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르코 Dec 28. 2022

사람은 자신이 받아들인 수준의 삶을 살게 된다

You get what you tolerate

다양하게 자극받는 요즘의 일상


싱가포르에 도착해서 처음과 달리 안주하게 된 삶


싱가포르에 온 지 벌써 6년의 시간이 지났다. 그간 삶은 정말 많이 바뀌어서, 나는 아이 둘의 아빠가 되었고, 싱가포르 영주권자가 되었다. 모든 도전이 그렇듯 처음 2년 정도는 새로운 나라의 삶에서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계속 이사를 다녀야 했고, 거기에 직장도 계속 바뀌었다. 어느 정도 삶이 안정되어가자 우리 부부는 아기를 가지기로 결정했고, 그렇게 두 아이의 아빠가 되었다. 아이 한 명을 키우는 것도 제법 바쁜 일이었는데, 이제 두 명을 키우게 되니 정말 정신이 없다. 그런데 ‘삶에서 새로운 도전하고 있나?’고 묻는다면 대답하기가 쉽지 않다. 비교적 높은 연봉, 좋은 환경의 거주지, 안정적인 직장, 그리고 단란한 가족까지 안정적인 일상 속에서 ‘만족’하며 살고 있었다.


주위에 도전했고, 그리고 성공한 사람들


이 행복하고 안정적이기만 한 일상에 대해 다시 생각을 해보게 된 것은 2022년 4월에 한국을 다녀오면서였다. 둘째의 100일 잔치를 겸해서 다녀온 한국 여행이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정말 오랜만에 한국에 들어가게 되면서 못 만났던 친구를 한 번에 몰아서 만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짧은 일정이라 많은 친구를 만날 수는 없었는데, 함께 식사를 하거나 커피를 같이 마신 친구(형/동생)들이 정말 삶의 큰 성공과 변화를 만들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끼게 되었다.


누구는 본인이 세운 회사를 수백 억에 매각했고, 다른 누구는 건물주가 되었고, 다른 누구는 수 천억 규모의 회사에서 C-level 관리자가, 또 다른 누군가는 전문직으로 본인의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기분이 매우 좋아졌다. 내가 한국에서 가깝게 지내던 지인들이 하나 둘 성공하는 모습을 보며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싶은 마음이 우선 들었다. 그리고 내 주위 사람들의 성공을 보며 나의 성공도 불가능하지 않음을 직감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지난 5년 간 내 삶도 제법 빠르게 변해왔고, 삶의 수준도 나아졌지만, 더 큰 폭의 성공을 이뤄낸 사람들은 무엇을 한 것일까? 그들에게는 공통점이 하나 있었는데, 코로나 이전에 시작한 도전과 끊임없는 노력이 코로나가 잠잠해질 무렵 하나씩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안주해서는 안 되겠다


나는 이 만남들을 통해, 내가 꿈꾸는 성공을 앞으로 5년 뒤에 누리고 싶다면, 지금 바로 도전을 시작해야겠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내가 싱가포르에서 이룬 작은 성공들에 취해서 더 크게 꿈꾸는 능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결정한 지금의 나의 삶”


나는 지금의 삶에 만족하고 있었던 듯하다


싱가포르에는 성공한 직장인 분들을 정말 많이 만날 수 있다. 싱가포르의 초봉은 한국 대기업과 비슷한 수준이거나 조금 낮은 수준이지만, 연봉 성장 폭이 가파르다. 그리고 다양한 글로벌 회사들의 HQ(지역 본사)가 있는 싱가포르의 특성상 높은 수준의 보상을 제공하는 좋은 일자리들이 많다. 내 주위에도 구글, 메타(페이스북), 아마존 등 정말 좋은 회사에 다니는 분들이 주위에 정말 많다. 이런 좋은 회사를 다니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부족함이 없는 삶을 누리며, 앞으로 계속 내 삶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은 참 달콤한 것이었다.


조금 더 내가 속해있는 싱가포르의 IT 업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자면, 최근에는 정리해고 등 안 좋은 소식들이 들리지만,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엄청난 채용 경쟁에 수혜를 많이 누리던 분야다. 흔하지는 않지만 성과만 보여준다면 20대 후반에 매니저가 되는 사람들도 많고, 매니저가 되기 전에도 억대 연봉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구글, 메타, 아마존 같은 회사에서 매니저가 된다면 최소 연봉 2-3억 원 이상을 받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 위로 승진을 한다면 직장인으로 30대 중후반에서 40대에 연봉 5억 원을 받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은 시장이다. 결과 위주의 조직 문화로 성과 압박은 있지만, 근무 시간에 대한 강요는 없기 때문에 야근을 하는 경우도 주위를 둘러보면 그렇게 많지 않다.



이런 삶과 기회는 점점 주워진 것에 만족하며 이 생활에 안주하게 만들었다. 그러다 최근에 “You get what you tolerate”이라는 문구를 접하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직역하자면 “당신의 생활 수준은 당신이 참을 수 있는 것에 달려있다”는 말이다. 나는 지금의 생활에 큰 만족감을 느끼고 있었고, 다시 말해 지금의 삶이 “참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영어 - “이대로면 평생 한국에서만 살아야 한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내가 큰 성취를 이뤘을 때는 무엇인가를 참지 못했을 때였다. 지금까지 인생에 다양한 성취를 이뤘지만, 가장 처음 이뤘던 성취를 꼽는다면 제대 후 본격적으로 했던 영어 공부를 빼놓을 수가 없다. 대학교에 입학하고 흥청망청 놀면서 카투사에 지원할 토익 점수도 만들 수 없었던 나는, 제대를 기점으로 영어 공부를 시작했다. 당시에 내가 했던 생각은 지금 영어를 정복하지 못하면 앞으로 영원히 해외 생활을 할 기회를 얻을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당시 다녔던 학원에서 남들이 2년 걸린다는 수업 과정을 6개월 만에 이수했다. 복학을 해서 학교를 다니면서 중간고사, 기말고사 기간에도 최소한 2시간은 영어 공부를 했다. 그렇게 딱 6개월 만에 일상생활과 기본적인 토론이 가능한 영어 실력을 쌓을 수 있었고, 영어로만 진행되는 국제 학생 포럼에도 참여했다. 이때 쌓은 영어 실력과 자신감이 이후에 스페인에 나가거나, 싱가포르 생활을 가능하게 했던 것은 물론이다. 한 번의 성취가 내 삶을 크게 바꾸어 놓았다.


그랬다, 나는 당시에 영어를 못하는 나를 참을 수가 없었다.


경력 전환 - 부인님 첫째 출산 후


아내에게도 첫째를 출산한 이후 비슷한 순간이 찾아왔다. 화장품 마케팅을 하던 아내는 싱가포르로 오면서 본인의 경력에 딱 맞는 직장을 구할 수 없었고, 첫째 임신 기간 동안 싱가포르 현지 로펌에서 마케터로 일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법률이라는 전문 업계에서 법 전공자가 아닌 아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고, 출산을 하면서 아내는 제대로 된 커리어를 이어나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큰 불안감을 겪고 있었다.


첫째 출산과 직후 아직 원래대로 회복도 못한 몸으로 구직 활동에 집중한 아내는 출산 휴가 3개월이 끝나기도 전에 메타(전 페이스북)에 일자리를 구할 수 있었다. 이 일을 하기 위해서 도와줄 수 있는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누구보다 치열하게 인터뷰 준비를 했다. 심지어 한 번도 일해본 적이 없는 분야로 지원을 했는데, 면접관이 “한 번도 일해본 적이 없는 분야를 어떻게 이만큼 공부했어요?”라며 놀랄 정도였다.


그랬다, 그녀는 도저히 본인이 의미를 찾지 못한 일을 하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내가 결정한 지금의 나의 삶


실제로 원한다고 말하지만, 행동이 따라오지 않는 소망에 대해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지금까지 많은 도전을 하며, 많은 성취를 이루며 살아왔지만, 나에게도 여전히 그런 소망들이 있다. 분명한 것은 원한다고 말하지만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오늘 행동하고 있지 않다면, 당신은 정말 그것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그 괴리감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당신을 괴롭게 한다. 뭐든 실제로 행동에 옮기고 나면 괴롭지 않지만, 그걸 실행에 옮기기까지가 가장 괴로운 법이다. 당신은 당신이 참을 수 없는 것들로 이뤄진다.





당신은 무엇을 참을 수 없는가?


지금까지 무엇을 참을 수 없으셨나요? 그리고 지금은 무엇을 참을 수 없나요? 그 과정에서 어떤 성취를 이루셨는지 함께 나눠주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하지 못할 이유부터 찾는 사람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