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르코 Sep 03. 2018

하지 못할 이유부터 찾는 사람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선택을 할래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지금껏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지금처럼 살아간다면, 앞으로도 아무 일도 생기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이걸 자주 까먹는다.


몸을 움직이는 것은 움직이지 않는 것보다 무척 힘든 일이다. 결심을 하는 것은 비교적 쉬우나 (이것조차 어려워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이 결심을 행동으로 옮기기는 더 힘들고, 목표를 달성하기는 더더욱 힘들다. 그런데 사람은 기본적으로 부족한 자신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 그래서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내가 이 일을 못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만든다. “시간이 없다 “, “돈이 없다”, "나이가 많다", “주위의 시선 때문에” 등 온갖 머리 속에 쉽게 떠오르는 핑계는 행동보다 쉽다. 이런 핑계를 만들어서 스스로가 못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내가 그 일을 못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한다. 나는 그렇게 결심이 현실로 이루어지지 않은 그 실패의 인과 과정에서 탈출한다. 나는 그렇게 못난 사람이 아니다. 그리고 이 달콤한 과정은 마법처럼 반복된다. 이게 쌓이면 결국에는 결심조차 두려운 사람이 된다.


도전은 원래부터 힘든 일이다. 왜 가뜩이나 힘든 이 일을 온갖 못할 이유를 덧붙여가면서 스스로를 더 힘들게 하는가? “할 수 있다”, “해내고 만다” 스스로를 다독여도 끝까지 못해낼 일이 태반일 텐데 스스로의 의지에 결국 칼을 들이대고 마는가?


내가 가장 형편없던 시기는 대학교 1~2학년 때였다. 첫 학기는 그나마 고등학교에서 공부하던 관성이 남아 그리고 대학생활에 호기심으로 활동적으로 보냈으나, 대학교에 들어간 후 모든 존재 의미를 잃어버렸던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던 시기를 보냈다. 특히 2학년 때는 군 입대를 앞두자 정말 혼신의 힘으로 방황을 하기 시작했고, 많은 일을 벌여놓고 뒷수습도 제대로 하지 않고 군대로 도망 가버렸다. 대표적으로 군 입대 날 들고 들어갔던 휴대폰으로 문자를 한 통 받았는데, 6과목 중 4과목을 F를 받아서 학사 경고를 받았고 지도 교수님과 면담을 하지 않으면 다음 학기 수강 신청이 불가능하다는 내용이었다. 이 문자를 까먹고 있다가 복학한 첫 학기 수강 신청 날 PC 방에서 단 한 과목도 수강 신청에 성공하지 못하고 지도 교수님 방문을 두드리기도 했었다.


내가 스스로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는 사람이 된 건 제대 후 여러 작은 성취감을 맛보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특히 평생 영어 콤플렉스를 가지고 살았고, 토익 점수를 만들지 못해서 카투사에 지원할 수 없었던 내가 영어에 제대 후 6개월 정도 안에 성취를 이뤄냈기 때문이었다. 그 성취감은 내가 더 큰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도전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아래는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어나가며 살고 있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나에게 도움이 되었던 방법들이다. 누구보다 탈출하고 싶었던 과거의 나와 같은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1) 아주 사소한 것에서 시작할 것


이건 스스로가 아주 의지가 약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권하는 방법이다. 의지가 약해져 있는 사람에게 큰 도전은 단지 피해야 하고 도망쳐야 할 장애물일 뿐이다. 정말 사소하게 ‘아침에 일어나서 따뜻한 물 마시기’ 같은 것에서 시작하면 좋겠다. 스스로 정한 기간을 채우고 나면 조금 더 큰 것, 그다음 것을 도전하자. 목표는 불가능하지는 않으나 스스로에게 조금 버겁다고 생각되는 것을 도전할 수 있는 정신 상태를 만드는 것이다.


2) 커다란 일을 작게 나눌 것


그다음 할 일은 목표를 실행 가능한 작은 일들로 나누는 것이다. 만약 내가 갑자기 ‘내년에 미국에 가서 일을 하겠다’는 목표를 정한다면 어떻게 될까? 비자는 어떻게 할 것이고, 도착해서 체류하는 비용은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그리고 일은 어떻게 구할 것인가? 사람은 커다란 목표에는 쉽게 압도당해버리고 만다. 목표가 있다면 중요한 것은 그것을 실행 가능한 작은 세부 항목으로 나누는 것이다. 미국 생활을 가능하게 할 비자 조사하기, 사전 조사용 여행 일정 잡기 등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찾으면 된다.


3) 하루에 하나만 할 것


또 하나 안 좋은 습관 중에 하나가 해야 할 것을 너무 많이 만드는 것이다. 빽빽한 목표에 계획을 세우는데 며칠을 보내는데 정작 오늘 한 일은 아무것도 없다면? 계획을 잘 세우고 그 계획을 잘 지킬 수 있다면 그것이 최선이겠으나, 그렇지 못하다면 부디 오늘 할 수 있는 일 딱 하나만 정해서 최대한 빨리 끝내고 쉬면 된다. 오늘 할 일을 마쳤다는 것에 보상을 주자.


4) 못한다고 말하는 사람을 곁에 두지 말 것


스스로만 성취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머물면 좋을 텐데 꼭 다른 사람의 도전에 초를 치는 사람들이 있다. 설령 그게 가족이라고 할지라도 멀리하는 것이 좋다. 사람은 그렇게 강인한 존재가 못된다. 도전은 언제나 힘든 일이고, 그 도전에 필요한 에너지는 최대한 아끼는 것이 좋다. 어떻게 하면 그 에너지를 갉아먹을 수 있는지 고민하는 사람은 멀리하자. 나는 오랜만에 만날 때마다 즐겁고 가슴이 뛰는 이야기보따리를 가지고 오는 사람들이 너무나 좋다.


5) 목표를 선언하기


자신이 세운 목표를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다른 사람들에게 말을 다 해놓고 못 이루면 어떻게 하냐’는 걱정인데, 그러니까 이 말은 다시 말하면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실패할 수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다는 말이고 그것이 두렵다는 말이다. 내가 지금껏 지켜본 무엇인가를 성취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목표를 이야기하는데 거리낌이 없었다. 그 사람들이 그것을 다 이뤄낸 것은 아니다. 더러는 실패를 하고, 제법 많은 경우에 이뤄내지 못한다. 그런데 그 사람들은 계속해서 목표를 말하고 도전한다, 그리고 그중에도 많은 것을 이뤄낸다. 




많은 사람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회사에 다니는 게 너무 고통스럽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잘리지는 않으니까 괜찮아”, “지금 하는 공부가 잘 맞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다른 방법이 없으니 계속해야지”. 그런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끊임없이 ‘선택하지 않겠다’는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선택을 하면서 내일의 내가 안녕하기를 바란다. 내가 보기엔 그것만큼 큰 욕심이 없다.

매거진의 이전글 잃어버린 열정(热情)을 찾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