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조 발리(Dojo Bali) 회원이 되다
처음에는 에어비엔비를 통해서 구한 집에 있다가, 며칠 전 남은 3개월 동안 살 집으로 이사했다. 이 집을 구하기 위해 현지 부동산 중개사무소와 에이비엔비를 통해서 여러 집을 찾아보고, 직접 연락해서 집을 보러 다녔다. 그러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을 만났다. 인도네시아인 주인 Putu와 외국인 응대 전문으로 보이는 독일인 Niels는 정말 친절했다. 새로 지은 집이라 깨끗한 건 걱정할 필요가 없었고, 전체가 3층짜리 건물에 1층에는 현지 가격의 슈퍼와 식당까지 딸려있는 그야말로 주상복합 아파트였다. 이사 당일 원래 머물던 집에서,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믿을만하다는 블루 버드 택시를 타고 새 집으로 이사했다. 이 집은 무려 보증금 없이 월세 30만 원이 조금 안 되는 가격에 매일 청소까지 해주고, 3일에 한 번은 침대 시트까지 갈아주는 엄청난 곳이었다. 그리고 도보 거리에 아침을 먹을 수 있는 브런치 집과 세탁물 1kg에 1,500원으로 빨래까지 해주는 세탁소까지 있었다. 처음에 집에 세탁기가 없어서 의야했는데, 현지 세탁소 비용을 보고는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사를 와서는 인터넷 속도가 조금 늦어서 현재 촬영하고 있는 안드로이드 강의 업로드에 조금 어려움을 겪었으나, 오늘 도조 발리라는 발리 짱구(Canggu) 지역의 코워킹 스페이스에 등록하면서 감동의 인터넷 속도와 함께 기존 촬영분 업데이트도 완료하였다. 그리고 계속 진행 중인 딥러닝 공부도 어느덧 중반이 넘어서고 있다. 최근에는 동영상에 자동으로 자막을 생성하는 부분을 완료하였다.
이 코워킹 스페이스는 한국에 디지털 노마드 붐을 불러온 도유진 씨가 소개하기도 한 코워킹 스페이스다.(아래 링크) 현재 회원 수는 300명 정도 된다고 한다. 현재 100명 가까운 사람이 2층짜리 건물에서 일하고 있는데, 새로 이 곳을 방문한 사람들을 위해 소개를 하고 있는 직원들의 목소리를 제외하고는 선풍기 소리만 들릴 정도로 조용하다. 오늘 한 달에 100시간짜리 회원권을 페이팔로 구매했다.
한 달 회원권 가격은 아래와 같다.
25시간 : IDR 750,000 ( 63,000원 )
50시간 : IDR 1,000,000 ( 84,000원 )
100시간 : IDR 1,700,000 ( 142,800원 )
무제한 : IDR 2,700,000 ( 226,800원 )
현금, 카드, 페이팔이 모두 가능한데. 카드의 경우에는 카드 수수료 5%를 추가로 받고, 페이팔은 환율 차이가 존재한다. 따라서 현금으로 뽑아서 주는 게 가격 대비는 가장 효과적일 것 같다. 돈을 지불하고 나면 인터넷에 연결할 수 있는데, 인터넷 연결 여부로 시간을 차감한다고 한다.
우리 부부는 실제로 상해 생활에 굉장히 만족하면서 지냈다. 한 나라에서 외국인으로 산다는 것은 분명 많은 적응이 필요한 일이기는 하지만, 그와 동시에 주변의 시선을 의식할 필요가 없다는 자유를 준다. 우리 부부는 그 삶이 너무 좋았다. 누구도 우리의 삶에 관심을 가지지 않고, 우리 부부가 원하는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그 자유가 좋았다. 오해를 막기 위해서 말하자면, 중국이라는 나라가 스트레스가 적은 나라라는 의미는 아니다. 상해에 있으면서 여러 중국인 친구들을 만났는데, 중국은 체면이 중요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다른 사람과 비교를 당한다고 한다. 그래서 굉장히 사회적인 스트레스가 큰 사회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다만 우리는 외국인이었기 때문에 그런 시선에서는 굉장히 자유로울 수 있었다.
그런데 발리에 오면서 우선 깨끗한 환경이 우리를 맞아줬다. 상해에서 살면서 유일하게 힘들었던 부분이 공기와 물 오염이었다. 외출할 때면 10일 중 7일은 마스크를 쓰고 나가야 했고, 수돗물로 양치하기가 찝찝해서 생수로 이를 닦았으니 어느 정도인지 대강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발리도 스쿠터가 도로에 많고 도심에서 생활한다면 스쿠터 매연을 감당해야 하겠지만, 조금만 외각으로 나오면 정말 청정한 환경 속에서 살 수 있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아침저녁으로 깨끗한 공기에 감사하며 조깅을 하고 있다.
그리고 저렴한 물가도 빼놓기 힘들 것 같다. 상해 집 값은 정말 상상을 초월할 정도여서, 우리가 살던 집은 상해 중심에서 꽤나 많이 떨어져 있었는데도 월세만 100만 원 넘게 내면서 살았다. 물론 전기세, 가스비 등은 별도였고. 우리가 이주하려고 계획하는 싱가포르도 최소한 월세로 200만 원은 생각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발리에서 우리 부부는 월세로 30만 원을 내면서 생활하고 있다. 요즘 “발리에서 한 달 살기” 같은 글이 많이 올라오는데, 그런 글에서는 보통 50만 원 정도로 월세를 지불했다고 하는데, 에어비엔비에 의존하지 않고 관광지에서 조금 떨어져 현지에서 발품을 좀 팔면 괜찮은 집을 꽤 많이 만날 수 있다. 그리고 현지 식당을 이용한다면 두 명이서 5천 원이면 한 끼 식사가 가능한 곳도 많다. 1달 기준이긴 하지만 스쿠터도 한 달에 5만 원으로 빌렸고, 스쿠터를 타고 근처 마트나 과일 가게에서 신선한 식재료를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발리에 처음 와서 우리 부부는 해변가로 향했다. 이번 발리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목표 중 하나가 서핑을 배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짱구의 바다는 역대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정말 파도가 높았다. 그리고 정말 많은 서퍼들이 파도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그런데 그와 함께 코워킹 스페이스에 가득 찬 사람들을 보면서 이 곳에서 자신의 꿈을 키워나가는 사람도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합리적”인 판단으로 비정상적인 생활 물가를 떠나서 자신의 살 곳을 정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곳에서 서울, 상해 등 대도시 삶의 다시 생각해본다. 그곳에서의 생활은 마치 닭장 같이 않았나 생각해본다. 물론 대도시의 삶이 좋은 점도 분명히 많다. 다양한 음식들, 문화생활, 사람들 등 대도시에서 즐길 수 있는 부분도 많겠지만, 그것을 위해 희생해야 되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침에 닭 울음소리에 눈을 떠서 조깅을 하고, 어디에 가서나 신선한 음식을 먹는다. 그리고 언제든 해변으로 스쿠터를 끌고 가고, 원할 때 일한다. 우리는 3달 후 다시 대도시인 싱가포르로 이동하겠지만, 이곳에서 배운 ‘여유’를 잊지는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