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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르코 Mar 14. 2016

당신은 자유로운가요?

사랑은 올가미가 아니다

남자는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 말에 공감하는가? 여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남자친구의 대사 중 이해가 안되는 것 중 하나일 것이다. 나 역시도 그랬다. 최대한 서로의 시간이 있어야 두 사람이 '오랜만'에 만났을 때 더 즐거운 마음으로 애정을 담아서 행동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보통은 주 1~2회 정도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나는 이제 한 사람과 하루종일 함께 붙어있는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부인님께서 회사에서 재택근무를 신청하고 함께 파주 헤이리의 한 카페에 앉아서 함께 일을 하고 있다. 회사에 있는 시간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시간을 함께하지만 전혀 힘들거나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이 든 적은 없다. 결혼하고 떨어져 있었던 것은 내가 예비군 가있던 며칠과 부인님께서 스페인으로 돌아가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 대만에 잠시 갔던 2박3일을 제외하고는 전무하다. 하지만 그 시간에도 우리는 페이스타임으로 서로를 그리워했고, 다음부터는 떨어지지 말자고 다짐했다.



우리 같이 공부(일)하자


물론 처음부터 우리가 이랬던 것은 아니다. 우리가 처음 사귀기 시작할 무렵 부인은 이미 외국계 기업에서 마케터로 일하고 있었고, 나도 대기업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 즈음이었다. 둘다 회사에서 열심히 자기 맡은 일을 해야만 제때 퇴근할 수 있었고, 나는 퇴근 후에도 회식에 시달려야만 했다. 그렇게 회사 생활을 하면서도 매일 퇴근하고 잠깐 얼굴을 보고 헤어졌고, 매번 주말마다 만났다. 사실상 회사 밖의 시간은 그녀와 함께했다. 그러다보면 나는 내 일을 할 시간이 필요하곤 했다. 회사를 때려치고 프로그래밍을 공부하고 나서부터는 프로그래밍 공부에 특히 시간을 많이 쏟아야 했는데, 만나서도 종종 공부를 할 일이 생겼다. 그런데 굉장히 놀라운 점은 당시 여자친구(결혼하기 전)는 내가 해야할 일이 있다고 확실히 인지하면 그 시간을 내가 온전히 일을 할 수 있게 지지해주었다. 물론 아예 서로 말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고, 각자 하고 있는 일에서 드는 생각이나 흥미로운 기사 같은 것이 있으면 공유해주고 서로 시간이 있을 때 읽어보고 이야기를 나눴다. 중요한 것은 같이 있지만 '내가 그녀와 함께 있으면서도 내가 해야하는 일, 혹은 하고 싶은 일을 온전히 하고 있다고 느낀다는 점이었다.' 나는 처음으로 누구와 함께 있는데 이렇게 편한 기분이 들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헤이리로 차 타고 오면서 이 주제로 대화를 나누면서 왔는데, "함께 있는 시간에 할 일이 있을 때 할 수 있게 배려해줘서 고마워."라고 했을 때 "해야할 일이 있을 때 계속 관심을 쏟아달라고 하는 건 애들이나 하는 짓이잖아."라고 하는 부인님의 말을 듣고 '넌 정말 결혼을 잘했어, 임마'라고 내 어깨를 세차게 두드려주고 싶었다.


물론 오랜만에 만나는 커플의 경우 두 사람이 함께 하는 시간에 서로에게만 집중하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선택지는 두 가지다. 서로 각자 할 일을 다 끝내고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을 만나거나, 혹은 조금이라도 서로 더 함께하기 위해서 함께 있으면서 각자의 일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거나. 하지만 상대방이 정말 이 시간에 할 일이 있다는 생각이 들 때 거기에 전념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것은 '이 사람과 평생 함께 해도 좋겠다.'라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 정말이다. 나는 사귄 지 3개월쯤 됐을 무렵, 그러니까 약 2달을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만났을 무렵 '나는 무조건 이 사람과 결혼해야된다.'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이건 매우 중요한 일이다.



배려를 배려로 돌려주는 방법


물론 그렇다고 회사에서 일하는 것처럼 두 사람이 만나서 일만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실 불가능하기 보다는 좀 정 없이 느껴진다. 우리 부부도 위에서 말한 것처럼 같이 있으면 서로 할 일을 하면서 자주 말을 건다. 그럴 때 특히 남자들이 못하는 것이 '하던 일을 멈추고 상대방의 눈을 맞추고 진심으로 들어주는 일'이다. 만약에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마무리 하고 싶다면, "잠깐만 10분만 기다려줘."라고 이야기 하는 게 좋다. 절대로 '어, 어' 라고 건성으로 대답하며 고개만 끄덕이지 않기를.


생각해라.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일은 아니다.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누구와 함께 하는지, 그리고 그 사람과 얼마나 행복한 추억을 쌓아 가는지다. 하지만 사람은 쉽게 이 사실을 잊는다. 당신이 열심히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 이유는 그 일 자체가 중요해서가 아니라 그 일이 벌어다주는 돈으로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 모두 여자친구 혹은 남자친구의 얼굴을 바라보며 김치.




온전히 한 사람을 사랑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연애부터 결혼까지 다양한 사랑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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