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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르코 Jul 16. 2019

두리안 예찬

말 많은 그 과일에 어떻게 빠지게 되었는가

처음 두리안을 만난 것은 상해에서였다. 주말에 한인이 많이 사는 홍췐루(红泉路)를 걷다가 두리안을 만나고는, 신기한 마음에 랩으로 싸여있는 조그마한 한 상자를 사서 먹었더랬다. 개인적으로는 악명에 비해 그리 맛이 나쁘지는 않았는데, 왠지 모르게 몸이 꿈틀거리게 되는 탓에 다시는 찾지 않을 과일이라고만 생각했다. 역시 인생은 함부로 단정 지으면 안 된다. 발리에서 3개월 간 살던 집에도 두리안 같이 생긴 과일이 달려 있었는데, 신나서 유튜브에 올렸더니 두리안이 아니라 잭프룻이라고 댓글이 달릴 정도로 무지했다.


그렇게 싱가폴에 도착했다. 싱가폴 사람들과 함께 두리안을 먹어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는데, 싱가폴 사람들은 대부분 두리안을 즐긴다고 한다. 호텔이나 지하철, 버스 등에서 두리안을 가지고 들어오지 말라고 적혀있긴 하지만, 회사 동료들 대부분이 두리안 이야기만 하면 침을 흘린다. 최근에 회사에서 채식을 하는 친구들과 함께 점심을 먹고 있는데, 채식을 하지 않는 동료들도 두리안은 채식 식단이 아니냐며 점심으로 매일 두리안을 시키면 자기들도 채식주의자를 하겠다고 말할 정도다.


맛있는 두리안이 그렇게 맛있다길래, 결국 하루는 구글맵에서 가장 맛있다는 두리안을 검색해서 차로 20분을 더 가야 하는 곳으로 차를 탔다. 두리안 철이 끝나가던 때라 가장 맛있다는 품종은 다 떨어졌지만, 그래도 맛있게 두리안을 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 이후로 길을 가다가 두리안이 보이면 하나씩 먹기 시작했다.


두리안이라고 다 같은 두리안이 아니다. 두리안을 먹어보고 실망한 사람이 있다면 꼭 마오산왕(Mao Shan Wang)을 먹어보길 바란다. 정말 달다. 부인님께서는 두리안에서 썩은 양파 맛이 난다고 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처음 마오산왕을 먹었을 때는 정말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고 말았다. 아니 이런 과일이 있다니! 기왕 여기까지 이야기한 거 두리안 사진도 하나 보고 가도록 하자.



그래서 요즘은 거의 매주 집으로 두리안 딜리버리라는 서비스를 통해서 한 번씩 두리안을 시켜서 먹고 있다. 두리안은 생각보다 비싸서 아래 사진의 박스(MSW = Mao Shan Wang) 하나에 2만 원 정도 한다. 그런데도 도저히 끊을 수가 없다. 나는 원래 식탐이 별로 없는 편인데, 마오산왕은 예외다. 내가 지금까지 먹어왔던 그 어떤 과일과 비교해도 두리안에 비할 과일이 없다. 참고로 싱가폴에 있는 한국인들 중에 두리안의 맛에 입덕 해서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그중에 나도 한 명이다.



신기하게 싱가폴에서는 두리안 디저트도 팔고, 두리안 뷔페도 있다. 그동안은 감히 두리안 님을 날 것 그대로 섭취해야지 어떻게 디저트로 먹냐며 생 두리안을 고집하다가, 오늘 저녁을 먹고 집으로 들어오는 길에 두리안 크림빵을 먹고 그만 6개나 사버린 죄책감에 그만 두리안에 대한 애정을 이렇게 글로 남겨본다. 두리안 님은 디저트의 모습으로 계실 때도 틀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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