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seen Maldives 2
Photo by Juheeshin
공항페리로 말레 섬에 도착하니, 좁은 해안 도로에 택시와 오토바이들이 즐비했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버스는 찾을 길이 없었다. 버스가 다닐만큼 큰 길도 없거니와 버스가 다닐만큼 큰 섬도 아닌 까닭이었다.
가로 1.7킬로, 가로 1킬로미터의 크기, 평방 1.9km²의 작은 섬,말레에 살아가는 사람의 수는 무려 14만명, 몰디브 인구의 3분의 1에 달하는 사람들이 이 작은 섬에서 살아가고 있다. 1987년까지도 불과 인구 2만이었던 몰디브는 2006년 10만, 2015년 14만을 돌파하며 세계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높은 섬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신문지 접기 게임을 하듯 사람이 설 수 있는 면적은 점점 줄어들고, 그 위에 함께 서야 하는 사람은 계속 늘어나는 어려운 숙제를 안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말레 섬을 한 바퀴 둘러보는 시티투어를 안내해 주는 핫산은 몰디브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었다.
인사를 나누고 함께 걷기 시작하자 그는 말레에 있는 모든 건물을 다 보여줄 기세로 건물 하나 꼼꼼히 소개해 주기 시작했다. "이건 인도에서 지어준 병원, 이건 우체국, 저건 지금 중국에서 짓고 건설중인 다리에요" 학교, 대학, 심지어 감옥까지 그는 말레를 촘촘히도 안내해 주었다. 도심투어가 끝나자 이제 걸어서 항구의 청과시장부터 생선시장을 지나 건어물시장까지 말레 구석구석을 보여주었다. 함께 걷는 동안 몇걸음 떼지 못해 아는 사람을 만나 인사를 나누느라 바빴다. 골목 골목까지 누비며 말레를 보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넉넉잡아 두 시간. 땀도 식힐 겸 잠시 부둣가를 산책하다가 발견한 몰디브의 특산품 훈제 참치를 잔뜩 파는 시장에서 시작된 참치 이야기는 그의 고향까지 이어졌다.
"제가 태어난 섬은 여기서 멀어요. 우리 섬은 대대로 도니라는 몰디브 전통 배를 만드는 곳이에요. 저 바다위에 떠 있는 어선들을 여기선 도니라고 부르는데 한 척에 1천 5백만원 정도 하니 꽤 큰 돈이죠. 관광여기선이 개발되기 전에는 대부분 참치를 잡는 일이 주업이었으니까 배는 가장 큰 재산이었죠.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 젊은이들이 어부나 배만들기 보다는 리조트에서 일하길 원하는 경우가 많죠"
그 역시 그런 젊은 시절 고향 섬을 떠나 말레로 왔다고 했다. 다시 돌아가고 싶어지기까지 이미 제법 많은 시간이 흘렀고, 돌아가기엔 이미 도시의 삶이 너무 깊이 베어버렸던듯 하다.
"말레 외의 대부분 로컬 섬은 아직도 예전 그대로 살아가고 있어요. 도로도 포장도 안 되어 있고, 전기도 하루 두세 시간 들어오는 곳이 허다하죠. 물은 늘 부족한 것이니 우물이나 빗물에 의존해 살아가고 아무 것도 할 것이 없는 시골에서 청년들이 말레로 오고 싶어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죠"
하지만 말레에서 살아간다는 일은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었다. 핫산과 함께 일하는 동료 알리는 말레에서의 삶에 대해 손사래를 치며 설명을 보탠다.
"누구나 말레에 살고 싶어한다는 게 가장 큰 문제죠. 점저 말레에 산다는 건 미친 짓이란 생각이 들어요. 제가 사는 집은 말레에 방 두칸 짜리 작은 아파트에요. 거기 월세가 얼만지 아세요? 무려 1천달러에요. 거기에 월세의 10%에 달하는 전기세, 또 10%쯤 차지하는 물세를 내고 나면 얼마가 남겠어요. 청년들이 말레에 와서 차지할 수 있는 방은 없어요. 그러니까 숙식을 제공하는 리조트에 근무하기 위해 잠시 머물고, 리조트로 들어가면 10명이 한방에서 묶는 척박한 환경도 어쩔수 없이 견디게 되는 거죠."
실업율이 28%인 몰디브에서 청년들이 택할 수 있는 진로는 리조트 노동자, 공무원, 혹은 어부라는 세 갈래 길이라고 했다. 그 세가지는 정확하게 몰디브 GDP 비중의 1,2,3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전기세와 물세가 너무 높아 사람들이 폭동을 일으키기도 했을 만큼 몰디브의 에너지 난은 심각한 것이었다. 또 공장이 하나도 없는 취약한 산업 기반, 농사지을 토양이 없는 섬의 환경에서 몰디브에서 쓰는 공산품은 99% 수입에 의존한 것이었다. 도시로 삶의 뿌리를 옮겼으나 뿌리내릴 흙도 기댈 숲도 찾을 길이 없었다.
미래소년 코난에서 나올듯한 인공도시 말레의 항공사진이 유명해 진것은 지난 2015년 12월 말레의 식수파동 덕분이었다.
2014년 12월, 수도 말레의 사진이 여행철도 아닌데 뉴스의 메인면에 올라왔다. 몰디브의 수도라는 설명이 없었다면 그곳이 몰디브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을 법했다. 발디딜틈 없이 건물이 빼곡한 수도 말레의 모습과 담수화 공장에 불이나서 말레의 14만 시민들이 원조로 도착 한 생수병을 받기 위해 길게 줄을 선 낯선 몰디브의 모습은 믿기 어려운 풍경이었다. 다행히 인도, 중국, 쓰리랑카 여러 이웃나라들은 긴급히 물탱크, 생수, 담수화 장비 등을 보내어 몰디브 사람들을 돕기 시작했지만 일주일 여 말레에서의 삶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대 혼란이었다. 당시의 상황을 경향신문 구정은 기자는 이렇게 전했다.
수도 말레의 유일한 정수회사인 말레상하수도회사(MWSC)의 정수 설비에서 불이 났다. 불은 곧 진화됐지만 말레에는 수돗물이 끊겼고 모든 상거래가 중단됐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레스토랑들도 문을 닫았다. 식당마다 씻지 못한 그릇들이 쌓였다. 위생국은 전염병을 염려해 모든 주민과 관광객들에게 식당이나 노점에서 음식을 먹지 말라고 권고했다. 말레이시아를 방문하고 있던 압둘라 야민 압둘 가윰 대통령은 6일 급히 귀국, ‘위기 상태’를 선언했다. 물 공급은 9일 밤에야 정상화될 것이라고 현지 일간 하비루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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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빗물 수집장을 곳곳에 만드는 등 물 공급·사용을 효율화하려 애쓰고 있으나 국토 곳곳이 바닷물에 침식당해 지하수조차 마실 수 없다. 주민들은 마실 물 외에는 바닷물을 퍼다 쓴다.
정수공장 화재로 식수난 ‘몰디브의 수난’. 2014년 12월 7일 경향신문 구정은
20년 이상 지하수에 대한 해양수의 오염으로 식수 문제로 고통받는 몰디브 사람들은 끊임없이 대안을 모색하며 끝내 '담수화'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그러나 그 댓가는 제법 혹독한 것이었다. 무엇보다 생활비의 10%를 차지할 반큼 비싼 수도요금은 말레의 모든 사람들이 지불해야 하는 첫번째 댓가였다. 그리고 두번째는 담수화공장이 멈추어 서면 온 도시가 마비 되는 난민같은 일상이었다. 말레 시민 알리는 그 일에 대해 자조를 섞인 이야기를 전한다.
"2014년 온 도시가 마비되었죠. 상상해 보세요. 물이 없는 도시라니... 그때 인도 중국 전세계에서 물을, 또 임시 담수화 장비를 부내주고 수백억 달러의 지원을 해주었어요. 하지만 진짜 믿기 어려운 일은 다음해에 일어났어요. 담수공장이 또 멈춰버린거에요. 그것도 6개월만에. 그 돈들은 다 어디로 간거죠? 이게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에요"
몰디브엔 물이 부족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지난 20년간 해수면의 상승으로 지하수가 침식되어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는 담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섬에선 식수 이외의 물은 바닷물을 사용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몰디브처럼 바다를 중심으로 개발된 관광지와 섬에서는 물로 인해 갈등이 빚어지는 일은 흔한 일이었다. 투어리즘 컨선에 의하면 관광객은 현지인보다 물을 최대 16배나 많이 사용한다. 북아프리카 대서양 연안의 감비아와 인도네시아의 발리, 탄자니아의 잔지바르, 인도의 고아와 케랄라 등 5개 지역의 물 사용량 실태 조사 결과 잔지바르의 휴양지 키웬그와와 능귀에서는 주민 한 명 당 하루 93.2리터의 물을 쓰는 반면 5성급 호텔은 객실(2인 기준) 한 개당 무려 3,195리터의 물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호텔보다 저렴한 게스트하우스에 묵는 관광객들은 686리터를 소비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호텔이 고객에게 물을 제공하기 위해 지하수를 독점하다시피 하자 일부 지역에서는 성난 주민들이 무력시위에 나서 갈등이 고조되었다. 잔지바르호텔 앞에서는 건물 수도관을 부수려는 주민들과 호텔 측이 고용한 경호원들이 대치하는 상황이 빚어지기도 했다. 영국의 가디언은 잔지바르에서 콜레라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이유가 물 부족과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섬에서는 2010년 콜레라로 3명이 숨졌는데 당시 물이 모자랐던 주민들이 호텔이 내보낸 하수를 사용하다가 병에 걸렸다는 의혹이 제기되어왔다.
(2012.07.09. 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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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토록 극심한 물부족으로 몰디브 사람들이 고통받던 12월 다른 언론 어디에서도 우리는 몰디브의 리조트들이 물 부족으로 영업을 중단했다거나, 그로인해 신혼여행을 간 여행자들이 불편을 겪고 항의했다는 기사는 단 한 것도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몰디브 사람들이 물을 받기 위해 길게 늘어선 사진을 세계에 타전했던 알자지라는 관광지 리조트들의 물 사정에 대해 알자지라는 한 줄의 기사를 기록해 두고 있다.
“이번 화재 뒤에도 고급 리조트들은 자체 발전기와 담수화 설비가 있어 피해를 입지 않았다“
2014.12. 알자지라
우리가 인피니트 풀에 몸을 담그고 있는 동안,
우리가 에어컨을 틀고 시원한 인도양의 밤을 보내고 있는 동안
우리가 섬 하나를 통째로 소유하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꿈의 휴양지를 즐기고 있는 동안
수도, 말레에서는 펼쳐지고 있던 난민같은 일상..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몰디브를 만나고 여행해야 하는 것일까...
문득 어디로 어떻게 여행해야 할지 막막해진 우리는 잃어버린 여행의 길을 묻기 위해 우리는 또 다른 말레 사람을 찾아 문을 두드렸다.
베를린에서 만난 자무씨를 다시 찾아간, 말레의 정부 종합청사.. 그는 갑작스러운 방문에도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보직은 환경개발 프로젝트에서 국내공항 관리 부서로 변경이 있었다 한다. 그러나 관광부서들을 찾아가 한 사람 한 사람 소개를 시켜주고 여러 자료들을 꼼꼼히 챙겨 주며 마음을 담은 담은 환대를 베풀어 주었다. 마침 점심시간이 되어 함께 차 한잔 나누기 위해 오래된 시내의 찾집에 앉아 잠시 인사와 물음들을 나누었다.
2015년 11월 몰디브가 관광세를 도입한 것이 월드뉴스가 되었던 기억이 나네요. 왜 그런 결정을 하게 되었는지 이유를 설명해 줄 수 있나요?
"예. 2015년 11월부터 관광객당 1일 6달러씩 환경세를 도입하고 있어요. 잘 아시다시피 관광객이 몰디브를 여행하며 남기는 것은 다만 '돈'이 아니기 때문이죠. 하루 발생하는 쓰레기 350톤 중 110톤 가량이 관광객으로 인해 만들어 지는 쓰레기에요. 그것을 처리하는 것은 당연히 몰디브 사람들의 몫이죠. 또 1인당 가장 많은 물과 전기를 사용하는 것도 관광객이에요. 하지만 그동안은 관광객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었죠. 관광은 몰디브의 정말 중요한 경제영역이니까요. 하지만 이대로는 지속가능할 수 없다는 것을 심각하게 깨닫게 된 것이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지하수 오염과 틸파푸쉬 쓰레기섬 매립한계 등의 일이에요. 그 사건들은 모두 월드뉴스가 되기도 했구요. 몰디브에 살아가기 위해서 또 몰디브를 여행하기 위해서 함께 몰디브의 환경과 바다를 지켜야 한다는 것을 호소하고 법제화 한 것이죠. 다행히 많은 관광객들이 취지를 이해하고 수용해 주어서 잘 안착되어 가고 있어요."
여행자들이 궁금한 것은 그 돈이 진짜 환경을 보호하는 일에 쓰이지 아닐지 일듯 한데요.
"당연히 궁금하겠죠. 환경세는 특히 몰디브의 로컬 투어리즘이 시작되면서 발생하는 각 섬의 분리수거 쓰레기 시스템을 드는 일, 환경교육, 또 식량주권을 위한 다품종 소량생산 텃밭일구기, 나무 심기, 그리고 빗물추수 시스템 구축, 태양광 발전기 설치 등 몰디브의 대안적 에너지 개발과 쓰레기 문제를 위해 집중적으로 사용되고 있어요."
지구온난화 관련 환경 프로젝트의 책임부서가 왜 관광부였는지 물어도 될까요?
관광이 지구온난화의 주요원인이기도 하니까요. 지구 온난화라는 것이 서구의 사람들에게는 먼 미래의 이야기이겠지만 몰디브 사람들에게는 너무나도 가까운 현실이에요. 해발 고도 1.8미터 이하의 낮은 땅이 조금씩 잠기는 것도 문제지만, 지금 당장 직면하는 현실은 땅 아래 지하수가 바닷물에 오염되어 점점 물이 부족해 지는 현실이에요. 안그래도 물이 부족해 20년 이상 어려움을 겪어 왔지만 그것이 가속화 되어 가고 있는 거죠. 2009년 부터 월드뱅크의 지원으로 SPA 프로젝트, 또 유엔디피의 지원으로 GAP 프로젝트 등을 통해 섬마다 빗물 추수 시스템을 구축하고 태양광 등 대체에너지를 개발해 가는 등 대안을 세워가고 있어요. 하지만 몰디브 사람들의 노력만으로는 역부족이이에요. 인구 40만의 몰디브에 한해에 찾아온는 관광객의 수는 100만이에요. 무엇보다 이 100만의 관광객이 사용하는 물의 양이 몰디브 사람들이 사용하는 양의 수십배에 달한다는 거죠. 몰디브를 여행하는 여행자들이 보다 친환경적인 방식의 여행, 서로를 존중하는 여행, 환경을 생각하는 여행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몰디브의 미래는 점점 더 사람이 살 수 없는 섬이 되어 갈 수 밖에 없는거죠"
혹시, 몰디브를 여행하는 여행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수영장보다는 몰디브의 아름다운 바다를 있는 그대로 즐기는 일, 생수병보다 다기 물병을 들고 다니는 일, 여행한 곳에서 비닐 봉투 사용을 하지 않는 일... 작은 일 같지만 하나 하나가 몰디브를 함께 지켜가는 일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몰디브를 여행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관광청의 전문가로서 추천하고 싶은 여행이 있다면?
"몰디브를 여행할 수 있는 방법은 세가지에요. 하나는 리조트, 또 하나는수상호텔인 리버보드 liverboard, 그리고 최근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로컬 게스트 하우스들이죠. 하지만 대부분 몰디브 하면 리조트에서 그 상상이 멈추죠. 여전히 리조트를 경험해 보는 것도 몰디브를 경험하는 멋진 방법이에요. 그러나 진짜 몰디브를 경험하고 싶다는 저는 두번째와 세번째를 권하고 싶어요. 몰디브는 국토의 1%가 육지, 99%가 바다인 섬이에요. 몰디브를 만나려면 바다를 만나야 하는 거죠. 바다 위에 살면서 몰디브의 바다를 즐기는 리버 보드, 또 진짜 몰디브 사람들의 삶을 만나는 로컬 게스트하우스 여행도 멋진 경험이 될거에요."
관광부 담당자라기 보다 환경부 담당자와 대화를 있는 것 같은 이 기분은 뭘까요? ㅎㅎ
"아 제가 전공이 환경과 관광이거든요^^ 관광부에서 UNDP와 함께 진행한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한 몰디브 지속가능 개발 프로젝트에 수년간 책임자로 함께 해 왔어요. 누구보다 고민이 깊었고 대안을 만들어 가고 싶은 영역이었는데 감사한 일이죠. 하지만 여전히 시작단계일 뿐이에요. 몰디브에서 이런 고민과 행동들이 정부와 주민들의 협업으로 시작된 것은 이제 겨우 3-4년의 역사를 가진 일일 뿐이거든요"
몰디브의 로컬 투어리즘 소식에 눈이 휘둥그래지는 우리를 위해 그는 관광을 공부하고 마푸지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시작한 친구를 연결해 주기도 하고, 오가는 배편을 확인해 주기도 하며 이미 자기 부서의 일도 아닌 사람들의 방문에 정성을 다해 주었다
정부가 하는 일이라면 일단 삐딱한 시선으로 의심부터 깔고 보는 엔지오 사람들의 까탈스러운 질문에도 진심을 다해 하나 하나 답해 주던 그의 모습에, 몰디브에 시작되는 다른 여행의 가능성을 고맙게 마주했다.
"몰디브에서 게스트 하우스가 시작된다는 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어요 단지, 리조트에서의 휴양이 아니라 진짜 몰디브를 만나기 위해 몰디브를 찾아오는 여행자를 만난다는 것은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죠. 제가 더 기쁘고 고마운 만남이었어요"
그가 관광부에서 수많은 프로젝트들을 진행했던 시절은 몰디브 최초의 민주주의 정부, 나시르 정권이었을 터, 해양학을 전공하고 기후변화로부터 몰디브를 지키기 위해 전 세계의 지원을 호소했던 나시르는 책임여행을 정부정책으로 적극 받아들였고 여러 법과 제도들을 정비했다. 그러나 지금 반테러법 위반으로 체포되어 13년의 형을 얻도받았다. 기간이 문제가 아니라 다시는 정치에 나설 수 없는 사회적 사형이었다. 다시 대통령으로 선출된 사람은 30년간 몰디브를 독재한 마윰의 이복동생, 나시르 정권에 진행했던 책임관광 정책과 환경정책들마저 뿌리째 흔들리는 불안정한 나날들 다 말하지 못하였으나, 그가 갑자기 관광정책이 아니라 공항을 관리하는 부서로 옮겨진 것도 그 흔들리는 길 위의 일이 아니었을까 조심스레 추측해 본다. 한 번 품은 희망을 내려놓을 수 없어 더 아득한 길을 한 걸음 한걸음 조심스럽게 걷고 있는 그의 마음이 아릿하게 전해지던 짧은 만남.. 다시 희망을 견디는 날들, 그 시간을 살고 있는 몰디브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이제껏 보지 못한 진짜 몰디브를 만나기 위해 말레를 떠나 길을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