데, 이제 사람들은 더 이상 TV에서 나오는 광고를 믿지 않는다. 물론 여전히 효과가 있긴 하지만, 이제 사람들은 TV 광고 속 연예인이 더 이상 상품과 동일하지 않다는 사실을 안다. 중국을 보면 아직 이런 부분에서 소비자의 인식 수준이 발달하지 못했다고 느낄 때가 있는데, 중국 사람들과 이야기해보면 "저 정도 연예인 썼으니까 믿을만한 회사 아니야?"라고 말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광고 속 연예인과 제품을 굉장히 동일시한다는 이야기다. 이에 반해, 뷰티 마케터로 일하는 부인에 따르면 유럽의 화장품 광고는 대체로 성분과 성능을 중요시한단다. 어느 연예인이 출연했나 와 관계없이 이 제품이 실제로 나에게 도움이 되는지를 중요시한다고 한다. 결국 사람들은 소비를 할수록 프로 소비자가 되고, 더 이상 광고를 있는 그대로 믿지 않는다. 하지만 바쁜 현대인은 광고를 하나하나 따져보며 사기가 힘든데 이때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평가이다. 다른 사람들의 평가를 통해서 제품의 좋고 나쁨을 간접적으로 판단한다. 이 지점에서 디지털 마케팅의 중요한 한 요소로 평가받는 바이럴, 즉 입소문의 특징이 큰 힘을 발한다. 좋은 품질, 혹은 재미있는 제품에 대한 콘텐츠는 사람들이 자신의 손으로 제품을 알리고 홍보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것은 다시 다른 사람의 구매로 이어지고, 선순환의 고리를 만드는 것이다.


나중에 다른 글을 통해서 언급하겠지만, 평생직장이란 없어진 요즘 같은 시대에 나는 사람들이 더 이상 직장인이자 소비자가 아니라 생산자가 되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시점이 대학교 졸업 후나 퇴사 후가 아니라 바로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분명 그 시점이 되면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분들은 디지털 마케팅을 찾게 되리라 생각한다. 회사에서는 기획, 마케팅, 개발, 유통, 영업 등 여러 사업 과정에 한 부분만 담당하면 됐다면, 회사를 나와서 가장 달라진 점은 이 모든 것을 이해하고 책임져야 된다는 사실이었다. 분명 이때가 오면 디지털 마케팅이 필요하고 참 고맙다고 느끼게 되리라 생각한다. 부디 내가 오늘 인터넷을 쓰면서 보는 광고가 내 삼촌이 혹은 내 친구가 고민 끝에 올린 글과 이미지라는 사실을 인지한다면, 여전히 다소 짜증은 나더라도 화를 내는 것까지는 피할 수 있지 않나 싶다. "애쓴다"라는 말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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