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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르코 Mar 19. 2016

공자님 만세?

공자님은 꽤나 억울할게다

아니, 이 사람이 공자님 만세라니? '지금껏 그렇게 좋은 남편인양, 좋은 남자 인양 글을 적을 때는 언제고, 장유유서라는 단어로 모든 젊은 이들의 목을 조이고, 열녀비를 세워서 순종적인 여성상을 한국에 보급한 "공자님 만세?"'라는 생각이 든다면 내가 잘못했다. 지금 쥐고 있는 주먹은 잠시 내려놓으시라. 하고 싶은 '변명'이 있다.


공자는 기원전 500년쯤 사람이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하니, 예수님이 태어나시기 500년도 전에 태어났다는 이야기다. 공자는 당시 혼란스럽던 춘추전국시대에 이름을 날리던 정치 사상가 중 한 명이었고, 지금까지 후세에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있다. 사실 공자가 초기에 주장했던 유학과 지금 우리가 관습처럼 따르는 유학이 같다고 보기는 매우 힘든데, 한반도에 유학이 본격적으로 전파된 것은 고려시대 때였고 제대로 국가의 이념으로 작동하기 시작한 것은 조선시대 때였기 때문이다. 조선은 1392년에 건국되었으니, 이미 2000년쯤 지난 학문이었다. 심지어 조선은 당시 중국 대륙의 핫하던 명나라에 사대의 예를 다하고 있었으니 사실 무슨 생각이 있어서 받아들였다기보다는 '형님'인 명나라가 그렇게 하셨으니 따라 했을 가능성이 많다. 그런데 원래 가짜가 더 정통성을 찾는 법이라고, 명나라 다음에 오랑캐의 나라 청나라가 들어서자 조선은 이제 유학의 적통이라며 소리치고 다녔다. 아무튼 복잡한 역사 이야기를 차치하더라도 공자 입장에서는 '2000년쯤 지나면 알아서 사회 변화도 반영하고 할 것이지, 기원전에 내가 한 말을 아직도 곧이곧대로 믿고 나를 괴롭힌다'고 불평할 만하다.


긴 역사 역사 이야기까지 하면서 공자를 등장시킨 이유는 바로 그가 했던 한 마디 때문이다. 덕이 있는 세상을 꿈꿨던 그는 '사람은 천성적으로 가까운 사람을 더 사랑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자식이 죄를 지더라도 부모가 그 사실을 신고하지 않았다고 해서, 유학이 지배하고 있는 사회에서는 처벌하지 않는다. 그것이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이기 때문이다.



가까운 사람을 가장 막 대하는 사회


그런데 안타깝게도 주위에는 굉장히 반대로 행동하는 사람이 많다. 집 밖에 나가서는 이렇게 훌륭한 사람이 없는데, 집에 들어와서는 내 사람을 아낄 줄 모른다. '가족은 편해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하면서 가족에게 폭언을 퍼붓고 짜증을 부린다. '편하다'와 '막 대한다'의 한국어 개념 정리를 다시 해야 할 판이다. 유교 문화가 뿌리 깊게 사회에 자리를 잡을 거라면 좋은 게 자리 잡으면 좋을 텐데, 꼭 안 좋은 것만 남는다. 허례허식, 권위의식 같은 거 말고, 가족 사랑 같은 게 남으면 좀 좋아.


이건 연인 사이에서도 똑같다. 나는 부인과 연애하면서 '이 사람과는 평생 함께 하겠다.'라고 다짐한 순간부터 내 주위의 그 어떤 사람보다 가장 소중하게 대하기로 마음먹었다. 기준은 단 하나다.


그녀가 하는 모든 행동에 대한 반응은
내가 다른 사람에게 할 반응보다 더 나아야 한다


회사에서 상사가 가져간 보고서를 집어던지며 "이것도 제대로 못해와?"라고 소리 지르는데 "죄송합니다"를 연신 외치며 돌아나왔다면, 퇴근해서 집에 들어가면서 과일 좀 먹고 들어가라는 부모님 말씀에 "아, 됐어."라고 하고 문 쾅 닫고 들어가는 건 정말 못된 거다.  


연인에게는 맨날 피곤한 얼굴로 만나고 심지어 연락도 잘 안 하면서, 다른 이성에게 연락하고 밝은 미소로 웃어주는 모습을 본 나의 연인의 분노에 윽박지르고 있다면 그것도 참 못난 거다.


기억하자. 당신의 부모님, 당신의 연인은 당신의 짜증을 들어주기 위해서 존재하는 사람이 아니다. 당신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라면 회사 상사보다는 더 소중히 대하는 것이 아무리 생각해봐도 옳다. 가족의 사랑과 관심을 팔아서 스스로의 옹졸함을 풀어내지는 않았으면 한다.




온전히 한 사람을 사랑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연애부터 결혼까지 다양한 사랑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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