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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영신 Mar 04. 2021

진짜 몰디브를 여행하는 시간 3

몰디브, 1%의 육지와 99%의 바다를 만난다는 일


                                                                                                                                       Photo by Juheeshin 


두번째 밤을 맞이하는 마푸지의 숙소는 최근에 새로 지어진 3층짜리 작은 건물. 생태관광을 공부하고 돌아온 관광부 자무씨의 친구 모하메드씨가 한달 전 시작한 작은 호텔이었다. 말레에서 잠시 인사를 나누고 출장길에 오른 모하메드 대신, 매니저인 리사가 따뜻하게 맞이해 주었다. 그녀의 절도있는 친절과 전문성 있는 응대에 우리가 도착한 곳이 작은 호텔이 아니라 커다란 리조트 리셉션인듯 잠시 착각이 일었다. 몰디브 사람일줄 알았던 리사는 뜻밖에도 필리핀 사람이었다. 의아해 하는 마음을 눈치챘는지 리사가 먼저 이야기를 시작했다. 


"전 마닐라 출신이에요. 오년전에 리조트에 취직되어 몰디브에 처음왔다가 지금 남편을 만나 몰디브 사람이 되었어요^^  최근 몇년 사이 마푸지에 로컬 투어리즘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다양한 전문가들을 필요로 하게 되었는데 저에겐 고마운 일이었죠. 남편 고향이 마푸지거든요^^  리조트 근무의 가장 어려운 점 중 하나가 가족과 떨어져 있어야하는 것인데 이렇게 함께 살면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고마운 일이에요"


그녀의 집은 바로 호텔 맞은편이었다. 그녀의 솜씨인듯 구석 구석 몰디브식 아름다움이 담긴 호텔의 소품과 그림들, 작은 수영장과 식당을 갖춘 로비가 정갈하고 아름다웠다. 조식이 포함된 호텔 더불룸의 가격은 우리돈 8만원 정도, 호텔엔 신혼여행으로 패키지가 아니라 자유여행을 택한 중국인 부부들이 제법 보였다. 그러나 아직 마푸지에서 한국인이나 일본인 자유여행자를 만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마푸지에서의 마지막 이틀은 쏜살같이 흘러갔다. 갑자기 쏟아진 폭으로 하루를 고스란히 숙소에서 머물러야 했다. 다행히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눌 작은 정원을 갖춘 숙소와 아늑한 방은 하루 종일을 머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무엇을 해도 좋고, 안해도 좋은 곳이 몰디브였다. 



다음날 맑아진다는 예보에 마지막 남은 하루를 잘 사용하기 위해 리사에게 자문을 구했다. 날이 맑았다면 하루쯤 몰디브의 그 아름답다는 리조트를 방문하고, 나머지 하루를 바다로 나아가려던 참이었으나 일정이 살짝 틀어진 탓이었다. 리사는 망설이 없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반나절의 스노쿨링 여행을 권하며 이야기를 보탰다. 

"전 이 근처의 리조트를 거의 대부분 가 보았어요. 정말 아름답고 편리하죠. 하지만 만약 가족들이 필리핀에서 와서 단 하루 몰디브를 여행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리조트보다는 몰디브의 로컬섬들과 바다를 여행하도록 안내할 것 같아요. 거기에 진짜 몰디브가 숨어 있으니까요"



진짜 몰디브를 만나는 시간 


그녀가 추천해 준 반나절의 바다여행은 훌륭했다. 스피드 보트를 타고 산호바다로 나아가 열대어와 산호의 정원을 보는 아름다운 스노쿨링, 바다 거북과 고래상어, 만타 가오리를 만날 수 있는 몰디브의 바다에 하루 종일 깃드는 여정, 더군다나 꿈의 휴양지 몰디브의 사진에 어김없이 나타나던 바다 한가운데 샌드뱅크에서의 피크닉이라니....   

하루 동안 우리와 함께 배를 타고 여행을 할 일행은 10명 남짓.  중국에서 온 신혼부부와 두명의 자유여행자, 그리고 대만에서 온 3명의 직장인 여성들로 짜인 팀이었다.  해마다 셋이 휴가를 함께 보낸다는 대만의 여행자들은 이미 일주일째 몰디브의 바다를 즐기고 마지막으로 다시 바다에 가고 싶어 오늘 여행에 합류했다 한다. 지난해 한국여행에서 배웠다며 한국말을 건네고는 호탕하게 웃는다. 스피드 보트로 운전기사 한 사람과 가이드 두사람이 함께 하는 여행에, 배 안엔 물과 음료, 수건과 스노클 장비, 피크닉에서 먹을 도시락까지 차곡 차곡 실려있다. 이 모든 것이 포함된 비용이 40달러라니 믿기 어려운 세심한 배려였다. 

섬에서 점점 배가 멀어지며 짙고 푸른 바다를 지나자 다시 물빛이 맑아지며 바닥이 온통 하얀 산호바다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물빛은 한없이 투명해지고, 몰디브는 세상에 본적 없는 아름다운 바다를 열어주기 시작했다. 사위가 온통 에머랄드빛으로 빛나는 바다 한가운데서 배는 멈추어 섰다. 




사람들은 끝없이 펼쳐진 에멀랄드빛 바다와 아름다운 환초에 경탄을 감추지 못한다. 10년차 레스큐 다이버인 주희씨는 구명조끼도 없이 바다에 들어가 해양 생물체인양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첫 스노쿨링을 마치고 배에 오르며 그녀는 탄성을 멈추지 못했다. 

"정말 아름다운 바다에요. 다른 바다에서 10번을 다이빙 해도 만나기 어려운 아름다운 물고기들과 산호들이 여기선 스노쿨링만 해도 마주쳐요. 믿어지지 않을만큼 아름다운 바다에요"

바닷거북이, 만타가오리가 아니어도, 몰디브의 바다는 이미 산호의 정원과 수천가지의 물고기들로 세상에서 가장 다양하고 아름다운 바다정원을 품고 있는 것이었다. 1%의 육지와 99%의 바다로 이루어진 나라 몰디브의 진짜 모습은, 바다에 나오지 않고서는 도저히 만날 수 없는 것이었음을, 리사가 망설임없이 바다를 권했던 이유를 그 바다에 이르러 조금씩 알아간다. 1%의 땅을 기준으로 몰디브를 바라보면 한없이 작고 가난한 소국, 그러나  몰디브 사람들이 가진 99%의 바다는 세상의 어떤 돈으로도 살 수 없는, 누구와도 맞바꿀 수 없는 풍요라는 것을 깨닫는다.

 




몰디브 사람들의 몰디브, 화이트 아일랜드 


배가 멈추어 서는 곳마다 다른 얼굴의 바다를 보여주었던 스노쿨을 마치고 우리가 도착한 곳은, 화이트 샌드 뱅크, 흰 모래톱이었다. 바다 한 가운데 나무 한 그루, 집 한 채 없는 모래 섬은, 산호 모래를 바다를 비추어 신비한 푸른 띠를 화관처럼 두르고 있었다.


누구나 몰디브를 생각하며 꿈꾸었을 그 바다는, 깊은 물길을 건너서야 다다를 수 있는 곳이었다. 저마다 고요히 섬을 걷고, 한없이 펼쳐진 인도양 앞에 가만히 서 본다. 한없이 펼쳐진 바다와 하늘 사이 한 점이 되어 멈추어 선 여행, 그 바다를, 그 하늘을 만나기 위해 먼 길을 에돌아 온 듯 그 자리에 깊이 머문다


여행후에 남는 것들 

한껏 섬을 즐기고 만나는 것을 확인했는지, 가이드들은 배에서 차곡 차곡 짐을 내려 자리를 펴고, 준비해온 도시락을 꺼내어 정성껏 나누어 주었다. 시원한 음료와 후식까지 정성이 깃든 도시락이었다. 점심을 먹고 조금 힘이 나니 대만 친구들은 바다로 달려가 점프샷을 찍고 중국 신혼여행 부부는 인생샷을 찍기 위해 섬끝까지 가서 포즈를 취하며 도움을 구한다. 


고요하고, 또 즐거웠던 여행을 마치고 섬을 떠나는 마지막 순간, 우리가 먹었던 도시락과 빈캔들을 섬 한켠에 쌓아둔다. 다가가 살피니 거기엔 이미 앞의 여행자들이 버려두고 갔을 법한 쓰레기들이 수북하다. 플라스틱 도시락과 콜라병, 물티슈, 플라스틱 수저 같은 일회용 쓰레기들을 그 아름다운 해변에 고스란히  모아두고 배가 출발하려 한다. 누구도 왜 쓰레기를 두고 가느냐고 묻거나 따지는 이는 없었다. 쓰레기를 주워 담아갈 봉투를 찾자 가이드, 알리가 말했다. 

"그럴 필요없어요. 놔 두면 정부에서 고용한 청소부들이 와서 치워가요"      

"언제요?"        

"한 달에 한 두번 정도?



쓰레기를 담을 도구도, 쓰레기를 남기지 않는 시스템도 없이 그 아름다운 바다에 고스란히 여행자들의 쓰레기를 두고 온 저녁, 몰디브의 바다가 아름다운 만큼, 두고온 쓰레기의 무게가 무겁게 마음을 누른다.

그러나 문제는 그 쓰레기들이  그 모래톱에 가만히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밀물이면 물이 차올라 모래톱이 점점 잠겨오던 그 무인도에 두고온 쓰레기들은 바다로 쓸려가 거북이와 물고기들이 뱃속으로 들어가고, 또 그렇게 쓸려간 쓰레기들은 다시 해류를 따라 마을 해안으로 쓸려왔다. 




몰디브 천국에서 지옥으로   

              

2012년, 영국 bbc 는 세계에 믿기 어려운 제목의 기사와 사진을 타전했다. 제목은 “몰디브 천국에서 지옥으로” 몰디브 말레 근처에 집중된 리조트들에서 나오 쓰레기, 또 몰디브 인구의 3분의 1이 모여사는 말레에서 나온 쓰레기로 섬 하나가 뒤덮히고 인도양으로 쓰레기가 둥둥떠내려가는 충격적인 사진이었다.



관광의 통계에 따르면 여행자 한 사람은 하루 3.5킬로에서 최대 4.5 킬로의 쓰레기를 남기고, 현지인의 28-30배에 이르는 물을 상용한다. 호텔 하나당 하루 1.5톤에서 많게는 3.5톤의 물을 필요로 한다.              

100개의 섬을 현지인이, 100개의 섬을 관광객에게 내어준 몰디브가 얻는 것은 다만 관광을 통해 수입만이 아니라 쓰레기와 물의 부족같은 당연한 결과들도 감내해야 하는 일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면 관광의 단 열매들은 오랜 독재정권을 통해 기득권을 장악한 고위층이 가져가고 물과 쓰레기로 고통받는 것은 몰디브 주민들이라는 것일뿐...    그러나 가장 큰 변화 가장 고통받는 사람들의 자리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단지 관광지가 아니라 삶의 근원이고 터전인 섬과 바다를 스스로 지켜내고 보호하려는 몰디브 사람들은 관광이 섬과 삶을 파괴하지 못하도록 스스로 지키고 돌보는 소중한 걸음을 이미 시작하고 있다.


            

몰디브 보두폴루후 섬(Bodufolhudhoo),  비닐봉투사용 금지를 선포하다

                                                   

마푸지 처럼 유명한 관광지 중 하나인 보두폴루후섬은 2016년 12월까지 점진적으로 섬 전체에서 비닐봉투를 쓰지 않는 섬으로 정책을 세우고 주민들과 실행을 시작했다. 보두폴루섬은 독특하게 리조트와 게스트하우스들, 또 마을이 혼재해 있는 관광의 중심지 중 하나다. 점점 늘어나는 관광객의 증가속에서 어떤 형태로든 관광에 참여해온 주민들은 2015년 2월, 주민회의를 거쳐 중요한 결정을 하나 내렸다. 섬내에서 비닐봉투 사용을 전면 금지할 것을 결의하고 선포한 것이다.                    

마을공동체 대표인 아하메드 파야즈(Ahamed Fayaz)는 왜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이렇게 설명한다.

     

“비닐봉투나 플라스틱 병이 바다에 떠다니는 것은 몰디브 사람들에게 너무 낯설고 불편한 풍경이에요. 더구나 외부에서 오는 사람들이 몰디브의 아름다운 바다에 비닐봉투가 떠다니는 것을 보는 것은 또 얼마나 실망스러운 일이겠어요. 비닐봉지나 쓰레기를 줍고 치우는 것보다 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마을 사람들이 뜻을 모은거죠. 2015년 4월부터 우리 섬에서 비닐봉투를 쓰지 않기로 결정한거죠. 적어도 올해 12월까지는 섬 전체에서 비니봉투가 사라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는 저 자신부터, 섬 주민들부터  ㅡ 시작한다면 관광객과 리조트들도 변화가 있으리라 믿어요 ”          

그 소식을들은  몰디브 게스트하우스 연합은 섬 주민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재사용 가능한 종이백을 보내주기로 결정하며 힘을 실어주었다. 게스트 하우스를 통해 지역의 섬들이 관광에 참여하기 시작한 몰디브, 그러나 그 관광이 무엇을 파괴하는 것인지도 조금씩 깨달아 가는 몰디브 사람들은 자신들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누구보다 빠르게 누구보다 진심을 다해 움직이고 있었다.

파야즈씨는 사람들의 변화를 보태어 준다.

"여행자들을 맞이하게 되면서 환경을 보호하고 산호초를 돌보는 일이 우리에게 중요한 관심과 과제가 되었어요." 그것이 말이 아니라 행동과 변화로 나타나고 있는 보도풀루 섬, 이미 섬 사람들은 비닐봉투를 금지하는 것을 넘어서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주민들이 힘을 모아 나무를 5천그루나 심기도 했다. 


소중한 것은 소중하게 지키고 보호할 때 사라지지 않는 다는 것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다를 가진 몰디브 사람들은 이미 잘 알고 있는 것이었다. 


필요한 것은 그곳을 여행하는 우리가, 여행후에 남는 것들을 돌아보는 일, 

우리가 두고온 것들이 누군가의 생명을 위협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일을 깨어 살피는 일일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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