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르코 Jul 21. 2019

싱가폴의 노동력 관리법

그 작은 나라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노동 허브가 된 이유

그렇지 않은 나라가 있겠냐만은, 싱가폴은 노동력이 중요한 나라다. 말레이시아 아래의 자그마한 섬나라에 외국인 포함해서 550만 명의 인구가 산다. 그런데 이 작은 나라에 전 세계 아시아 태평양 HQ가 모여있다. 이 작은 나라는 어떻게 전 세계의 기업이 모여드는 나라가 되었을까? 


높은 교육 수준과 영어 공용어 사용


2019년 싱가폴 최고 명문 국립대학교인 NUS의 국제 대학 순위는 23위다. (아래 링크 참조) 아시아에서는 22위인 중국 칭화대 다음으로 가장 높은 순위를 자랑하는데, 싱가폴에는 무려 이 정도 교육 수준을 자랑하는 국립대가 4개가 있다. 참고로 싱가폴 전체 인구는 550만, 그중에 싱가폴 시민은 350만의 작은 나라다. 


싱가폴 현지 친구들 중에서 현지 교육을 받고, 대학교 혹은 대학원을 영미권으로 유학을 다녀오는 경우도 제법 있는데, 이 친구들이 한결 같이 이렇게 말한다. "나는 싱가폴 공립교육만 받고, 유학 가서 제일 우수한 학생이었어. 싱가폴 교육 시스템이 정말 자랑스러워." 내부적으로는 여전히 암기식 교육을 고수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내수용 인재만 키우는 것이 아니라 어디에서 공부하거나 일하더라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학생들을 교육한다는 의미이다.


참고로 싱가폴에 모든 사람이 영어를 잘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일수록 싱가폴 영어(싱글리쉬)의 억양이 약하고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고, 반대로 갈수록 영어 억양이 세고 영어 자체도 짧은 경우가 많다. 한국에는 거의 대부분의 학생이 수능을 보지만, 싱가폴 정부는 이런 교육의 수준을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올라갈 때부터 매번 수능과 같은 시험 제도를 통해서, 선별적으로 우수한 학생들만 고등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장려한다. 굉장히 엘리트 중심의 사회인데, 한국 사람의 시선에서 재밌는 점은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이나 낮은 사람, 부유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모두 대체적으로 이런 싱가폴 사회구조에 만족하면서 산다는 점이다.


해외 인재 유치와 자국민 보호


이렇게 엘리트 사회이다 보니, 해외 인재 유치의 기준도 굉장히 까다로운 편이다. 일하는 분야와 연봉 수준에 따라서 받을 수 있는 비자가 다르다. EP, SP, WP 등으로 구분하는데, EP의 경우 일정 연봉 이상의 사무직, WP의 경우 단순 노동직이나 호텔 & 레스토랑 등의 서비스직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EP의 경우 매년 조금씩 그 발급 기준이 까다로워진다. 싱가폴의 해외 인재 유치는 그 인재의 기술이 싱가폴에 남도록, 정확히는 싱가폴인이 그 기술을 전수받는데 초점이 있기 때문에, 매년 EP 발급 기준을 높여서 싱가폴인이 그 자리를 채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반면 고부가가치 창출이 어려운 단순 노동직의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해외에서 그 노동력을 데려와 대체하고 있다. 


노동이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


인구가 적은 싱가폴이다보니 일할 수 있는 인재가 그 노동을 이어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노동을 장려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것은 국가 주도의 상주 도우미 제도다. 싱가폴 정부는 동남아 여러 나라와 협정을 맺고 매년 많은 수의 가사 도우미를 데려오고 있다. 


한 달에 40~60만 원 정도에 정부에 내는 세금 20만 원 정도를 합하여, 총 60~80만 원 정도면 24시간 집에서 상주하면서 가사를 전담으로 처리하는 도우미를 고용할 수 있다. 고용주는 정부에서 제공하는 교육을 수료해야 가사 도우미를 고용 가능하고, 직접 도우미에게 고용주 명의의 비자도 발급해줘야 한다.


이런 가사 도우미의 경우 애보기, 장보기, 요리하기, 아이 학교 데려다 주기, 개 산책시키기, 차 세차하기 등 다양한 일을 대신해서 처리함으로써, 가정에 노동 가능 인구가 자신의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장려한다. 이 덕분에 싱가폴은 아시아에서 여성이 가장 일하기 좋은 나라로 항상 손꼽힌다.


자유로운 해고와 안정적인 정치 환경


노동력이 중요한 나라라고 말하면서 해고가 자유롭다니 이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기업에 입장에서 해외에 법인을 설립한다는 것은 굉장히 큰 위험을 떠안는 일이다. 그런데 고용주의 입장에서 직원을 해고하기까지 어려우면 투자하는 회사의 입장에서는 열심히 계산기를 두드려보게 된다. 하지만 해고가 자유로우면 회사는 쉽게 회사의 방향을 전환할 수 있다. 한 예로, O2O 택시 업체인 우버가 그랩과 합병하며 싱가폴에서 철수하면서, 싱가폴 오피스의 전 직원을 이메일로 해고한 건 한동안 싱가폴에서도 화제였다. 하지만 이런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실제로 회사 생활에서 특수한 산업을 제외하고 그다지 해고는 빈번하게 일어나지 않으며, 해고가 자유롭기 때문에 오히려 한국처럼 다양한 꼼수와 위협을 통해서 직원을 해고하려고 시도하지 않는다. 최근에 직장 동료가 하나가 해고를 당했는데, 3~4달 치 월급과 싱가폴에서 머물 수 있는 충분한 시간 여유를 주고 해고 통보를 당했다. 


직원 입장에서는 회사는 언제든지 해고할 수 있는 위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회사에 충성할 것을 기대 받지 않는다. 따라서 언제든 다른 회사에서도 일할 수 있는 실력을 키우기 위해서 노력하고, 1~2년 정도 일하고 능력이 되서 다른 회사로 이직하는 것이 장려되는 분위기다. 이직을 하면서 업계에 따라서 10~30% 정도 연봉 인상을 기대할 수 있는 것도 물론이다.


정치적으로 한국에서 싱가폴을 비판하는 사람들 중에서 싱가폴을 "행복한 북한"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싱가폴 정부에 대한 언론의 자유가 충분히 보장되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기업의 입장에서는 여러 나라에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이 바뀌는 불확실성을 짊어지는 대신, 싱가폴에서 시행하는 정책은 수십년 동안 안정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위험을 낮출 수 있고, 싱가폴 정부 관료들도 이런 점을 여러 글로벌 기업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두리안 예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