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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영신 Aug 16. 2016

누군가의 천국,
몰디브 1

Unseen Maldives



바다의 화관, 몰디브 


고대의 여행자 이븐 바투타는
몰디브를 향해 "세계의 경이로움"이라 찬탄했다


산스크리트어로 몰디브는 '화관'.. 
고대의 지혜는 하늘을 날지 않고도
지상의 가장 크고 아름다운 화관을 본 것일까
1190개의 산호가 피워올린 바다의 화관을...


마르코 폴로가 '인도양의 꽃'이라 극찬했던
몰디브는 지금도 여전히 아름다운 섬이다.



99%의 바다와 1%의 육지로 이루어진 1196개의 섬

허니문을 떠나는 신랑과 신부가
가장 가고 싶어하는 신혼 여행지 1위

하나의 섬에 

하나의 리조트만 존재하는  

꿈의 휴양지 몰디브 



창문을 열면 
천개의 섬이 펼쳐지는 인도양위에 떠 있는 
아름다운 리조트의 모습으로 몰디브를 만나는 사람들은

몰디브가 단지 휴양지가 아니라 

하나의 독립국이라는 사실을  쉽게 알아차리지 못한다

꿈의 휴양지에 살아가는

몰디브 사람들의 삶은 어떤 것이었을까




민주 공화국, 몰디브 


몰디브는 

1887년 영국 보호령으로 

쓰리랑카 식민지에 편입되었다. 
1948년 쓰리랑카가 독립될때도 영국 직할 보호국으로 남아있었다. 
그 후 1965년 7월, 몰디브는 비로서 독립을 맞이하게 된다. 


인도양의 소국 몰디브를 그토록 유명하게 만든 것은 

1978년, 몰디브의 두 번째 대통령에 취임한 
마우문 압둘 가이움((Maumoon Abdul Gayoom)이었다. 


1972년, 첫 리조트의 시작으로 문을 연 몰디브 정부는 

1978년부터 본격적인 무인도 리조트 사업을 도입했다. 

1978년부터 2008년까지 몰디브 정부는

외국관광 자본들과 손을 잡고 

사람들에게 핑크빛 미래를 약속해 왔다. 


다만 문제는 1978년부터 2008년까지
몰디브의 역사 속에 단 한사람의 독재자 외에 

다른 이름이 존재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그는 아시아 최장기 독재자로 역사에 남았다. 



한 사람의 대통령, 하나의 정당이라는
독재 치하에서 일구어져 온 30년의 관광개발이 
가져다 준 미래는 30년간 들어온 것과는 조금 다른 풍경이었다. 




하나의 섬, 하나의 리조트

 


하나의 섬, 하나의 리조트를 표방한 

가장 화려한 리조트 섬을 구축한 몰디브에는 

하룻밤 평균 1천달러를 호가하는

세계의 초호화 리조트들이

차례 차례 둥지를 틀기 시작했다. 


몰디브 정부는 

꿈의 휴양지를 건설하기 위해 

80여개의 섬을 내어주었다. 


다행히 몰디브엔 해마다 새롭게 자라나
바다 위로 봉긋 솟아오르고 있는 어린 산호섬들이 있다. 
몰디브에선 새해가 되면 새롭게 태어난 섬들을 축하하곤 한다. 

새해가 되면 그런 어린 산호섬들을 경매에 부쳐진다. 
섬의 값은 200억에서 500억 사이 작은 섬은 부자들의 별장이 되고 

조금 더 큰 섬은 새로운 리조트가 된다.

몰디브엔 새로 건설 예정중인 리조트가 이미 60개를 넘어서고 있다.  



누군가의 천국, 리조트


고기를 잡으며 살아가던 몰디브의 사람들은
몰디브의 발전을 위해 아름다운 섬들을 내어주었다
그들이 망그로브 숲과 산호를 파괴하며
리조트를 늘리고 또 늘릴 때도

몰디브의 미래를 위해 그저 지켜볼 뿐이었다


그러나 하나의 섬이 리조트가 되면, 

그곳은 이미 몰디브가 아니었다. 

엄격한 이슬람 국가 몰디브에서 마음껏 술과 음료를 마실 수도 

누구든 비키니와 썬탠을 즐길 수도 있는 치외법권이었다.


아름다운 몰디브의 바다와 

지갑도 지도도 필요없는 완벽한 휴식을 보장해 주는 꿈의 리조트들은 

세상 모든 사람들의 천국이 되어 주기에 충분했다. 



하룻밤 1천달러를 호가하는 

초호화 리조트들의 객실 점유율은 무려 86% (2016년 2월 기준)

해마다 10%이상의 성장을 기록하며 

몰디브 GDP의 30%를 차지하는 경제의 심장이 되어 주었다. 


더군다나 몰디브 세수의 90%는 관광과 수입물품 관세에서 발생할 만큼 

몰디브는 관광대국, 혹은 관광의 국가가 되었다. 


그러나 아무리 호화로운 객실에 손님이 그득하고 

해마다 관광객들이 늘어나도 

독재와 자본이 약속한 핑크빛 미래는

그리 쉽게 도착하지 않았다. 


하룻밤 몇천불의 돈을 머무는

 여행자들이 100만(2015년 기준)명이 넘는다 한들

그 돈의 대부분이 다국적 기업인 리조트 본사를 통해 
다시 그들의 나라로 빠져나간다는 것을

가르쳐 준 이는 아무도 없었다.


몰디브에 남겨지는 적은 이익마저도  

30년간 한 사람의 독재를 돕고 협력해 온 

소수 특권층의 호주머니 속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려준 이는 더더욱 없었다. 


리조트의 고급 일자리 대부분 외국인 전문가들의 몫이었고 
그나마 주어진 일자리 마저도 외국인 노동자들과 경쟁해야 하는 
혹독한 미래는 그들의 청사진에서 본 적이 없는 낯선 그림이었다.



자본으로 만들어 진 

그 천국에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은 단 두 가지

그 리조트에 숙박할 만한 부자가 되거나 

그 리조트에 근무하는 직원이 되는 것이었다. 


천국으로 들어가는 길은 늘 좁은 문이었다. 



리조트들이 들어오기 이전 

바다에서 자라 어부가 되던 아이들은 

리조트의 관광객들을 보며 자라나 

그들의 리조트의 청소부가 되고,
룸 메이드가 되고, 웨이터가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몰디브 국민의 GDP는 1인당 약 7000달러(2015년 기준)

 "몰디브의 실업율이 28%에 이르고, 국민 5명중 1명은 극빈층에 속한다는 

사실은 쉽게 이야기 되지 않는다."

(2014.12.07, 경향, 구정은기자) 


초등학교 시절 사회 교과서에 나온 것처럼 

"관광은 외화를 가져오고 일자리를 만든다."

그러나 그것이 누구의 주머니로 들어가고, 

그 일자리는 어떤 삶을 가져다 주는 것인지 가르쳐 주지 않는 30년이었다. 



 

                                                                                                                                       Photo by Juhee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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