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여행자들을 존중하듯, 여행자들도 우리를 존중해 주기를
Photo by Juheeshin
어쩌면 쓰레기의 문제는 비키니나 알콜에 비해 쉬운 해법을 가진 문제였을수도 있다.
여름이면 햇빛을 찾아 썬탠을 하고 태양을 흡수해야 햇살 없는 긴 가을과 겨울을 견딜 수 있는 유럽의 여행자들에게 어쩌면 노비키니 해안은 쓰레기를 남기지 않는 일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이었을 듯 하다.
노비키니 표지판에 세워진 마푸지의 바닷가,
그러나 그 표지판을 보고도 그 해안에서 결국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수영을 하고야 마는 서양여행자들을 바라보며 어딘가 불편한 마음으로 서성여야했다.
그러던 어느날 저녁, 늦은 바다에 수영을 하러 나온 히잡을 쓴 마푸지 여성들을 만나며 먼저 다른 문화를 존중하는 법을, 그리고 존중을 요청하는 법을 배운다.
한낮의 바다가 관광객들을 위한 것이라면 저녁바다는 마을사람들의 것이었다. 낚시를 하는 아이들, 수영을 하는 남자들, 그리고 히잡을 쓴 채 바다에서 수영을 하던 몰디브 여성들과 함께 한참을 바닷가에 머물렀다.
히잡을 쓰고 깊은 잠영과 유영을 오가는 그녀들의 자유로운 움직임이 펼쳐내는 거짓말같은 풍경에 눈을 떼지 못하고 계속 따라가니, 환하게 웃으며 가족소개를 해 주었다. 시어머니와 며느리, 시누이들까지 함께 온 가족의 여자들이 바다에 나왔다. 서로 통성명을 하고 어디 묶는지 이야기를 나누니 우리 게스트 하우스 바로 옆짚 사람들이었다.
"작은 섬이라 자꾸 만날지도 몰라요" 하더니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바다에 살고 있다 해도 믿을 만큼 바다속에서 자유로운 그 신비한 모습,
히잡을 쓴 채 수영을 한다는 일이 어떤 장애도 되지 않는 그녀들의 모습을 보며
내 안의 어떤 편견 하나 무너져 내리던 그 바다에서
그녀들에게 물었다.
"비키니를 입으면 안된다고 써 있는데도
비키니를 입는 사람들이 종종 있네요.
여행자인 저희도 마음이 불편해지곤 하는데
마을 사람들은 어떻게 느끼실른지..."
"그래서 우리가 매일 저녁 바다에 나오는 거죠. 몰디브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도 많거든요!
비키니를 입는 해안은 따로 정해져 있어요. 우리도 관광객들의 문화를 존중하니까요.
하지만 마을해안은 이렇게 열려있기 때문에 관광객들도 우리 문화를 존중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에요
이렇게 만나면 웃으며 잘 설명해 주고 있어요"
매일 저녁 다섯시 반이면 그 바다에 나와 그렇게 함께 수영을 하며 사람들을 만난다는 그녀들과 함께 바다에 머문 시간은 몰디브에서 마주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저녁을 지으러 집으로 향하는 마을 사랆들과 함께 지는 해를 따라 숙소로 돌아오니 안쪽 마당엔 몰디브 청년몇과 여자청년들이 온통 웃음으로 그득하다. 바라보고만 있어도 웃음이 번져 말을 걸어 인사를 나누니 말레에서 온 여자축구팀이라 한다. 일년에 한번 엠티를 하는에 이번엔 마푸지 섬으로 놀러왔다고... 히잡을 쓴 여성들 모두가 직장인이면서 동시에 축구팀이라는 것이다. 너무 놀라운 자기 소개에 눈이 동그래지니 다들 까르르 넘어간다.
하룻밤 100만원이 넘는 리조트에 가지 않아도 충분히 아름다운 몰디브를 만날 수 있는 새로운 여행의 길을 연 게스트하우스. 그것은 멀리서 온 여행자들에게만 새로운 여행의 문이 아니었던 것이다. 인공해안 외에는 수영할 곳이 없는 말레를 벗어나 아름다운 바다와 저녁을 즐기는 몰디브 여행자들의 웃음 소리 속에서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작고 소박한 여행의 희망을 본다.
다시 말레
몰디브를 떠나는 마지막 날, 다시 정부청사 건물로 자무씨를 찾아갔다.
무슨일로 다시 왔는지 묻는 그에게 답했다.
"그저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었다"고
덕분에 너무 행복한 여행을 했다고, 다음에 다시 좋은 벗들과 함께 몰디브에 오고 싶다고 인사를 나누고 헤어지는 길 그는 미안한 얼굴로 자신이 처지를 설명해 준다.
친환경 관광정책을 또 유엔디피와의 기후변화 대응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했지만 무슨 일인지 갑자기 공항담당 부서로 옮겨져 많이 도울수가 없었다고.. 그러나 몰디브 곳곳에서 소중한 변화를 만들어 가는 사람들이 있으니 더디지만 조금씩 나아질 거라고...
“다음엔 꼭 같이 산호초를 심어요”
그가 소개해 준 몰디브 한 엔지오의 프로젝트인 산호초를 심는 여행을 기약하며
공항으로 가는 배에 오른다.
몰디브 공항에 앉아 오랜만에 와이파이가 연결되어 페이스 북을 켜자
몰디브 곳곳에서 만난 사람들이 친구신청 목록에 떠오른다.
한 사람 한 사람 얼굴을 확인하다가 싱긋 웃음이 나온다.
일주일 남짓한 여행에서 정부관료부터 게스트하우스 주인,
마푸지 섬의 특수학급 교사인 알루까지 다양한 친구를 만날 수 있었던 몰디브 여행,
다시 여행을 온다면 친구를 만나러 오는 여행이 되리라.
바다 만큼이나 아름답고 환하게 여행자들을 맞이해 주는
몰디브 사람들과의 만남이 고래상어보다 만타 가오리보다,
더 깊고 소중한 기억으로 남는 몰디브 여행.
돌아온 삶의 자리,
그 곳의 사진을 여는 것 만으로도 마음 한켠에 그녀들의 웃음소리가 물결처럼 흔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