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영화 두 편을 보다
불도저에 탄 소녀(2022)
박이웅 감독
‘불도저에 탄 소녀’(2022)는 사회의 부조리에 맞서는 한 소녀의 분노를 날카롭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박이웅 감독의 연출력과 배우들의 몰입도 높은 연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만약 제목이 ‘불도저를 탄 소녀’였다면, 소녀가 불도저를 도구 삼아 세상을 향해 폭력적으로 돌진하는 이미지가 연상됐을 것입니다.
반면 ‘불도저에 탄 소녀’는 그녀가 주체라기보다는 사회라는 거대한 장치에 올라타, 그것을 통해 분노를 표출할 수밖에 없는 무력한 존재로 보입니다.
그래서 감독이 '불도저에 탄 소녀'라고 제목을 한 것이 아닌가 감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혹시 의도한 바는 아니더라도, 제목이 전하는 미묘한 뉘앙스는 영화의 메시지와 맞물려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아침바다 갈매기는(2024)
‘아침바다 갈매기는’은 한국 어촌의 삶을 배경으로 우리 사회의 또 다른 단면을 깊이 있게 통찰한 작품입니다.
영어 제목 ‘The Land of Morning Calm’은 한국을 상징하지만, 영화가 보여주는 현실은 평온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감히 제 생각엔 작가가 어촌마을을 통해 한국 사회전반의 문제를 드러내려고 한 것 같습니다.
조용한 마을 속에 가라앉은 갈등과 불안이, 갈매기의 날갯짓처럼 가슴을 저릿하게 합니다.
올해 백상예술대상 후보작으로 많이 언급되어 보게 되었는데, 참 잘 만든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좋은 영화를 발견해 기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