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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엠미 Aug 06. 2021

<클라라와 태양>으로 바라본 인류라는 종(種)

디지털화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것은 뭘까

‘4차 산업 시대'라는 말은 이제 유행가처럼 익숙해졌다. 산업 혁명 때 기계는 대량 생산으로 인간에게서 육체노동을 빼앗았고 현재는 고지능과 서비스를 요구하는 지능 노동과 감정 노동 조차도 위협하고 빼앗고 있다. 기계는 탄생 이후 줄곧 인간을 점점 완전히 '대체'하려 하는 것이다. <클라라와 태양>은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는 이런 현실에 중요한 물음을 던지고 있다. 바로 '한 인간에겐 데이터화할 수 없는 고유의 무엇이 있는가?'이다.


이 질문은 인간이 기계에 완전히 대체될 수 없는 최후의 보루를 탐색해보자는 의미이고 그 의미가 긍정적으로 발현될 때 기계에 쉽게 대체되어 느끼는 허무함과 공허감으로 생계와 삶과 존재의 의미까지 위협받는 인류라는 종(種)에 대한 자존감을 회복하고 위로를 건네고자 하는 것이다.


현대인은 지능 노동을 대체하는 'A.I (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 지능)'라는 말을 즐겨 쓰게 되었다. 가즈오 이시구로는 이 책에서 A.I라는 말은 전혀 쓰지 않고 A.F(Artificial Friend 인공 친구)라는 새로운 용어를 만들었다. A.F는 지능보다 훨씬 복잡하다고 여겨지는 감정 노동까지 대체하는 더 진보된 기계에 작가가 새롭게 부여한 용어다. 기계가 쉽게 대체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무엇을 떠올릴 때 보편적으로 복잡한 감정 쪽을 생각하기 쉽다. '숭고함' '감사함' '희생정신' '호기심' 같은 것 말이다. 만일 A.I(인공 지능)가 주인공이었다면 그런 감정이 인간의 최후의 보루처럼 느껴졌을 텐데 이 책은 A.F(인공 친구)인 클라라의 시점으로 풍부한 내면과 감정을 도입부부터 볼 수 있으므로 클라라의 호기심과 다양한 감정 상태를 엿볼 수 있다. 인간성의 최후의 보루라고 생각하기 쉬운 곳을 점령당하고 보기 시작하는 것이다. 물론 이런 생각은 다 읽고 난 뒤에 한 것이고 책은 그저 클라라의 시점으로 세계를 볼뿐이다.


클라라가 가진 감정은 기계라는 편견을 넘어 훨씬 풍부하고 긍정적인 것들이었다. 하지만 모든 A.F들이 클라라 같지는 않다. 초반에 잠깐 나온 A.F 상점의 진열대에 놓인 A.F들은 저마다 성격이 달랐다. 개성까지 있는 것이다. A.F는 태양광으로 인해 에너지를 얻고 살 수 있지만 광합성으로 생명 에너지를 얻는 것은 로봇만이 아니다. 클라라는 자신에게 생명 에너지를 주는 햇빛으로 인한 우연 같은 기적들을 목격하고 태양을 신적인 존재로 인식한다. 신앙심, 희망, 믿음과 같은 데이터로 측정할 수 없는 것까지도 A.F는 가질 수가 있다.


가즈오 이시구로 특유의 정갈한 내면묘사로 인해 클라라가 인간의 감정들을 샅샅이 이해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일수록 '그 질문'이 무겁게 다가온다. 사사로운 감정, 경이로운 감정들마저 기계가 가질 수 있다면 인간 고유의 무엇은 있기는 한 걸까 하고 말이다. 책에서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내렸다. 그것은 '한 인간의 고유한 무엇'은 그 인간 자체에서 찾을 수 없고 그 인간을 사랑하는 주변 사람들의 마음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복제품'이 '원본'과 아무리 똑같아 보여도 '복제품'인 것을 안 순간 그것을 바라보는 생각과 감정은 달라진다. 이것은 감동적인 이야기지만 냉소적으로 생각해보면 '복제품'인 것을 <모른다면> 원본과 같은 위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책에서 A.F의 내면은 인간에 가까운 감정을 가졌지만 외형은 아직 인간에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지 않았다. 겉과 속 모두 다 인간인지 기계인지 분간할 수 없는 지경이 온다면 현재의 인간 종(種)은 완전히 더 능력 좋은 '그 무엇'에 대체될 수 있다. 긍정적인 면을 애써 찾자면 호모 에렉투스에서 호모 사피엔스가 되었듯 어쩌면 정말 다음 단계의 인간종으로 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때까지 디지털화될 수 없는 인류 최후의 보루 책의 말대로  랑하는 변인들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갖는 생각과 감정 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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