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 케이문화
교회와 K-문화, 두 개의 마중물
요즘 북한의 변화 가능성에 대해 생각한다.
냉전이 끝나던 무렵 동독에서 일어났던 ‘조용한 혁명’은
정치가 아니라, 사람들의 ‘존엄’과 ‘공감’에서 비롯되었다.
그 시절, 교회는 사람들의 마음을 지켜주는 마지막 공간이었다.
기도를 하려는 것만은 아니었다.
그들은 누군가와 함께 있고 싶었고,
침묵 속에서라도 인간다운 삶을 확인하고 싶었다.
교회는 국가 권력의 감시망을 비껴가는
몇 안 되는 공간이었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조용히, 그러나 단호히 외쳤다.
그리고 그 외침은 결국 베를린 장벽을 넘었다.
북한에는 교회가 없다.
종교는 통제의 가장 바깥에 놓인 금기다.
하지만 그 대신,
USB 하나, 음악 한 곡, 드라마 한 편이
젊은이들의 마음에 작은 불씨가 되고 있다.
“왜 우리는 이렇게 살아야 하지?”
“저런 삶도 가능한가?”
그 조심스러운 질문들이
‘K-문화’라는 바람을 타고 속삭인다.
동독에서 교회가 마중물이었다면,
북한에서 마중물은 어쩌면
소리 없이 스며드는 문화일지도 모른다.
기도가 사람을 지켰던 시대가 있었다면,
지금은 감성과 상상이
또 다른 세계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언젠가, 북한의 어느 청년이
몰래 본 한국 드라마에서
“너는 사랑받을 가치가 있어”라는 말을 처음 들었다고 한다.
그 말이 그의 마음에
‘다른 삶도 가능하다’는 꿈으로 남았다면,
그것이 바로 새로운 변화의 시작 아닐까.